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세라믹,그리고 Ferrite

[중앙일보]'탄소나노튜브 잉크' 개발

FERRIMAN 2008. 5. 9. 10:17
기사 입력시간 : 2008-05-09 오전 12:49:15
‘꿈의 잉크’ … 비닐에 칠하면 전기가 흘러요
전기연 이건웅 박사 ‘탄소나노튜브 잉크’ 개발
일본 독주 중인 15조원 전도성 필름시장 도전장
이건웅 박사가 탄소나노튜브 잉크를 코팅한 투명 필름을 들어 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필름 뒤편의 글자가 보인다.
한국전기연구원 이건웅(38) 박사는 요즘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자신의 연구팀이 최근 개발한 탄소나노튜브 잉크 기술을 이전 받겠다는 기업이 줄을 이어 어느 업체를 선정할지 고심 중이다. 현재 기술이전을 해달라며 연구소를 찾아온 기업은 23개에 이른다. 그는 한 두 달 안에 기술을 줄 기업을 고를 예정이다.

탄소나노튜브 잉크는 비닐이나 플라스틱 등에 페인트 칠하듯 코팅하면 박막에 전기가 흐르게 할 수 있는 획기적 소재다. 터치 스크린이나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등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이런 소재는 지금까지 전량 일본에 의존해 왔다. 그가 첫 응용 분야로 잡은 것은 터치 스크린이다.

“엄청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터치 스크린 소재의 독립이 필요할 때지요. 일본이 이 소재를 독점하고 있어 밉보이면 하루 아침에 상품 생산을 못하게 될 수도 있어요.”

이 박사는 자신의 탄소나노튜브 잉크는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데다 기존 터치 스크린에 사용하는 기술을 전혀 적용하지 않은 새로운 것이어서 소재 독립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터치 스크린에 사용하는 광물인 인듐은 희귀금속으로 중국에서만 산출된다. 이 박사의 기술을 사용하면 그런 희귀금속을 찾으러 다닐 필요도 없다. 탄소나노튜브는 얼마든지 합성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탄소나노튜브는 지금까지 꿈의 소재로 부를 만큼 여러 가지 특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터치 스크린에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비닐 등에 반영구적으로 코팅하는 기술이 개발되지 않아서다. 일부 연구자들이 탄소나노튜브를 비닐에 코팅을 했지만 곧 떨어져 버렸다. 이 박사는 이를 용액으로 만들고, 접착력도 높여 그런 문제를 해결했다.

이 박사는 “탄소나노튜브를 연구한지 9년 만에 돌파구를 찾았다”며 “검댕 덩어리처럼 뭉쳐 있는 탄소나노튜브를 용액에 고르게 분산되도록 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탄소나노튜브 낱개는 수 나노m에 불과한 극미세 입자지만 한꺼번에 모여 있으면 서로 흩어지지 않고 뭉치려는 힘이 아주 커진다. 그는 화학 약품 5 종류를 섞은 용액을 만들어 그 속에 탄소나노튜브 입자가 고르게 퍼지고, 비닐에도 잘 붙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그 용액이 비밀의 열쇠인 셈이다. 이 용액을 비닐에 코팅하면 비닐은 투명하면서도 전기를 통하는 박막으로 변신한다.

그가 터치 스크린 분야를 첫 응용 대상으로 잡은 것은 각종 전자기기의 디스플레이가 터치 스크린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박사는 앞으로 7~8년이면 각종 디스플레이용 재료가 지금의 인듐에서 탄소나노튜브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했다.

“탄소나노튜브 잉크를 양산하고, 또 터치 스크린용으로 두루마리 필름을 만들려면 해결해야 할 기술적 문제가 새로 나타날 수 있어요. 그러나 해결하는 데 크게 어려울 것 같지 않아요.”

그는 자신의 기술이 상용화되면 내수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일본의 독주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그의 기술이 응용될 수 있는 전도성 필름의 국내 시장 규모는 연간 약 2조4000억원, 세계 시장은 약 15조원에 달한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탄소나노튜브=탄소들이 벌집처럼 연결돼 다발 형태를 이룬 것이다. 지름이 1나노m(10억분의 1m) 단위로 머리카락의 10만분의 1에 불과하다. 구리보다 전기를 1000배나 잘 흘리고 강철보다 100배나 강해 다양한 전기전자 소재로 활용이 기대되는 꿈의 신소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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