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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풍력발전, 자연의 순환 배울 최고 교재

FERRIMAN 2008. 9. 6. 09:35

기사 입력시간 : 2008-09-05 오전 2:29:59
[Save Earth Save Us] “풍력발전, 자연의 순환 배울 최고 교재”
대안기술 전도사 이동근씨
영국서 기술 배워 보급운동
시골학교 5곳에 발전기 설치
경남 거창 샛별초등학교 2층 옥상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한 대안기술센터 이동근 소장이 바람 부는 방향을 살피고 있다. [거창=이정봉 기자]
2일 오후 7시 경남 거창군 거창읍 샛별초등학교. 어둠이 내리는 학교 2층 옥상에서는 대안기술센터 이동근(40) 소장, 김대규(32) 간사 등 한 무리의 사람이 바람개비가 얹힌 장대를 일으켜 세웠다. 지름 2.4m의 바람개비가 돌아가면 1㎾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풍력발전기다.

이날 작업은 대안기술센터가 녹색연합과 손잡고 전국 5개 학교에 재생에너지 발전기를 설치하는 ‘숲과 바람과 태양의 학교’ 프로젝트의 일부다. 학교마다 350만원을 들여 풍력발전기와 자전거발전기·태양광발전기 한 대씩을 설치한다. 발전기가 설치되는 학교는 모두 ‘대안학교’다. 일반 학교에 설치하려면 교육과학기술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샛별초등학교 주중식(56) 교장은 “재생에너지 발전기는 순환하는 자연을 알리는 가장 좋은 학습 교재”라며 “발전기로 만들어 낸 전기의 용도는 아직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 김정심(32) 교사는 “학부모들도 벌써 소식을 듣고 풍력발전기를 만들고 싶어 한다”며 웃었다.

이 소장은 “아이들에게 환경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발전기를 설치하게 됐다”며 “학교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에 기술을 보급하면 에너지 자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 5월 대안기술센터를 세운 이 소장의 꿈은 선교사였지만 1992년 아프리카에 다녀오면서 꿈이 바뀌었다. 먹을 것이 없어 고생하는 사람들을 본 뒤 그는 기술을 익히고 농부가 되기로 했다. 이 소장은 경남 산청에서 농사를 짓고 발전기를 만들며 살고 있다. 주민들은 그를 ‘에너지 농부’라 부른다.

-대안기술센터는 어떻게 만들게 됐나.

“92년 민들레공동체의 단기 선교 프로그램에 참가해 케냐에 갔다. 처음으로 굶어 죽는 사람을 봤고 내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들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고 싶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중간 기술’을 알게 됐고 2002년 영국 중간기술개발그룹의 소개를 받아 영국대안기술센터에서 공부를 했다.”

-대안기술센터에서 하는 일은.

“국내에서 대안기술과 재생에너지 보급 운동을 한다. 에너지와 식량을 자립하는 사회를 만들려 한다.”

-대안기술이란 뭔가.

“구하기 쉬운 재료를 이용해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 원리도 간단하다. 벽에 볏짚을 채워 넣은 뒤 황토를 바르고 지붕엔 잔디를 심은 ‘볏짚주택’이 대표적이다. 소똥을 썩혀 만드는 ‘메탄가스발생설비’와 나무판자에 알루미늄 포일을 붙여 만든 태양열 조리기도 있다.”

-풍력발전기는 어떻게 만들었나.

“8월 3일부터 7일간 선생님들과 함께 만들었다. 자석과 구리 코일을 넣은 플라스틱 수지를 원판 모양으로 굳히면 발전기가 완성된다. 나무를 깎아 날개도 만든다. 만드는 데 드는 재료비는 75만원 정도다. 돌면서 전기를 일으키는 발전기의 원리를 응용해 자전거발전기도 만들었다. 대안기술은 원리만 알면 누구나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쉽다.”

-경제성은 있나.

“경제 논리로 따지면 대안기술은 들어맞는 게 하나도 없다. 재생에너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정부에서 정책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태양열발전기를 설치하면 정부가 50%를 보조해 준다고 하지만 집이 자기 이름으로 등록돼 있는 경우만 그렇다. 또 우리나라 문화가 급하고 빠른 것을 좋아한다. 태양광 오븐이나 풍력발전은 느려서 불편한 것으로 인식된다. 의식의 변화도 필요하다.”

이정봉 기자, 사진=이정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