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한번은 웃자

보노보 이야기

FERRIMAN 2007. 11. 2. 15:53
 [섹스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보노보>]

침팬지에서 보노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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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행동 모델로 떠오른 잊혀졌던 원숭이… 여성 중심의 관계로 진화 과정 재구성

“전쟁에서 사랑으로.” 인간의 행동과 진화를 연구하는 행동과학자들이 오랫동안 모델로 삼아왔던 침팬지를 보노보로 바꾸면서 내거는 구호이다. 피그미침팬지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보노보는 침팬지와 더불어 지구상에서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다. 보노보는 사람 뺨치는 색골이다. 오럴섹스, 자위, 두 상대와 하기, 몸 핥기, 그룹섹스, 암컷간에 서로 클리토리스를 문지르는 레즈비언섹스, 상대의 눈을 바라보며 하는 길고 깊고 촉촉하고 영혼이 담긴 키스. 이런 성행위를 보노보는 하루에도 몇번씩 한다. 그것도 모자라 공을 던져주면 동물원의 보노보는 다리 사이에 끼고 섹스 토이로 쓴다.

요즘 미국에서는 아프리카의 깊은 숲 속에 사는 보노보가 자유분방한 젊은 층과 페미니스트들 사이에 우상으로 등장하고 있다. 얼마 전 성해방론자들은 보노보의 성행위와 평화를 배우자며 ‘보노보 웨이’라는 대중운동을 시작했다. 지성인들이 모이는 하버드대도 예외는 아니다. 인류학과와 생물학과 교수 3명이 보노보의 슬라이드를 보여주는 ‘인간 행동 생물학’은 하버드 최고의 인기과목이다. ‘섹스 클래스’란 별명이 붙은 이 과목에는 지난해 가을학기에 1천명의 수강 신청자가 몰려, 제비뽑기까지 해야 했다.

잔혹한 침팬지 대신해 페미니스트들의 우상으로

보노보가 각광받기 전까지 많은 학자들은 침팬지를 인간의 행동 모델로 관찰해왔다. 침팬지는 인간과 가장 가깝고, 다른 원숭이류와 달리 거울 속의 자기 자신을 인식한다. 자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또 인간처럼 협동사냥, 음식 나누어먹기, 도구사용, 파워정치가 특징이고, 가르쳐주면 수화도 할 줄 안다.

하지만 침팬지의 잔혹성은 학자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침팬지들이 상대방 그룹의 침팬지를 무참하게 살해하는 장면이 수없이 목격됐기 때문이다. 침팬지 수컷들은 몇 마리가 떼지어 정찰을 돌다가 혼자 떨어져 나와 다니는 근처 다른 그룹의 침팬지를 발견하면 기습해 사지를 붙잡고 입으로 물어뜯고 돌로 쳐죽인다. 제인 구달 연구팀이 관찰해왔던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4개 침팬지 집단 가운데 2개는 이런 계획적 전쟁과 공격으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구달과 탄자니아의 곰브국립공원에서 1974년부터 침팬지를 관찰해온 하버드대의 리처드 랭햄 교수는 “수컷이 무방비 상태의 동족을 치명적인 공격으로 죽이는 것은 동물사회에서 인간과 침팬지만의 유일한 특징”이라고 말한다. 프로 사냥꾼인 사자나 호랑이의 경우도 동족끼리 싸우면 자기 자신도 적지 않은 상처를 입기 때문에 승부가 어느 정도 가려지면, 싸움을 중단한다. 반면 사람과 침팬지들은 자신은 다치지 않고 상대방 동족에게 치명상을 가하는 전문 킬러라는 것이다. 노벨상을 탄 동물행동학자 콘라드 로렌스는 <공격성에 대하여>란 책을 통해 사자나 늑대와 같은 육식동물도 자기 자신의 종족에 대해서는 무기를 쓰지 않도록 억제하는 능력을 진화시켜온 데 비해 불행하게도 인간은 이런 방향으로 진화하지 못했다고 통탄해 하기도 했다. 또한 침팬지는 공격적일 뿐만 아니라, 수컷 우위의 사회를 형성한다. 먹을 것이 있으면 수컷이 먼저 차지하고, 경쟁에서 이긴 힘센 수컷이 여러 암컷을 거느린다.

