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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여유와 골프 | ||||||||||
그러나 불행하게도 타고난 체질이 병질인 데다 젊은 날 방탕도 겹치고 해서 의사 권유로 테니스 대신 골프를 하게 되었는데, 보기에는 별것 아닌 것 같은 이 운동이 녹록지 않다. 흔히 골프는 죽은 공을 치고, 테니스는 산 공을 친다고 한다. 테니스는 상대가 빈 곳을 찔러 오면 공이 두 번 튀기 전에 네트 너머 상대방 코트에 받기 어렵게 되돌려 주어야 한다. 이에 비해 골프는 경기하다 말고 심호흡도 할 수 있고, 동반 경기자가 좀 지겨워하겠지만 여러 번 연습스윙도 할 수 있고, 쳐줄 때를 기다리고 있는 공을 이모저모 살펴 때릴 데를 고를 수도 있고, 공을 떨어뜨릴 페어웨이는 좁다고 해도 40m는 되고, 작은 그린이라 해도 테니스장보다는 넓은데도 파온이 쉽지가 않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테니스는 여유가 없어서, 골프는 여유가 너무 많아서 어려운 것 아닌가 싶다. 이래서 성현은 과유불급이라 하셨는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못된 분들이나 불륜의 연인들이 대부분 윤택한 사람이 많은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여유를 잘 활용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남기고 적게 먹는 것, 분수를 지켜 욕심내지 않는 것, 아껴 쓰고 남겨서 남에게 베푸는 것은 여유를 잘 이용한 장수의 비결이고 성공의 비결이다. 같은 이치로 페어웨이에서 한두 클럽 긴 클럽을 잡고, 그린에서는 두 퍼트로 끝내도록 래그퍼팅하고, 짧은 퍼팅을 어려워하는 동반 경기자가 편안하게 경기하도록 컨시드를 주어 여유를 남기는 것이 조금씩 이 운동을 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란 걸 골프를 시작한 지 10년이 되어서야 겨우 알게 되었다. 학생처장은 2년 임기제다. 누구나 그런 것처럼 처음 일을 맡을 때는 의욕이 앞서서 힘도 들어가고 무리가 있었는데, 후반 서너 홀을 남긴 지금에 와서 보니 그 많던 여유는 간 곳이 없고 스코어만 시원치 않아 마음이 급해진다. 제발 남은 기간에는 다급한 마음에 온몸에 힘이 들어가 생크나 뒤땅이 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여유 있을 때 잘할 것을…. [이정재 서울대 학생처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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