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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접대골프 8계명

FERRIMAN 2008. 5. 3. 10:40
기사 입력시간 : 2008-05-03 오전 1:47:38
“비즈니스 골프는 19·20번 홀서 승부”
미 골프닷컴 ‘접대골프 8계명’
“18홀 뒤 식사시간 잘 활용하고
라운드 뒤에는 e- 메일 보내라”


골프장은 최고의 비즈니스 무대다. 사업 파트너와 18홀 라운드를 하면서 큰 계약을 성사시킬 수도 있다.

미국의 인터넷 골프 사이트인 골프닷컴은 2일(한국시간) ‘비즈니스 골프 8계명’을 소개했다. 비즈니스 골프란 중요한 사업 파트너와의 라운드를 말한다. ‘접대 골프’라고 해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비즈니스 골프 8계명’은 미국의 경영컨설턴트 빌 스토러가 만들었다. 스토러는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이자 아예 ‘비즈니스 골프 전략’이란 회사를 차린 뒤 AT&T 등 대기업 영업사원들을 상대로 비즈니스 골프 요령을 설파하고 있다.

스토러의 비즈니스 골프 8계명 가운데 첫째 계율은 ‘현명하게 파트너를 고르라’는 것이다. 파트너와 힘을 합쳐 적을 물리치는 라이더컵(미국-유럽 골프대항전)이 아니기 때문에 실력이 좋은 골퍼를 파트너로 삼을 필요는 없다. 대신 정책결정자와 파트너가 되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둘째 계율은 팽팽한 게임이 되도록 만들라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져 주는 것은 구태의연한 방법이다. 사업 파트너가 모욕감을 느낄 수도 있다. 반대로 사업 파트너를 묵사발 낸다면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핸디캡을 조정한 뒤 팽팽한 게임이 되도록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골프 규칙을 잘 지켜야 하는 건 기본이다.

비즈니스 골프를 할 때는 인내심도 중요하다. 다시 말해 5번 홀 이전이나 15번 홀 이후엔 사업과 관련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 게 좋다. 사업 파트너는 5번 홀 이전이나 15번 홀 이후엔 경기에 몰두하기 때문에 여기서 사업 이야기를 꺼내는 건 무모한 짓이다. 비즈니스 골프를 할 때는 6시간 이내에 모든 걸 끝내야 한다. 6시간은 18홀 라운드뿐만 아니라 식사와 음료를 마시는 시간까지 포함한 것이다. 아울러 사업 파트너가 샷을 한 뒤엔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곧바로 샷을 하는 게 파세이브를 하는 것보다 중요하다.

사업 파트너의 성격과 스타일을 빨리 파악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스토러는 어쩌면 이 항목이 비즈니스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룰(platinum rule)이라고 말한다. 파트너가 대접받길 바라는 대로 행동하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과묵한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불필요한 말을 삼가고, 스포츠나 음악을 좋아하는지 미리 파악한 뒤 그가 선호하는 화제를 꺼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라는 것이다.

접대 골프를 하면서 불필요하게 술을 마시는 것도 현명한 행동은 아니다. 자칫하면 실수를 하기 쉽기 때문이다. 아울러 18홀 라운드가 끝났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비즈니스 골프에선 19번 홀과 20번 홀 공략도 중요하다. 스토러는 “스코어카드에 사인하는 게 계약서에 서명하는 것은 아니다. 18홀 이후 식사 시간(19번 홀)을 잘 활용하고, 돌아와서는 감사 편지나 사진 또는 e-메일을 보내는 것(20번 홀)이 현명하다”고 주장한다.

스토러의 핸디캡은 22. 골프 실력은 뛰어나지 않지만 그는 자신을 ‘비즈니스계의 벤 호건’이라고 소개한다. 현대 골프 스윙의 기초를 만든 호건처럼 자신이 비즈니스 골프의 기본을 만든 프로라는 뜻에서다. 그는 “골프장은 친밀감과 신뢰감, 그리고 상대가 원하는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완벽한 비즈니스 장소”라며 “비즈니스 골프에선 스코어는 중요하지 않다. 메이저 대회에 나간 프로 골퍼처럼 목표에 집중해야 하다”고 충고했다.


성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