그동안 동물행동학자들은 피에 굶주린 킬러 침팬지의 신화와 남성 중심의 이데올로기에 알게 모르게 길들여져 왔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들의 중심 논의가 ‘전쟁에서 사랑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번식과 무관하게 섹스를 가장 즐기는 동물이 수천만종의 생물 가운데 인간 그리고 인간과 가장 가까운 보노보라는 사실, 그리고 보노보 사회의 여성 중심이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실마리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1929년 보노보가 전혀 다른 침팬지라는 사실이 처음 알려진 뒤 침팬지와 보노보를 처음으로 비교 연구했던 사람들은 독일 뮌헨동물원의 에두아르트 트라츠와 하인즈 헤크 두 사람이었다. 이들이 기른 보노보는 2차대전중 폭격으로 죽고 말았지만 두 연구자는 비슷한 겉모습과 달리 이들 두 원숭이의 행동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여성 중심의 사회 형성… 마주 보며 성행위

보노보는 민감하고 평화로운 데 비해 침팬지는 거칠고 성급하고 공격적이다. 보노보는 손짓을 많이 하고 사소한 사건을 놓고서도 서로 얘기를 자주 주고 받지만, 침팬지는 그렇지 않다. 보노보는 사람처럼 마주 보고 성행위를 하는 데 반해 침팬지는 수컷이 암컷의 등에 올라간다. 특히 동물이 마주보고 성행위를 하는 것은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두 연구자는 1954년 연구 결과를 비전문가가 볼 수 없게 라틴어로 발표했다. 마주 보고 하는 성행위는 인간을 동물과 구분하는 특징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70년대에 아프리카 자이르강 유역의 열대우림에서 보노보 연구가 다시 시작되기 전까지 트라츠와 헤크의 보노보 연구는 완전히 잊혀져버렸다.

보노보에 대한 본격적 연구는 1974년 아일랜드인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어느 부부가 처음 아프리카의 재정 지원 없이 자이르에 들어가면서 시작됐다. 비슷한 시기에 교토대학의 다카요시 가노 교수도 교통수단이 전혀 없는 이곳에 들어가 걷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보노보를 관찰했다. 다카요시는 열대우림에 숨어살며 몹시 수줍음을 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보노보들을 근처에 사탕수수를 심는 방법으로 유인했다.

또 에모리대학 심리학과 프란스 드 왈 교수는 미국 최대의 동물원인 산디에고 동물원에서 보노보를 연구해 지난 97년 <보노보: 잊혀진 원숭이>란 책을 출판했다. 지난 1982년 쓴 <원숭이 정치학>을 통해 침팬지와 인간사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남성 중심적 파워정치학을 그렸던 침팬지 연구가 드 왈 교수는 “보노보가 좀더 일찍 알려졌다면, 인간의 진화를 재구성하는 데 남성, 전쟁, 사냥, 도구, 파워정치보다 남녀의 동등한 성관계, 가족의 기원에 초점을 맞췄을 것”이라고 아쉬워한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보노보와 침팬지의 공통의 조상에서 먼저 갈라져 나와 서로 다른 진화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 600만년의??? 일이고, 그뒤 침팬지가 좀더 숲이 적고 건조한 지역에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보노보와 침팬지가 갈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보노보는 자이르 강변 열대우림에서 1만마리 이하가 생존하고 있다. 학자들은 보노보가 인간이나 침팬지보다 덜 진화해 이들 3종의 공통 조상의 원형을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침팬지와 보노보의 DNA는 98%가량 우리와 같다.

보노보의 세계는 여성이 중심이고, 섹스를 통해 공격성을 스스로 통제한다. 또 독재주의자가 아닌 평등주의자이다. 보노보의 사회생활은 섹스를 빼고는 이해하기 어렵다. 이 원숭이는 남녀는 물론 남-남, 여-여, 어른-청소년 등 어떤 조합으로도 섹스를 하고, 하루에도 몇번씩 한다. 하지만 새끼는 아주 드물게 5∼6년에 한 마리씩만 낳는다. 사람의 특징인 섹스와 생식의 분리가 보노보에게서도 나타난다. 번식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섹스는 인간과 보노보만의 두드러진 행동 특징이다. 만일 섹스의 목적이 오로지 번식이라면 왜 사람들은 적게 낳고 더 많은 섹스를 즐기려 하는 것일까.

