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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과유불급의 교훈.....계영배(戒盈杯)

FERRIMAN 2008. 1. 28. 09:42
[과유불급의 교훈.....계영배(戒盈杯)]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베이징회담에서 과다한 요구를 제시하는 북한측에게 과도한 욕심을 버리라고 설득했다고 합니다.
이 때 술잔을 비유들어 설명했는데 바로 계영배(戒盈杯)입니다.
이 술잔은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로부터 받은 선물이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박근혜의 계영배 선물은 외교가에 소문이 나있다고 합니다.

또 최근에 굴지의 삼성그룹임원으로부터 농심의 최고혁신경영가로 자리를 옮긴 손욱회장도 사무실 책상옆에 이 술잔을 두었다고해서 화제입니다.

“계영배는 술잔이 가득 차면 저절로 모두 비우고,
70%만 채웠을 때 제 기능을 하는 술잔입니다.
더 채우려고 해도 도저히 채울 수 없는 신비의 잔이지요.
회사는 스스로 70%밖에 채울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나머지 30%는 고객이 채워주는 겁니다.
겸손해질 수밖에 없지요.
‘시장 앞에 겸손해야 한다’는 게
일등 회사가 혁신하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손욱회장은 한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던 농심의 위기를 위와같이 설명했습니다.

계영배(경계할 戒 . 찰 盈 . 잔 杯)

과음을 경계하기 위해 일정한 한도, 즉 70%가 차면 새여나가도록 만든 잔으로 절주배(節酒杯)라고도 합니다.
계영배(戒盈杯)의 교훈이라면 넘치면 곧 아무 것도 없는 것과 같이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경계하여 자기의 분수에 맞는 삶을 자족할 줄 아는 지혜가 담긴 교훈적인 그릇입니다.
풍요로운 물질문명 속에서 자신의 욕심만 채우려다가 모든 것을 읽고 후회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수 없는 교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조선후기 거상 임상옥이 곁에 두어 끝없이 솟구치는 과욕을 다스렸다는 이야기로 유명해진 계영배는 원래 고대 중국에서 과욕을 경계하기 위해 하늘에 정성을 드리며 비밀리에 만들어졌던 의기(欹器)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제나라 환공이 늘 곁에 두고 보는 그릇이라하여 유좌지기(宥坐之器)라고도 했고 공자도 이를 보고 본받아 항상 곁에 두어 과욕과 지나침을 경계했다하니 욕심이 화의 근원임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이라는 말은 인생사 고비고비마다 과욕을 경계하고 성찰적으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생활의 지혜입니다.

조선시대 유명옥이 이 잔을 만들었다고 전해집니다.
도공 유명옥은 왕실의 진상품을 만들던 경기도 광주분요에서 스승도 못 만든 설백자기(雪白磁器)를 만들어 명성을 얻었으나,
그 후 유명세에 들떠서 방탕하게 생활하다 재물을 모두 탕진한 뒤에야 잘못을 뉘우치고 스승에게 돌아와 계영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 후 조선시대 임상옥이 이 잔을 소유하여 늘 옆에 두고 끝없이 솟구치는 과욕을 스스로 다스리며 큰 재산을 모았다고 전합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도 과욕으로 넘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가졌다고 넘치고, 안다고 넘치고, 잘났다고 다들 넘칩니다.
지난 70년대 말과 80년대 중반에 부동산이 넘치는 바람에 많은 졸부들이 죽순처럼 나타났다가 짚불 가듯 꺼지는 것도 보았지 않습니까.
계영배의 가르침도 잊은 채 넘치다 말입니다.
우리 사회에 모두가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에 큰 계영배 하나 만들어서 종처럼 달아 놓으면 좋겠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우러러 보며 과욕과 오만, 편견으로부터 스스로를 다스려 까불지 않고 넘치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멈출 줄 아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도록 말입니다.

