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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도자기 시장엔 연두색이나 여린 풀색이 인기다. 경기 지역 도자기 축제 및 국제 도자 비엔날레 등을 통해 이름을 알린 백우철씨 작품. 15만원대. |
“한국 음식은 전통 도자기에 담아야 제 맛이다.”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5일까지 열리는 2008 경기 국제도자페어의 큐레이터를 맡은 최정희 전시2팀장의 말이다. 그는 “서양식 그릇에 익숙했던 사람들이 이제 전통 도자기를 찾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전통 도자기는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는 산업 도자기와 달리 가족 단위의 소규모 공방에서 직접 손으로 빚어 만들기 때문에 그 수가 많지 않다. ‘나만의 그릇’이라는 자부심을 느끼며 ‘나만의 식탁’을 꾸밀 수 있게 해 준다.
한국 음식엔 전통 도자기
1일 오후 킨텍스 3전시실. 경기 국제도자페어 행사장을 찾은 주부 김은미(38·고양시 주엽동)씨는 오목한 반찬 그릇과 접시 2개를 샀다. 가격은 개당 1만~3만원대. 김씨는 “싸고 특이한 그릇이 많다”며 “친구들과 한 번 더 와야겠다”고 말했다. 이 행사는 경기도 산하 재단법인 세계도자기엑스포가 전통 도자기를 일반인에게 알리기 위해 기획했다. 지역 축제 성격이 강한 이천·여주·광주 도자기 축제(매년 개최)나 세계 도자기 작가 간의 교류가 목적인 ‘세계도자비엔날레’(홀수 해 격년 개최)와 달리 마케팅과 판매가 중심이 되는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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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최초의 도자기 업체로 알려진 독일 ‘마이센’도 특별관을 꾸몄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일상적인 식탁에 도자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15가지 견본 식탁. 세계도자기엑스포 관계자는 “견본 식탁에 꾸며진 제품을 통째로 구매하는 주부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행사장에서 판매 중인 제품은 밥그릇이나 국그릇의 경우 대부분 2만원 이하에, 큰 접시는 3만~10만원에 살 수 있다. 열쇠고리나 촛대 등도 1만원대다.
왕의 그릇 만들던 경기도
경기도 여주·이천·광주 일대에는 크고 작은 도자기 요장(가마를 갖춘 도자기 생산시설)이 600여 개 있다. 국내 전체 요장 1000여 개 중 60%가 이 지역에 모여 있다. 이 지역에서 도자기 생산이 활성화된 것은 조선시대 이후다. 도자기 재료인 고령토가 많이 나고, 한강·남강으로 서울(한양)과 연결돼 있어 물류 여건이 좋았던 덕분이다. 조선시대 궁중에서 쓰던 도자기를 만들던 ‘사옹원’도 광주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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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성 질감 나는 제품도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전통 도자기 접시는 사각형이다. ‘사각 접시는 내놓기가 무섭게 팔린다’는 말까지 나온다. 색깔은 연한 녹색이나 풀색이 많다. 투박하고 거친 것보다 매끈하고 세련돼 보이는 스타일을 찾는 사람이 많다. 금속성 질감을 느끼도록 표면 처리하거나 금색·은색으로 장식한 것도 눈에 띈다. 은 나노 열풍이 전통 도자기에도 영향을 끼친 탓이다. 그릇 표면의 무늬는 꽃무늬가 인기다.
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식기에 가장 많이 쓰이는 문양이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만든 그릇들은 그렇지 않은 그릇보다 잘 팔린다. 최정희 팀장은 “각자의 작품세계를 고집하던 공방들이 소비자 취향에 맞는 세련된 제품을 내놓음으로써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케이스가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