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칼럼> 신나게 일하는 조건의 ABC] |
흔히 직장생활은 늘 고달프고 짜증나고 힘들기만 하다고 얘기합니다. 직장생활은 대부분 지시를 받고, 독촉에 시달리고, 무언가에 짓눌리기는 나날의 연속이기도 합니다. 아침 출근, 저녁 퇴근의 단조로움을 벗어나고 싶어 프랜차이즈박람회 전단지를 훑어보기도 합니다. ‘에이! 삼겹살집이라도 차리지 뭐...’하는 욱하는 심정이 치밀 때도 있습니다. 그런 중에도 때로는 신나고 뿌듯한 때도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느 때 직장인으로서 신나고 뿌듯하였던가 생각해 봅니다. 모든 권한이 내게 있고(자율), 나를 완전히 믿어 주고(믿음), 적정한 인센티브(보상)가 따를 때였습니다. 오랜 직장생활을 되돌아보면 세 번쯤 그런 기회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자잘한 느낌은 말고, 상당기간 큰 사업이 맡겨지고 그걸 내 힘으로 달성하고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었던 기억들입니다. 당시는 새벽 일찍 집을 나서서, 밤늦게 까지 사람과 일에 치이고, 쉴 새 없이 무언가에 골몰하던 때입니다. 직장내 민주화를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던 때(89년), 출연연구기관 평가가 내 앞에 닥쳤을 때(93년), 외부 부품소재통합연구단에 파견 되었을 때(2001). 제게 있어서는 그 때 신들린 듯 일하였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미친듯이 일하게 했던가. 자율(Autonomy), 믿음(Belief), 보상(Compensation)으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바로 신나게 일하는 조건의 ABC입니다. 제가 생각하기로는 조건의 크기는 A⊇B⊃C로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자율과 믿음은 같거나 자율이 좀 더 중요하고, 보상은 그 다음이라는 것입니다. 결과를 재촉하느라 C⊃A⊇B 또는 C⊃B⊇A인 경우는 대체로 무리수가 따르게 마련입니다. 때로는 일회성 성과는 낼 수 있으되 그 다음은 더 큰 보상이 필요하게 됩니다. 일에 있어 자율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주는 일입니다. 권한을 이양해 주고 책임도 진다는 분위기야말로 가장 중요한 ‘추임새’입니다. 우선 멍석을 펴주어야 춤을 출 수 있거든요.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지켜보는 경우에 대충 하지 않고 신들린 듯 추게 됩니다. 자율을 부여할 때 권한은 줄듯 말듯하고, 책임만 지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믿는다고 하면서도 ‘뒷다마(뒷談話)’까고, 은근히 견제하기도 합니다. 잘되면 ‘거봐라(내 德)’하고, 안됐으면 또 ‘거봐라(네 탓)’합니다. 신나게 일하는 조건의 ABC는 그야말로 모든 일의 근본인 ABC에 속합니다. 모든 것을 맡기고 특히 모든 권한을 이양해야 합니다. 그런다고 완전히 말아먹지 않습니다. ‘아! 이게 내 일이구나!’하는 주체적 의지가 솟구쳐야 합니다. 이미 맡기기로 했으면 어느 판단이 섰지 않겠습니까. 믿음은 그를 신들린 춤꾼으로 만듭니다. ‘너니까 할 수 있어’, ‘너라면 해낼 수 있어’라는 믿음은 시쳇말로 고래도 츰츠게 합니다. 상상 그 이상의 보상은 다음에도 그를 내편으로 만들게 합니다. 다음 일은 그가 내 대신 개척하게 합니다. ABC를 조금 흉내를 내는 정도로는 성과를 낼 수 없습니다. 일시적, 단기적, 표피적 효과야 나겠지만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지속적인 괄목할만한 성과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국가시스템이나, 큰 조직이나 작은 조직, 모두에게 이 ABC는 ABC로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실천을 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겠지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등 이런 큰 나라의 통치시스템의 작동원리는 무얼까요. GE,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현대, 소니, 도요타.... 이런 대기업들의 경영이념은 무어길래 일사분란하게 움직일까요. 배포 큰 A, 끝없는 B, 과감한 C. 바로 만사형통의 지름길입니다. 사람이 사람과 어울려 일하는 근본입니다. 단 제대로 ‘하느냐’ ‘아니냐’의 차이입니다. 결과는 달리 나타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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