“자유로운 성행위는 사교적 행위일 뿐”

보노보는 아주 쉽게 성적으로 흥분한다. 먹이를 가져다주면 수컷은 성기가 선다. 음식이 오기도 전에 보노보들은 서로 상대방을 섹스에 초대한다. 수컷은 암컷을 암컷은 수컷이나 암컷을 초대한다. 또 사슴을 잡았거나 익은 무화과가 많은 숲을 발견해도 이들은 5∼10분 동안 섹스를 하고 난 뒤 음식을 먹는다. 음식을 둘러싼 쟁탈전을 피하기 위해 섹스를 통해 먼저 돈독한 분위기를 만들고 사이좋게 나누어 먹는 것이다.

또한 다른 어떤 유인원에서도 나타나지 않는 보노보의 가장 전형적인 섹스 패턴은 어른 암컷간의 생식기 문지르기이다. 이때 이들은 오르가슴을 느끼는 것처럼 소리를 지른다. 수컷은 서로 등을 돌려 엉덩이를 붙이고 음낭을 문지른다.

특히 레즈비언섹스는 암컷의 사회생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보노보나 침팬지의 암컷은 어른이 되면 다른 그룹으로 이주해 새끼를 낳고 동화돼 산다. 암컷의 이주는 근친교배에 의한 열성 유전을 막고, 다양한 유전자가 서로 섞여 그 종이 생존해나가도록 하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한다. 보통 다른 집단으로 이주한 암컷 보노보는 나이든 암컷을 한 마리 골라 성기 문지르기를 하면서 좋은 관계를 맺어 나간다. 상대가 답례를 하면 좋은 관계가 형성되고, 젊은 암컷은 그 집단의 일원으로 동화된다. 그리고 새끼를 낳으면 그 젊은 암컷의 지위는 좀더 안정되고 중심이 된다. 동성연애는 이주자의 사회진입을 순조롭게 하는 수단인 것이다.

암컷 보노보는 수컷이 음식을 갖고 있으면 접근해서 섹스를 한다. 그리고는 섹스중 음식을 달라고 높은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 빼앗아간다. 보노보 수컷은 암컷이 먼저 음식을 먹도록 양보한다. 보노보 사회의 결속력은 암컷 사이의 결합에서 온다. 암컷들은 어떤 수컷이 특정 암컷을 괴롭히면 뭉쳐서 수컷을 쫓아내버린다. 반면 수컷은 암컷에 집단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없다. 집단 내에서 어린 수컷의 지위도 보통 자기 엄마의 지위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수컷은 평생 엄마와 아주 가깝게 지낸다. 반면 침팬지 사회에서는 사냥을 통해 사회적 결속력이 형성되고, 영토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수컷이 중심이 된다. 또한 보노보 암컷은 사람처럼 언제나 섹스가 가능하다. 따라서 제한된 시간 즉 발정기에 암컷을 차지하려고 수컷간에 치열하게 벌어지는 내부경쟁이 보노보 사회에는 거의 없다. 프란스 드 왈은 “보노보 사회의 섹스는 호색이나 에로틱으로 해석되기 쉽지만, 나는 일상적인 애정표현과 같은 일종의 사교적 행위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말한다. 실제 보노보의 성행위는 빈번하지만 성기 삽인시간이 13초에 불과해, 사람의 기준에 비하면 매우 짧다

핵가족 형성의 진화이론도 뒷받침

섹스와 번식의 분리는 긴밀한 남녀관계와 사회의 기초인 가족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문제는 누가 이를 주도했느냐는 점이다. 흔히 여성은 섹스에 수동적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여성은 수동적이라기보다 조심스러울 뿐이다. 여성이 조심스러운 것은 10달의 임신과 출산 뒤 보육 등 섹스 이후의 엄청난 투자시간을 감안할 때 상대방이 능력이 있고, 이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인가를 가리기 때문이다. 보노보의 사례는 우리의 고정관념과 달리 여성이 오히려 적극적 섹스 능력을 진화함으로써 자녀를 돌보는 데 수컷의 참여를 유도해냈고, 결국은 이것이 핵가족 형성의 기초가 됐다는 이론을 뒷받침해준다.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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