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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주요국의 행복지수

FERRIMAN 2008. 8. 2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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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열쇠는 富가 아니라 자유

90개국 35만명 조사 … 25년전보다 행복감 크게 늘어

현대인들에게 있어 행복은 과연 무엇일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행복의 열쇠는 '임금(income)'이 아니라 '자유(freedom)'라고 전했다.

'월드 밸류 서베이' 연구원으로 지난해 로널드 잉글하트, 크리스토퍼 피터슨, 크리스천 웰젤과 공동으로 '개발과 자유, 그리고 상승하는 행복감'이란 논문을 공동 집필한 로베르토 포아는 최근 FT 기고문에서 "현재 우리가 사는 세계가 예전에 비해 훨씬 더 행복한 이유는 선택의 '자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대인들의 행복 수준이 25년 전과 비교할 때 상당히 높아졌는데 이는 선택의 자유가 커졌기 때문이란 주장이다. 즉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있는 선택의 자유가 있다는 기분이 각국의 행복감을 이끌어 올리는 견인차 구실을 했다는 것.

최근 브레멘 제이콥스 대학과 미시간 대학이 1981~2007년 중 90개국 35만명에 대해 행복과 생활 전반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년 이상의 자료를 보유하고 있던 52개국 중 40개국에서 행복감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행복감이 상승한 이유는 무엇일까. 포아는 그리스 철학자 투키디데스의 말을 인용해 "행복의 비결은 자유"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설문 대상자들에게 '선택의 자유가 늘어났느냐'는 질문을 한 결과, 3개국을 제외하고 모든 국가에서 '자유'가 늘어났고 이로 인해 행복감도 함께 늘어났다고 답했다.

포아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분명히 자유로운 곳으로 △거의 모든 나라가 민주주의를 도입했고 △소수민족과 여성의 인권이 널리 보호받고 있으며 △인력과 아이디어, 그리고 투자는 국경을 제한 없이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20년 동안 옛 소련에 속해 있던 일부 국가들은 유럽연합(EU)에 독립국가로서 가입할 수 있게 됐으며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해외여행을 하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게 됐다고 그는 설명한다.

실제로 이 지역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매우 행복하다'는 응답이 세르비아와 벨로루시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급상승했는데 그 원동력은 젊은 세대였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동유럽에 살고 있는 15~24세 젊은 층 가운데 매우 행복하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1990년 당시 전체의 9%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6년에 '매우 행복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1990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났으며 30~40대의 행복감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세계가 행복해지고 있다는 단서는 무엇일까.

포아는 우선 첫째는 정치적ㆍ사회적 자유가 지난 25년간 급속히 확산됐다는 점을 들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개방된 세계는 근본적으로 예전에 비해 더 행복한 사회다. 이는 자유로운 글로벌 질서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전 시대의 진실되지 않은 '명확함'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는 혼란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두 번째로는 공공정책을 통해 행복을 유도하려는 노력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것을 들 수 있다. 물론 현재 '행복감'이 높은 국가들은 호주와 미국과 같은 자유방임주의형 국가뿐만 아니라 스웨덴과 덴마크 등 사회민주주의 국가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정책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법치, 그리고 사회적 톨레랑스와 같은 기관(institution)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찾을 수 있는 도구가 주어졌을 때 알아서 행복을 찾을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자유 선택과 행복 상승이 연결돼 있다는 점은 행복의 기준이 임금이 아니라 개인적 자유와 능력임을 보여준다. 이는 노벨 경제학상을 탄 아마르티아 센 교수의 이론과 맞물리는 것이다.

[조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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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5 04:05:06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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