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하기 전 피우던 담배 맡기는 골퍼’ 밉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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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08년 09월 05일(금) 오전 01:48 | |
[중앙일보 성호준] 천둥 번개를 피하려고 안전한 곳으로 뛰어가다 되돌아서 캐디(경기보조원)에게 클럽을 던져주면서 “잘 챙겨오라”고 하며 혼자 도망가는 골퍼. 샷을 하기 전에 피우던 담배를 들고 있으라고 하는 사람.
![](http://img.news.yahoo.co.kr/picture/2008/19/20080905/2008090501482759719_085005_0.jpg) 골퍼들의 에티켓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이런 황당하고 몰상식한 일들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중앙일보가 최근 수도권 및 강원도의 5개 골프장 204명의 캐디에게 ‘가장 피하고 싶은 골퍼가 누구냐’고 물어봤다.
◆인격무시형=캐디들은 ‘인격을 무시하는 고객’을 기피 대상 1호로 꼽았다. 전체의 35%가 반말을 하거나 무시하는 듯한 언행을 일삼는 골퍼들을 피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클럽을 집어 던지거나 캐디의 가방을 뒤지는 등 기본적인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골퍼도 적지 않다고 캐디들은 입을 모았다. 한 캐디는 “내 이름은 ‘언니’가 아니다. 20대 젊은 남성이 ‘언니야’라고 부르면서 반말을 하면 모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거북이형=진행이 느린 골퍼가 기피 대상 2순위에 꼽혔다. 전체의 29%가 ‘거북이형’ 골퍼를 보조하기가 힘이 든다고 밝혔다. 특히 멀리건(벌타 없이 한 번 더 칠 기회를 주는 것)을 남발하거나 공을 찾는 데 지나치게 오랜 시간을 소비하는 슬로 플레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캐디는 “빠른 진행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하고서도 멀리건을 맘대로 주는 사람이 가장 짜증난다”고 답했다. 또 연습 스윙을 세 차례 이상 하는 골퍼도 피하고 싶은 대상으로 지목됐다.
◆네 탓이오형=툭하면 자신의 잘못을 캐디 탓으로 돌리는 ‘네 탓이오’ 형. 전체의 20%가 이런 유형의 골퍼를 피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미스샷을 하고서도 “거리를 잘못 불러줘서 그렇다”며 캐디를 구박하는 사람이 이런 유형에 속한다.
실력이 안 되면서도 “오늘은 왜 이리 안 맞는 거냐”고 계속 물어보거나 “스크린 골프장에선 잘되는데 왜 안 되는 거냐”고 화내는 사람도 캐디들은 견디기 힘들다고 답했다. 이 밖에도 동반자 앞에서는 점잔을 빼다가도 캐디에게 동반자 욕을 하는 사람도 보기에 좋지 않다고 캐디들은 입을 모았다.
◆양심불량형=4위로는 타수를 속이거나 반칙을 일삼는 골퍼가 꼽혔다. 내기 골프를 하면서 동반자 몰래 스코어를 줄여달라고 부탁하는 사람이나 초보자의 돈을 따려고 평소 타수를 속이고 알까기(몰래 공을 떨어뜨리는 것)까지 하는 골퍼가 이런 유형이다.
◆제비형·공주형=라운드를 할 때마다 매번 여성 동반자를 바꾸는 골퍼도 캐디들의 기피 대상이다. 응답자의 80%가 “동반 라운드하는 여성이 배우자인지 아닌지 5분 안에 구분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여성 골퍼 가운데엔 미니스커트 등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나오는 골퍼가 기피 대상으로 지목됐다. 또 공주처럼 내숭을 떠는 여성 골퍼도 참기 힘들다고 캐디들은 대답했다.
◆기타 유형=“골프공 하나가 계란 한 판 값이다. 반드시 찾아와라.” 공을 숲이나 계곡으로 날려놓고 찾아오라고 이렇게 으름장을 놓는 골퍼도 적잖다. 초보자가 분명한데도 동반자에게 열심히 레슨을 하는 사람도 꼴불견으로 꼽혔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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