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세상

일본적 精神의 겉과 속

FERRIMAN 2007. 11. 22. 15:33
 
  
bult 제목 : 
일본적 精神의 겉과 속 [경기대학교 일문학과 교수 박재환]
bult 약력 : 
일본 도카이대학 (문학박사)
 몇 해 전인가 「일본을 알면 돈이 보인다」는 책이 나온 적이 있다. 제목에 이끌려 한번 쯤 읽어 본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책 제목을 통해 알 수 있는 키워드는 [일본]과 [돈]이다. 다만 좀 더 생각해 보면 일본적 사고, 문화와 그것을 동경하는 한국적 정서가 아닌가 한다. 일본인들에 대한 우리 나름대로의 평가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은 왜 일본인들을 가장 싫어하면서도 또한 가장 닮고 싶어 하며 그들이 만든 상품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것일까? 그동안 쌓아온 일본상품의 브랜드 인지도에 국한된 평가일까. 아니면 우리가 갖지 못한 또는 지켜오지 못한 것을 일본인들이 갖고 있기 때문일까.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교할 때 흔히 드는 예가 고교야구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 고등학교 투수들은 시합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데 유리한 변화구나 싱커와 같은 프로선수들이 주로 사용하는 공을  던지는데 비해 일본의 투수들은 기본기에 충실한 직구위주의 공을 던진다고 한다. 눈앞의 이익이나 단기성과를 추구하기 보다는 장래를 위해 기본기에 충실해야 한다는 믿음이 저변에 깔려 있고, 프로에 진출했을 때 그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단순비교는 좋지 않지만 현재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있는 일본인 선수의 수와 활약상을 비교해 보아도 그 차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단순한 진리가 왜 우리나라에서는 지켜지기 어려운 것일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우리의 결과만을 중시하는 문화와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성과에 연연해하는 결과 위주의 사고가 과정을 중시하고 긴 안목을 갖고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수많은 외침과 분열을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생존을 위해 남을 배려하거나 과정을 중시하기보다는 결과에 집착하는 문화가 형성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한 역사적인 영향 등으로 인해 급격한 변화에 익숙해 있는 우리는 기본에 충실하고 전통을 중히 여기는 다소 아날로그적인 부분에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흔히 접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 한국에서는 기사거리가 되는 일이 있다.

 며칠 전 모 일간지에 난 기사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800년대 초반의 일본의 어느 지방 의사가 개발한 의약품을 그 자손들이 현재에도 이어가고 있으며 60년대 후반 한 국내 제약회사를 통해 한국에도 전해져 진해거담제 분야에서는 잘 알려진 약이 있다. [류카쿠산]이란 상품명인 동시에 회사명인 그 회사는 현재 후지이 가문의 8대 자손이 사장직을 물려받아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명성을 지켜나가기 위해 사업 확장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또한 사회에 대한 책임감이 200년 기업을 지키는 길이라며 후지이사장은 󰡒�사회공헌은 가문의 전통이며, 이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이익을 포기할 때도 있다󰡓�고 했다. 이 기사를 읽으며 우리의 기업문화와 비교가 되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전통을 지키며 옛것을 계승 발전시켜나가는 회사도 있지만 많은 기업들이 사업 다각화 등을 이유로 기존에 해오던 업무와는 다른 분야에 진출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사업 확장을 통해 성공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나 무모한 사업 확장으로 문을 닫거나 쇠락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 연공서열과 종신고용과 같은 일본적 기업문화가 버블경제 이후 침체된 십년을 경험한 일본에서도 마치 타파해야 할 구습인 것처럼 매도된 시기도 있었으나 최근 일본적 기업문화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능력보다 인성과 기업에 대한 헌신을 중시하는 최근의 기업동향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속한 회사와 운명을 같이하고자 했던, 그러한 문화 속에서 성장해 온 일본적 사고가 반드시 마이너스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새삼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세계적인 기업인 도요타자동차의 경우 많은 이익을 내면서도 임금인상에 소극적이며 가이젠(改善)이란 표어아래 생산 공정에서의 불합리한 부분을 끊임없이 바꿔나가려는 노력이 지금의 도요타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버블경제가 한창이던 시기에도 구조조정을 통한 고용해고 없이 구성원들이 고통을 분담하며 위기를 극복했다. 물론 그 배경에는 일본적 정신인 화(和)를 중시하는 경영진과 노조의 협력과 노력이 있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끼어들기와 편법, 한탕주의 등에 익숙해 있는 우리사회에 필요한 것은 이러한 기본에 충실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현대의 경쟁사회에서는 사라져가는 다소 어리석어 보이는 그들의 정신이 아닌가 한다. 그러한 일본적 思考가 오늘날의 일본을 있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