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세상

[매일경제] 인플레땐 동작 그만!

FERRIMAN 2008. 8. 22. 10:21

 

  매경 인터넷
확대 축소 프린트 닫기
[김세형 칼럼] 인플레땐 동작 그만 !

"세상을 망하게 하는 수단 가운데 화폐(돈가치)를 타락시키는 것보다 교묘하고 확실한 것은 없다. 그것도 백만명의 사람 중에 단 한 사람도 눈치채지 못하게…."

존 M 케인스가 갈파한 말이다. 물가가 많이 오르면 나라가 망한다. 점심을 먹으러 들어갈 때의 가격과 나올 때 가격이 두 배나 뛴다면 누가 장사를 하려 하겠는가. 21세기 대명천지에 300억대1 화폐개혁을 단행한 아프리카 짐바브웨라는 나라는 창피한 줄도 모르는 국가다.

역사상으로 보면 초(超)인플레이션 가운데 물가를 1조배나 상승시킨 나라도 있었다. 1923년 독일에서 신발 한 켤레 값이 32조마르크였다. 러시아의 차르시대, 독일 나치즘 탄생 직전, 프랑스대혁명, 미국의 남북전쟁 때, 칠레의 아옌데, 아르헨티나의 이사벨 페론이 그런 멍청한 짓을 저질렀다. 전쟁, 혁명 때 마구잡이로 돈을 찍어낸 게 원인.

화폐이론에 관한 한 황제 대접을 받는 밀튼 프리드먼은 "모든 물가 상승은 화폐적 현상"이라고 불렀다. 한마디로 돈을 찍어내 헬리콥터를 타고 하늘에서 돈비를 내리게 해서 물가가 앙등했다는 것. 그는 오일쇼크나 원자재값 상승도 아주 잠깐 동안 소동을 피운 데 그쳤다는 증거를 제시한다(프리드먼의 '화폐역사의 교훈'). 따라서 물가를 잡으려면 아주 불쾌하지만 단순한 방식, 즉 화폐의 증가속도를 늦추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이론은 접어두고 현실을 보자. 시중에 화폐량이 늘어나는(공급) 까닭은 (1)나라가 돈을 더 쓸 때(재정적자) (2)민간이 은행에서 대출을 늘릴 때 (3)외국부문에서 돈이 국내로 초과로 들어올 때(수출초과, 관광객 등 이전수지, 외국인 투자자금이 국내서 원화로 교환) 등 3가지다. 수요측면에서 통화량, 개인의 소득증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등 3가지가 인플레이션의 원인. 공급측면은 기업의 생산원가(원유, 식품, 철강 등 원자재가격)가 오르면 바로 그렇다. 2008년도 물가가 갑자기 급등한 이유는 지난 수년 동안 유동성 팽창→부동산 등 자산가격 급등→석유, 상품가 나선형 상승 등의 물결이 시차를 두고 닥친 때문이다. 경제활황 파티의 끝물엔 원유, 식품, 철강, 아연, 금 등 지구 속살에서 나는 것은 모조리 오르더니 밀가루, 옥수수, 콩을 위시해 지구 겉껍질에서 나는 물품까지 폭등세를 보이는 난리를 쳤다.

너무 높이 오른 것은 고소공포증을 못 이기고 떨어지고 파티도 언젠간 끝난다. 남는 것은 후유증뿐. 여기저기 고장나 널부러진 시스템을 복원시키는 숙제만 잔뜩 떠안고 있다. 서브프라임에 따른 금융기관 파산 등을 손보는 일 같은 것. 또한 물가가 급등하면 실물경제는 인체에 비유하면 고혈압이 걸린 셈이고 시급한 치료를 요한다. 각국의 중앙은행은 통화가치를 보전하라고 만들어졌다. 정권이 바뀌면 높은 자리를 몽땅 바꿔도 중앙은행 총재는 바꾸지 않는다. 돈가치를 제자리에 갖다 놓기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는 바로 금리인상이다. '금리=물가상승률+실질경제성장률'이 돼야 돈주인은 본전이다. 그런데 현재 물가는 약 6%선, 경제성장률은 4%이므로 금리는 10%가 돼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런데 현실은 가장 높은 저축은행 금리가 7%를 약간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 정도로는 돈이 제집(금융기관)에 들어오지 않고 계속 방황하려 한다.

그래서 당국(금융통화위원회)은 언제 금리를 올릴지 곧 타임아웃을 알리는 축구심판처럼 시계를 자꾸만 들여다보다가 휘슬을 분다. 금리가 오르면 경제주체는 근심이 크다. 돈을 빌려 뭔가를 도모하기 어렵다. 새 아파트를 장만하려는 개인은 어떨까. 매수세가 살아나기 어려우므로 서두를 게 없다. IMF 금융위기 당시 실질금리가 25%나 되도록 천정부지로 뛰니 아파트값이 얼마나 곤두박질 했는지 기억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주식시장도 밝은 기운을 띠긴 곤란한 처지. 금리가 오르면 기업 금융비용은 늘어나고 소비도 줄어드니 이익이 떨어진다. 그러면 종업원 월급을 올려주기 어렵다. 범위를 전세계로 넓히면 기업수익 전망 저하는 궁극적으로 소비위축을 세계적으로 일으킨다. 광범위한 경기침체. 가만히 앉아서 PER(주가수익비율)가 오르고 그러니 주가는 오를 수 없다. 이처럼 좋은 일은 없고 궂은 일만 생기니 금리인상은 가급적 하지 말도록 정치적 압력이 드세다. 한은 총재가 늘상 "타이밍을 놓쳤다"는 비난과 더불어 어색한 웃음을 띤 사진이 신문에 실리는 이유다.

암튼 금리인상을 앞둔 인플레시기엔 경거망동하지 말 것! "잃지 않는 것만도 잘한 것" 혹은 "현금이야말로 최고"라는 말이 실감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주의해서 볼 것이 있다. 망가질 것은 망가지고 돈과 자산이 서로 소 닭 쳐다보듯 무관심해질 때, 그때는 또 한번 강력한 찬스가 생긴다. 바로 바닥의 완성. 엄청난 기회가 몰려온다. 잽싸게 부의 열차를 다시 잡아 타야 할 시기가 아무도 모르게 다가온다. 현금을 무작정 처박아 놓지 말고 2~3년 만에 찾아오는 부의 열차에 다시 올라 탈 채비를 갖추라.

[편집국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08.08.22 09:34:49 입력

확대 축소 프린트 닫기
Copyright ⓒ 2007 매경인터넷(주)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