재상평여수(財上平如水) 인중직사형(人中直似衡)

"즉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 는 뜻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항상 담아야 할 좌우명으로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교훈과 철학이 담긴 계영배(戒盈杯)를 항상 곁에 두고 넘치는 것을 두려워 할 줄 알고 도를 넘지 않는 자기성찰의 도구로 잠시 멈추고 내 자신과 주위를 돌아다 봄으로 지혜로운 판단을 하도록 합니다.



<계영배에 대한 또 다른 지식>




경계할 계(戒)에다 찰 영(盈), 잔 배(杯)의 계영배는 글자 그대로 술이 가득 차는 것을 경계하는 잔이다. 즉, 잔의 70% 이하로 술을 채우면 괜찮지만, 그 한계를 넘어 가득 따르면 술이 모두 밑으로 흘러내린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 ‘모두’의 범위이다. 흘러내리는 것은 70% 이상 되는 술만이 아니라 잔속에 들어 있는 모든 술이 새어버린다는 의미이다. 힐 차관보의 계영배 비유가 적합했던 것도 바로 계영배의 이 같은 신기한 원리 때문이다.

그럼 과연 어떻게 70% 이하로 따르면 술이 그대로 있지만, 가득 채우면 술잔 전체의 술이 감쪽같이 없어질 수 있을까. 거기에는 대기압과 용기 내의 압력 차를 이용하여 수면보다 높은 곳에 물을 올리는 사이펀의 원리가 숨어 있다. 사이펀이란 용기를 기울이지 않고 속의 액체를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옮기는 데 사용하는 관을 일컫는 용어로서, 그 작용 원리를 사이펀의 원리라고 한다.

가정에서 수족관 속의 물을 갈아주는 경우, 혹은 석유난로에 기름을 넣을 때 사용하는 손펌프 등이 바로 이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우선 계영배를 들여다보면 잔 밑에 구멍이 하나 뚫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잔 내부를 보면 가운데 둥근 기둥이 있고 그 기둥 밑에 또 구멍이 하나 뚫려 있다.

계영배의 비밀은 바로 그 둥근 기둥 속에 감춰져 있다. 그 비밀은 술잔 정중앙을 싹둑 자른 단면을 보면 확연히 드러나게 된다. 기둥 밑에 뚫린 구멍은 기둥 속에서 위로 통하는 관을 따라 올라가, 잔의 7부쯤 되는 부분에서 말굽 모양처럼 다시 밑으로 구부러져 일직선으로 내려온다.

그 일직선으로 내려오는 관이 술잔 밑으로 보이는 구멍과 통해 있다. 즉, 계영배의 가운데 기둥 안에는 빨대를 말굽 모양으로 구부려 놓은 듯한 관이 숨어 있는 셈이다. 술을 적당히 부으면 기둥 밑의 구멍으로 들어간 술이 기둥 안쪽 관의 맨 위까지 넘어가지 않기 때문에 술이 아래쪽으로 새지 않는다.

하지만 술을 가득 부어 기둥 속 관의 맨 위까지 차면 구부러진 말굽 위로 넘어가게 되어 술이 아래쪽으로 빠지게 된다. 이때 잔 아래 구멍으로 연결된 관은 술이 빠지는 만큼 진공상태가 되므로 관 안쪽과 바깥의 압력 차로 인해 기둥 밑의 구멍 안으로 술이 계속 들어가 바닥이 보일 때까지 새게 된다.

따라서 계영배에 술을 따를 때에는 나름대로 요령이 필요하다. 술잔의 절반 정도를 채운 후에는 들고 있는 술병의 기울기를 잘 조절해 아주 조금씩만 나오게 해야 한다. 이 경우 한꺼번에 가득 넘치지만 않으면 구부러진 관의 지름 한도 내에서 위쪽으로 넘친 술만 새고 나머지 술은 더 이상 아래로 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부터 잔의 중간 정도만 술을 따른다면 그처럼 주의를 기울일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