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과학난제 2008년 9월 10일은 전세계 물리학자들이 고대하고 고대하며 기다리던 날이다. 이 날은 열혈 게임머들에겐 학수고대하며 기다리던 새로운 시뮬레이션 게임이 출시되는 날이고, 영화 광팬에겐 수년간에 걸쳐 막대한 돈을 들여가며 제작된 대작영화가 개봉되는 날과 같다.
LHC에 대한 이야기는 1980년대에 처음으로 나왔다. 그리고 CERN이 LHC를 짓기로 결정한 것은 1994년의 일이다. 설계를 마치고 첫 삽을 펀 것은 1995년이었다. CERN이 그동안 LHC를 짓느라 든 돈은 95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약 10조원이다. 모든 기본입자에 질량을 주는 힉스 입자 이렇게 오랜 시간과 막대한 자본이 들어간 거대 기계는 무슨 이유로 만들어졌을까? 일명 ‘신의 입자’라고 불리는 힉스(Higgs)라는 입자를 찾기 위해서다. 고작 입자 하나 찾으려고 이렇게 큰 돈을 들이나 싶겠지만, 힉스는 현대 물리학의 최대 난제이다. 힉스 입자는 지난 30-40년간 현대물리학을 이끌어온 표준모형이라는 이론의 핵심이다. 표준모형에 따르면 물질은 쿼크 6개와 전자를 포함한 경입자 6개 그리고 이들의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입자 4개와 힉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기본입자라고 한다.
기본입자 가운데 힉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 발견되었다. 입자가속기를 이용해서 말이다. 힉스 입자가 물리학의 최대 난제인 까닭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다. 힉스 입자가 갖는 위치 때문이다. 발견된 표준모형의 기본입자들은 모두 질량을 가지고 있다. 물론 질량의 값은 각기 다르다. 이렇게 다른 질량 덕분에 기본입자들을 구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질량을 갖도록 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이 바로 힉스 입자이다. 따라서 질량의 근원인 힉스 입자는 기본입자들의 존재 자체를 보여주는 것이다. 신의 입자란 별칭이 생긴 진짜 이유
신의 입자라는 별칭은 1990년대 초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레온 레더만이 대중과학서를 출판하면서 만들어졌다. 당초 레더만은 힉스 입자를 ‘빌어먹을 입자’(goddam particle)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출판관계자가 이를 ‘신의 입자’(god particle)로 수정한 것이다. 레더만의 책은 ‘신의 입자’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그래서 힉스 입자를 처음으로 제안한 피터 힉스는 물론 물리학자들이 이 말을 들었을 때 매우 당황했다고 한다. 지금도 이들 물리학자들은 ‘신의 입자’라는 말을 선호하지 않는다. 어찌되었건 빌어먹을 입자를 신의 입자로 수정한 출판 관계자의 직관은 옳았던 것 같다. 대중적인 관심을 이끌어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후 힉스 입자는 몇몇 소설과 TV 프로그램에 소재가 되기도 했다. 물리학자들이 신의 입자, 힉스를 찾으려는 노력을 다룬 소설도 있다. 발견이 어려운 이유, 질량이 양성자의 100~200배 ‘신의 입자’로 불릴 정도로 관심을 얻고 있는 힉스 입자는 왜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걸까? 그 이유는 여느 기본입자에 비해 질량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보통 우리가 알기론 기본입자들은 원자나 이를 구성하는 양성자 또는 중성자보다 작다. 실제로 양성자나 중성자는 세 개의 쿼크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쿼크는 양성자나 중성자보다 훨씬 질량이 작다. 이런 까닭에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힉스 입자 역시 아무리 질량이 크다고 해도 양성자나 중성자보다 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힉스 입자는 양성자 하나를 갖고 있는 수소 원자보다 더 질량이 크다. 그것도 무려 100 내지 200배 정도나 된다. 이렇게 질량이 큰 힉스 입자를 찾으려면 137억 년 전 일어난 우주 탄생의 순간인 빅뱅을 재현해야 한다. 에너지 밀도가 어마어마한 상태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이다. 그렇다면 LHC는 어떻게 빅뱅을 재현할 수 있을까? |
박미용 기자 | pmiyong@gmail.com 저작권자 2008.09.11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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