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송전선 ‘초전도 케이블’
구리선 굵기의 5분의 1 … 전력 손실도 적어 저전압으로 송전 가능, 변전소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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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시험소에서 초전도 케이블을 시험하고 있다. 검은색 초전도 케이블 한 가닥으로 기존 구리 케이블 다섯 가닥 용량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
| 도심에서는 송전(送電)을 놓고 일반인이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전기 수요는 계속 늘고 있으나 땅을 파고 전력 케이블을 더 묻기도 힘들고, 발전소에서 가정이나 사무실까지 송전되는 동안 공중에서 사라지는 전기의 양이 4.3%나 되기 때문이다.
전기 손실도 줄이고, 전력 케이블의 굵기도 줄일 수 있는 묘안 찾기에 각국이 치열하게 나서는 이유다. 우리나라와 미국·일본 등 주요국들은 그 대안을 초전도 케이블에서 찾고 있다.
과학기술부 차세대초전도응용기술개발사업단은 LS전선㈜과 공동으로 고온 초전도 케이블을 독자 개발해 지난해 국제 공인 시험까지 통과했다. 올해는 한국전력의 송전망에 직접 투입해 실전 성능 시험에 나설 계획이다. 우리나라에도 초전도 케이블 시대가 열릴 날이 멀지 않은 것이다.
◇3가닥 합쳐 지름 15㎝=도심의 전력 케이블은 상당 부분 지하에 매설돼 있다. 어른 허벅지보다 더 굵은 관을 묻고 그 속으로 전력 케이블을 집어넣어 송전망을 구성하고 있다. 전주를 이용하는 곳도 많지만 고압선에 따른 민원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초전도 케이블의 굵기는 3가닥을 합쳐 지름이 15㎝다. 같은 굵기의 구리 케이블 15가닥으로 보내야 하는 전력을 한 가닥으로 보낼 수 있다. 구리 케이블을 초전도 케이블로 대체하면 그만큼 지하 송전 공간에 여유가 생기는 셈이다.
한국전기연구원 초전도기기연구그룹 조전욱 박사는 “초전도 케이블은 기존 지하 구리 케이블 송전 공간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어 앞으로 전력 수요가 지금보다 크게 늘어나도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설계·제작 완전 자립=송전 때 발생하는 손실을 전기 원가로 치면 연간 약 500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초전도 케이블은 그런 손실을 최소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초전도 케이블의 장점은 이뿐이 아니다. 전기를 초고압으로 보내기 위해 도심 곳곳에 변전소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전압을 낮춰 보내도 웬만한 곳까지 고품질로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초전도체의 특성상 케이블에서 전기의 흐름을 가로막는 저항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류강식 사업단장은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초전도 케이블 개발을 10년 늦게 시작했지만 개발 시작 6년 만인 이제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가 됐다”며 “초전도 케이블의 설계에서부터 제작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자립했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기업은 초전도 케이블 개발에 2001년부터 10년 목표로 매년 100억원씩의 연구비를 투입해 오고 있다.
◇초전도체가 핵심=초전도 케이블에는 송전에 구리를 사용하지 않는다. 기존 케이블의 구리 역할을 초전도체라는 물질이 대체한다. 초전도체는 극저온에서 저항이 없어지는 특이한 물질이다. 국산 초전도 케이블은 섭씨 영하 196도로 냉각할 수 있는 액체질소로 케이블을 냉각시킨다. 이 때문에 초전도 케이블은 견고하고, 액체질소가 흐를 수 있도록 특수하게 설계해야 한다.
◇2010년 초기 시장 열려=미국은 올해부터 뉴욕에서 1.7㎞ 구간의 송전망에 초전도 케이블을 설치할 계획이다. 일본도 2010년에 도쿄 시내에 초전도케이블을 설치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해 고창의 한전 실증시험센터에서 시험을 완료하고, 현재 송전망에 직접 투입하기 위해 변전소를 물색하고 있다.
상용화의 걸림돌은 구리 케이블과의 가격 경쟁력이다. 지중화 작업 등에 들어가는 건설비까지 포함하면 구리 케이블보다 약 세 배 정도 비싸지만 2011년이면 거의 비슷해질 것으로 조 박사는 예상했다.
세계 시장은 초전도 케이블이 상용화되는 2010년께 세계 시장이 3억 달러, 2020년에는 18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초전도 케이블=전기를 보내는 물질을 구리 대신 초전도체를 사용한다. 초전도체는 극저온에서 전기 저항이 없어지는 물질로, 이를 이용해 전기를 보내면 전력 손실이 줄고 전압을 높이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 가느다란 굵기의 케이블로도 대용량 전력을 송전할 수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