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시선] 이태석 신부의 성탄절
입력 2021-12-20 00:29:00
수정 2021-12-20 15:43:00
수정 2021-12-20 15:43:00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에서 성탄 미사를 올리고 있는 이태석 신부. 사진 왼쪽에 구유에 누운 아기 예수가 보인다. [사진 한국살레시오회]
이 신부는 그들을 ‘특별한 계산법’으로 사는 사람들이라 불렀다. 그들이 나눠준 1% 때문에 ‘백·천·만’이라는 기적이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성서에 나오는 과부의 마음을 보는 것 같아 속눈물을 흘렸습니다. ‘아! 혼자가 아니구나!’ ‘정말 잘 살아야 되겠구나!’, 오지에서 고생하며 혼자서 투덜대던 저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라고 고백했다.
'1%의 나눔'이 만들어가는 세상
전기작가 이충렬의 신간 『신부 이태석』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 작가에게 부탁해 이태석 신부가 보낸 편지도 따로 구해 읽었다. 악화일로 코로나19 팬데믹에, 첩첩산중 대선 정국에 성탄절 분위기가 꽁꽁 얼어붙은 요즘이건만, 이 신부의 고투는 여전히 사랑과 희망이란 꺼져버린 불씨를 되살려준다.
이 신부와 성탄절의 인연은 깊다. 어린 시절 혼자 풍금을 깨친 그는 초등 5학년 때 동요 ‘성탄’도 작사·작곡했다. ‘주-여. 굶주리는 이들을 보소서/이 기쁜 성탄날에도 추워 떨고 있어요/아기 예수여, 그들을 위로하소서/그들도 어린 당신을 생각합니다.’
우연이랄까. 육군 중위 제대를 앞둔 1990년 12월, 군의관 이태석은 레지던트 시험을 접고 부대 인근의 전의성당(충남 연기군, 현재 세종시) 십자가 앞에서 성소(聖召)에 응했다. 아기 예수를 맞을 준비를 하는 때였다. 이충렬 작가는 이렇게 썼다. "그렇게 기도하기를 며칠, 의사가 아니라 사제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어머니의 눈물은 하느님께서 닦아주시길 간절히 기도한 후 전공의 시험을 포기했다."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헌신적인 봉사활동을 펼쳤던 이태석 신부. [사진 KBS]
인간 이태석의 속살 추적한 전기
신간 『신부 이태석』은 ‘성자’ 가 아닌 ‘사람’ 이태석을 훑는다. 특별한 듯 특별하지 않은 한 인간의 헌신에 집중한다. 1999년 여름 로마 유학 시절 톤즈에 선교 체험을 갔다가 한센병 환자들의 악취를 참지 못하고 빈 들판으로 도망친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 좌절이 훗날 톤즈의 이태석을 만든 반석이 됐다. 그보다 앞서 톤즈 공동체란 텃밭을 처음 일군 인도 출신 제임스 신부의 영향도 결정적이었다. 신부 이태석은 혼자가 아닌 ‘여럿의 1%’가 모이고 모인 결과인 셈이다.
우리 사회 팀워크 회복 일깨워줘
박정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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