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가게가 두 개 있다. 왼쪽 가게 이름은 'CHINA', 오른쪽 가게 이름은 'JAPAN'이다. 두 가게 사이에는 'Main Entrance'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자그만 가게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메인엔트런스로 들어간다. 그곳은 KOREA고 사통팔달, 옆 가게로 가는 통로가 발달되어 있다.
이는 국제투자자 모임에서 우리나라 대표들이 즐겨 사용하는 조크다. 한국이 지향하여야 하는 목표를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어차피 주변에 있는 커다란 가게처럼 되기가 어렵다면 그런 가게에 들어가는 주 통로가 되는 것이 우리 생존전략이다.
그리하여 다수 현자들 주도하에 동북아 물류허브 전략이 세워졌고 상당 기간 이를 실현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아직껏 제대로 된 결실을 거둔 것 같지는 않다. 공항이나 항만과 같은 하드웨어와 각종 인프라스트럭처를 많이 만들었지만 이런 것만으로 동북아 중심기지가 될 수는 없다. 시설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 금융이나 법률, 회계, 의료, 교육과 같은 서비스 산업으로 이루어지는 소프트웨어도 주변 국가보다 우위에 서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인프라스트럭처와 서비스를 결합하는 경제자유구역이나 자유무역지대도 오래전에 도입되었으나 뿌리 내려 꽃을 피우지는 못하고 있다. 일관된 정책적 추진이 부족했고 그나마 경직된 제도와 꽉 막힌 국민의식이 자유로운 발전을 허용하지 않는다. 최근 우울한 이야기들-촛불시위, 북한 총격, 독도 사태 등은 우리를 어지럽게 만든다. 자칫하면 동북아 메인엔트런스가 아니라 'Main Exit'으로 되어가는 듯한 아픔을 건네주고 있다.
그러나 역경은 다만 강하게 하는 도구일 뿐이다. 우리는 지난 60여 년 동안 숱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를 극복하여 세계에서 드물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 지금 처한 어려움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아 뜻을 모으고 힘을 합친다면 'Main Entrance'의 꿈은 머지않아 현실로 다가올 것으로 확신한다. 한국인의 지혜와 저력을 세계인은 주시하고 있다.
[장수만 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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