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우편배달 로봇과 유사한 이동로봇은 개발돼 있다. 한정된 공간에 대한 지도를 입력하고 우편물을 놓으면 이동로봇이 장애물을 피해가면서 목적지를 찾아간다. 진행방향에 벽이 있으면 이를 우회해 다른 경로를 찾는 것도 가능하다. 움직이는 장애물, 즉 사람이나 또 다른 로봇을 발견하면 일시 정지한 뒤 다른 루트를 찾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와 같은 우편배달 로봇이 제 역할을 수행하려면 다음의 몇 가지 더 단계를 거쳐야 한다. 소포 발송처에서 연락을 받는다 → 연락지로 간다 → 연락한 사람을 찾는다 → 소포를 받은 뒤 주소를 확인한다(배달 가능성 여부를 가려야 한다) → 소포의 무게 등을 고려해 요금을 징수한다(로봇의 특성상 생략할 수도 있다) → 운송수단에 이를 싣는다. 그 뒤로 우편집결지에 소포가 도착했다고 가정하자. 대기하던 로봇은 주소를 확인한다 → 주소지로 소포를 운반한다(조금 더 효율성 있게 하려면 자신의 이동구간에 있는 가까운 수신자들을 파악해 최적의 경로를 짜야 한다) → 소포 수신자 집으로 가서 주소와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 수신자가 집에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부재 중이라면 기다릴지, 들고 돌아가야 할지, 문 앞에 두고 와야 할지, 이웃에 맡길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 → 주소가 정확해도 수신자가 과연 그 사람인지 확인해야 한다 → 수신자가 수신을 거부할 경우 어떻게 할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 우편배달 로봇이 내려야 할 결정 사람이 수행하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지만, 로봇이라면 특히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에서 주춤할 수밖에 없다. 특히 변칙적인 반응을 보이는 수신자를 만나게 되면 논리적인 혼란에 빠지게 된다. 집에 있으면서 나오지 않거나, 수신자가 아니라고 잡아떼거나, 수신자와 아는 사람이니 넘기라거나, 발신자가 모르는 사람이니 받을 수 없다는 둥… 인간 우편배달부는 화라도 낼 수 있고, 여의치 않으면 배달을 포기할 수도 있지만 로봇은 그럴 수 없기 때문에 결정하지 못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판단과 수신자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판단이 잘못되면 서비스를 제대로 할 수 없고, 수신자 개인을 식별하려면 개인정보가 광범위하게 유출되는 우려도 있다. 우편배달 노동을 줄이는 데 대한 사회적 대가다. 영화는 개를 연습시키거나, 쓰레기를 치우는 로봇 등 인간이 하기 귀찮아하는 그 모든 일을 로봇이 담당하는 사회를 그리고 있다. 심지어 바텐더 로봇도 등장한다. 인간이 수행하고 있는 각종 임무를 로봇이 수행하기 위해서는 각 노동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 그리고 인간이라면 다양한 환경과 변수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 예상한 답을 로봇에게 미리 줘야 한다. 답이 없다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로봇은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거나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양한 변수에 대한 제한할 수 없이 수많은 반응 각각을 입력하지 않을 방법이 있다. 한 가지는 학습이고, 다른 한 가지는 자율적인 판단이다. 각종 변수가 실제 생활에서 일어날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또 발생하는 빈도 역시 케이스마다 다를 것이다. 따라서 기존에 입력되지 못한 변수가 등장하면 본부의 사람에게 연락해 다음 판단을 어떻게 해야 할지 지시를 받는다. 그리고 다음에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그 기억을 되살려 대처한다. 혹은 여러 경험에 따라 학습된 로봇의 데이터를 새로운 로봇에 입력시키는 방법도 대안이다. 그러나 수많은 로봇들이 만들어놓은 수많은 경험들을 새로운 로봇에 입력시키는 것이 앞서 제기한 불필요한 학습이라는 점에서 효율적이냐는 반론도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율적인 판단을 하는 로봇을 만드는 것은 인공지능 연구의 핵심 화두다. 자율적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일은 ‘이럴 땐 이렇게’라는 지시와 다르다.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며 향후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내는 근간이 되는 논리체계다. 그런 논리 체계를 유지하려면 여러 층위를 이루는 전제나, 행동의 룰이 필요하다. 아시모프는 이 때문에 자율적인 판단을 하는 로봇을 위한 로봇법칙을 만들었다. 자율적 판단이 인공지능의 핵심 화두 논리체계가 완성되어도 해결해야 될 과제는 많다. 바로 반성과 고침 등이 그것이다. 로봇의 실제 행위가 논리체계와 연관되면 자신이 한 행동이 룰에 어긋났는지, 대전제-소전제에 어긋남이 없는지 반성해야 한다. 반성한 뒤 오류를 발견했으면 이를 고쳐야 전체적인 논리체계가 무너지지 않는다. <아이, 로봇>에 등장하는 또 다른 볼거리는 주차시스템이다. 차량의 대수가 늘어나면서 현대인의 큰 골칫거리 중 하나가 주차공간의 확보다. 영화에서는 거대한 원형 탑에 자동차를 세로로 세우는 방식으로 주차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주차를 위한 운전을 할 필요 없이 자동차 뒤편을 걸어 세우는 방식이다. 그러나 영상에 나오는 것만으로는 주차공간이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대신 자동차를 세로로 세울 경우 이들 차량을 건물의 벽 속으로 숨길 수 있어 별도의 주차타워가 불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홀로그램도 등장한다. 이미 살해된 등장인물이 자신의 증언을 담은 영상을 형사에게 넘긴다. 공중에 아무런 디스플레이 장치가 없지만 손바닥에 들어오는 작은 영사기가 공중에 화면을 뿌린다는 것이다. 대단히 혁신적인 상상이지만, 현재의 기술수준으로 현실화될 수 있는 것인지 가늠하지 어렵다. 허공에 영상을 비추기 위해서는 공기 중에 빛을 반사할 만한 요소를 가려내야 한다. 이를 찾아내 각 영상의 입자 지점 찾아 맞춰줘야 한다. 공기에 대한 새로운 물리학적 발견이 전제되어야 할 텐데, 2035년에는 글쎄, 얼마나 남지 않았으니 지켜볼 일이다. I, Robot | 원작 Isaac Asimov | 감독 Alex Proyas | 20th Century Fox | 110 min | 2004 |
박상주 객원기자 | utopiapeople@naver.com 저작권자 2009.03.24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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