[View & Review] 스마트폰 닮아가는 전기차, 원격으로 SW 업데이트
입력 2021-10-08 00:04:02
수정 2021-10-08 01:30:47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개발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쟁을 촉진하는 건 바로 전기차다. 고출력 배터리로 무장한 전기차는 각종 전자기기가 쉴 틈 없이 작동해야 운행할 수 있다. 전기차가 자동차이면서 동시에 첨단 전자 부품으로 이뤄진 정보기술(IT) 기기이기도 한 이유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전기차는 스마트폰을 닮아가고 있다.
7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이달 출시한 제네시스 GV60에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기능을 추가했다. 오티에이(OTA)는 무선 통신을 뜻하는 오버 디에어(over the air)의 줄임말로 케이블을 연결하지 않고 무선 통신을 통해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추가할 수 있는 기능이다. 기존에 차량은 구매 시점에 탑재된 기능대로만 움직였지만, 앞으론 구매 후에도 스마트폰처럼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제어할 수 있는 주요 차량 센서 자료:지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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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내비게이션과 헤드 업 디스플레이(HUD) 등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그친 기존 OTA 서비스를 차량 전반으로 확장했다. GV60에선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스티어링 휠, 에어백 등 주요 전자제어장치에 대한 원격 업데이트가 가능해진다.
OTA의 핵심 기술은 소프트웨어가 담당한다. 각종 센서와 전자 장치 등을 소프트웨어를 통해 제어하기 때문이다. 안전과 직결된 브레이크와 에어백에 대한 OTA 서비스 도입은 현대차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소프트웨어 기술에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걸 의미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GV60에 도입한 소프트웨어는 현대차그룹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와 올해 국내 전자 기업 등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을 대규모로 영입했다. 현대차는 전기차 경쟁사인 테슬라에 비해 소프트웨어 기술에서 밀린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GV60을 출시하면서 만회에 나섰다.
제너럴모터스(GM)도 전기차 전환과 함께 자체 소프트웨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각) 세계 투자자를 상대로 연 ‘GM 인베스트 데이 2021’에서 기술 전략 발표에서 처음으로 소개한 게 바로 소프트웨어 기술이었다. GM은 고객을 위한 디지털 서비스 강화와 OTA 제공을 담은 듀얼 플랫폼 소프트웨어 전략을 내놨다. 연사로 나선 스콧 밀러 GM 소프트웨어 부사장은 구체적인 소프트웨어 활용 사례를 공개했다. 그는 "차량에 달린 카메라와 수백 개의 센서를 소프트웨어로 통합하면 무한한 가능성을 만들 수 있다"며 "앞 유리레인 센서와 연동해 빗길 차량 운행을 (자동으로) 조절하거나 카메라와 연동해 스쿨존에서 (속도를 조절해) 사고 위험을 줄일 수도 있다"고 소개했다.
유럽 자동차 회사도 소프트웨어 개발에 한창이다. 폴크스바겐은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 5000여명을 투입해 자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도 엔비디아와 손잡고 차량용 운영체제(OS)를 개발하는 중이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SW 전략
글로벌 양산차 기업이 자체 소프트웨어 개발 경쟁을 벌이는 건 미래차가 새로운 IT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은 연평균 8000만대. 매년 5억대 이상 팔리는 스마트폰과 비교해 절대적인 판매량은 적지만 모빌리티(이동성) 측면에선 경쟁자가 없다. 이를 활용하면 움직이는 거대한 플랫폼을 완성할 수 있다. 눈에 들어오는 움직임이 없음에도 애플카 개발 소식이 시장에서 꾸준히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여기에 5G 네트워크가 시장에 안착하면 완전자율주행과 협력주행 등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져 자체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더해질 수밖에 없다. 정태경 한림대 인공지능융합학부 교수는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할수록 자동차와 IT 기기 간 경계는 더욱 모호해질 것"이라며 "스마트폰 사례에서 경험한 것처럼 미래차 분야에서도 자체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플랫폼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한편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미국 하원에서 발의된 ‘자국 노조 우선’ 전기차 세제 혜택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KAMA는 최근 댄 킬디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세법 개정(안)에 대한 재고 요청 의견서를 지난 1일 미국 하원에 전달했다고 7일 밝혔다. 정만기 KAMA 회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조항과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협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킬디 의원이 발의한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에 전기차 한 대당 7500달러(약 900만원)의 세금 공제 혜택에 더해 노조가 결성된 미국 완성차 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대해 추가로 4500달러(약 530만원)의 혜택을 주고, 미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경우엔 500달러(약 60만원)를 더 추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밝힌 ‘미국 전기차 우선주의’에 근거한 발의 내용이다. 앞서 테슬라와 일본 도요타·혼다도 ‘노조가 있는 업체에 더 많은 혜택을 주겠다’는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강기헌·김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