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10월4일 구 소련이 쏘아 올린 인류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가 무사히 지구 궤도에 진입하자 전 세계는 입을다물지 못했다.
러시아어로 '동반자'라는 이름의 이 인공위성이 우주로 날아간 지 꼭 50년이 지났다.
그동안 세계 각국은 과학 기술의 발달과 함께 달에 인간을 보냈고 우주정거장을 만들었으며 태양계 각 행성을 탐사하는 등 우주의 신비를 하나하나 벗겨냈다.
인류의 꿈을 현실로 바꾸기까지에는 실제 총만 겨누지 않았지 소리없는 전쟁과 그에 따른 희생이 있었다.
역시 그 중심에는 스푸트니크 1호 발사 성공 이후 우주 개발을 이끌어 온 소련, 지금의 러시아가 있었다.
소련은 최초로 우주에 인간(유리 가가린)과 동물(개)을 보냈고 여자 우주비행사(발렌티아 테레쉬코바)를 만들었고 최초 우주 유영을 해내는 등 우주 개발에 있어 선구자적 역할을 해 왔다.
소련 우주 프로그램 창시자 중 한 명인 보리수 체르토크는 "스푸트니크호 발사에 성공한 순간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물론 소련의 우주개발 성과는 미국이라는 경쟁 상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무게 83.5kg의 스푸티니크 1호 발사는 냉전 시대 서방을 대표하는 미국의 자존심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설계했던 시몬 사이먼(94)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발레와 보드카 생산을 잘하는 것으로만 생각했고 그들의 기술이 우리를 앞지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술회했다.
당시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스푸티니크 1호의 성공 발사에 대해 '공중에 떠있는 작은 공'이라고 그 업적을 평가절하했지만 실제로는 일주일 만에 과학자들과 비밀 회담을 갖고 '우주경쟁에서 소련을 이겨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1958년 미 항공우주국(NASA)가 만들어진 것도 그런 연유다.
나사는 1969년 인류 최초로 인간(닐 암스트롱)을 달에 안착시킴으로써 체면을 세웠고 미.러 간 우주 경쟁도 가속화됐다.
달이 정복되자 미.러 양국은 행성 개척에 나섰다.
구소련은 '비너스호'를 통해 금성의 대기 구조를 알아냈고 미국 '바이킹 1,2호'는 화성을, '파이오니어호'와 `보이저 1,2호'는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의 모습을 70-80년대 차례대로 인류에게 전했다.
동시에 우주정거장 건설이 이뤄지면서 86년 소련은 최초의 유인 우주 정거장 '미르'를 발사했고 98년 16개 나라의 합의로 국제 우주정거장(ISS)이 만들어지게 된다.
81년 최초 우주 왕복선인 미국의 컬럼비아호를 시작으로 우주왕복선들이 수십차례에 우주 항해를 하며 무중력 상태의 우주 공간에서 각종 과학실험을 수행하게 된다.
86년 우주 왕복선 첼린저호 공중 폭발, 2003년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폭발 등 우주개발에는 아픈 역사도 간직하고 있다.
이 같은 시련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지구 외에 다른 행성에서의 생명체 존재 유무 및 인간의 생존 가능성을 진단해 왔고 상당한 성과를 이뤄냈다.
하지만 달나라 여행객을 모집할 정도의 비약적 발전을 이룬 우주 개발의 '서바이벌 게임'은 이제부터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러시아는 1990년 구 소련 붕괴 이후 재정난으로 한때 주춤했던 우주 항공산업을 국가 우선과제로 책정, 50년 전 우주 시대를 개척한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내년 우주개발 예산으로 15억 달러를 책정했다. 160억 달러가 넘는 NASA의 예산보다는 턱없이 작지만 10년 전에 비하면 10배가 많은 액수다.
유능한 과학 인재의 해외 유출, 재정 문제 등의 해결과제가 있지만 러시아의 우주 개발 프로그램을 보면 향후 인류가 맞이할 우주 시대를 짐작케 한다.
이미 우주여행을 관광상품으로 개발,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러시아는 기존 상품보다 값이 싸고 우주선을 자주 띄울 수 있는 '저궤도' 우주관광 상품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아직까지 달에 인간을 보내지 못한 러시아는 달에 영구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오는 2025년까지 달에 사람을 보낸 데 이어 늦어도 2025년 안에는 인류 최초로 화성에 인간이 발을 딛게 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또 무게 1-10kg의 초미니 위성 및 위성항법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2020년까지 현재 카자흐스탄의 바이누크르 우주기지를 보완할 새로운 발사기지도 만들 계획이다.
러시아의 이런 계획에 미국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나사는 2020년부터 달에 영구기지 건설을 시작, 2024년까지는 달에 인간이 상주하는 유인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며 2037년까지 화성에 인간을 착륙시키고 우주 문명을 건설하는 장기 계획을 갖고 있다.
또 지난 시기 우주경쟁이 미, 러 양극체제로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중국, 일본, 인도 등도 그에 가세할 움직임이다.
중국은 오는 11월에 첫 달 탐사선을 발사하고 인도도 찬드라얀 1호 달 탐사선을 올해나 내년에 발사할 방침이며 일본도 거액을 들여 정찰 위성 배치를 가속화하고 있다.
우주가 국가안보상 중요할 뿐 아니라 인류의 생활공간이 되고 있고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선사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주 선점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 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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