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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타임즈] 2035의 휴머노이드 사회 영화 '아이 로봇'

FERRIMAN 2009. 3. 25. 11:37

2035년의 휴머노이드 사회 영화 '아이 로봇' 속에 그려진 로봇들 2009년 03월 24일(화)

▲ 2004년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이 만든 영화 <아이, 로봇> 
과학미디어로 읽는 미래 로봇에 관한 상상력을 논하면서 로봇의 아버지,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를 건너뛸 수 없다. 위대한 작가는 이미 고인이 된 지 오래됐다. 하지만 아시모프가 과거 개념화시킨 로봇은 현재 인류에게 일종의 대안으로 다가오고, 미래 사회 희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래를 그린 수많은 작품들에 로봇이 주연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이미 수많은 문학이나 영화에서 아시모프를 이은 수많은 작가와 감독들은 보다 새로운 이미지의 로봇을 그려내면서 도래할 색다른 로봇을 디자인해왔다.

단순한 인간의 조력자로 로봇을 생각해보는 시대는 이미 오래 전에 끝났다. ‘만족할 만한’ 인공지능을 지닌 로봇은 인간 사회를 구성하는 큰 요소를 차지하고 있다. 어디까지가 ‘만족할 만한’이라고 정할 수 없기 때문에 로봇이 어느 정도까지 개발될 수 있을지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게 만족할 수 없고, 그에 따라 커지는 욕망이 보다 새로운 로봇을 디자인하게 만든다.

사람들 생각 속에서 무한히 발전을 거듭한 로봇을 두고 사람들은 색다른 고민에 빠졌다. 로봇이 인간과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할 것인가의 문제다. 인간이 인간과 어떤 관계를 만들어야 하느냐는 것이 사회적 문제다.

동일한 공간 내에서 로봇과 인간이 생활하게 되면 그 두 존재 간의 관계 설정이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제기된다. 이에 대한 중요한 화두를 던진 영화가 이다.

2035년 시카고의 휴머노이드

인간과 로봇 간의 사회적 관계 문제는 여러 주제가 함축된 문제이기 때문에 추후 폭을 넓혀 논의해 보기로 하자. 그 중심에 ‘로봇법칙’이 있다는 점만 언급해 둔다. 대신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이 2004년이 만든 영화 <아이, 로봇>이 그린 미래사회의 몇 가지 모습부터 살펴본다. 2035년의 시카고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휴머노이드 로봇이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우편배달부는 물류의 최초와 최종단계 역할을 수행한다. 누군가로부터 편지를 받아 거대한 운송수단에 이를 싣고 정해진 주소에 이를 전달하는 일이다. 여기서 우편배달부는 처음 전송자와 접촉하고 마지막 수신자와 ‘반드시’ 만나야 한다.

물론 전자우편이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이 우편물 전송의 대부분을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문서를 넘는 소포, 등기우편 등은 여전히 거대한 재래식 우편체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최초와 최종단계 말단이 산발적으로 산재한 개인들이라는 점이다. 소포를 수집하고 나눠주는 일에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우편배달부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 로봇>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 페덱스 우편배달 로봇은 충격적이다. 인간에게 필요한 로봇의 역할은 이런 것이라는 점을 임펙트 있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 <아이, 로봇>에 등장하는 우편배달 로봇 

이미 우편배달 로봇과 유사한 이동로봇은 개발돼 있다. 한정된 공간에 대한 지도를 입력하고 우편물을 놓으면 이동로봇이 장애물을 피해가면서 목적지를 찾아간다. 진행방향에 벽이 있으면 이를 우회해 다른 경로를 찾는 것도 가능하다. 움직이는 장애물, 즉 사람이나 또 다른 로봇을 발견하면 일시 정지한 뒤 다른 루트를 찾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와 같은 우편배달 로봇이 제 역할을 수행하려면 다음의 몇 가지 더 단계를 거쳐야 한다. 소포 발송처에서 연락을 받는다 → 연락지로 간다 → 연락한 사람을 찾는다 → 소포를 받은 뒤 주소를 확인한다(배달 가능성 여부를 가려야 한다) → 소포의 무게 등을 고려해 요금을 징수한다(로봇의 특성상 생략할 수도 있다) → 운송수단에 이를 싣는다.

그 뒤로 우편집결지에 소포가 도착했다고 가정하자. 대기하던 로봇은 주소를 확인한다 → 주소지로 소포를 운반한다(조금 더 효율성 있게 하려면 자신의 이동구간에 있는 가까운 수신자들을 파악해 최적의 경로를 짜야 한다) → 소포 수신자 집으로 가서 주소와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 수신자가 집에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부재 중이라면 기다릴지, 들고 돌아가야 할지, 문 앞에 두고 와야 할지, 이웃에 맡길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 → 주소가 정확해도 수신자가 과연 그 사람인지 확인해야 한다 → 수신자가 수신을 거부할 경우 어떻게 할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

우편배달 로봇이 내려야 할 결정

사람이 수행하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지만, 로봇이라면 특히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에서 주춤할 수밖에 없다. 특히 변칙적인 반응을 보이는 수신자를 만나게 되면 논리적인 혼란에 빠지게 된다.

집에 있으면서 나오지 않거나, 수신자가 아니라고 잡아떼거나, 수신자와 아는 사람이니 넘기라거나, 발신자가 모르는 사람이니 받을 수 없다는 둥… 인간 우편배달부는 화라도 낼 수 있고, 여의치 않으면 배달을 포기할 수도 있지만 로봇은 그럴 수 없기 때문에 결정하지 못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판단과 수신자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판단이 잘못되면 서비스를 제대로 할 수 없고, 수신자 개인을 식별하려면 개인정보가 광범위하게 유출되는 우려도 있다. 우편배달 노동을 줄이는 데 대한 사회적 대가다.

영화는 개를 연습시키거나, 쓰레기를 치우는 로봇 등 인간이 하기 귀찮아하는 그 모든 일을 로봇이 담당하는 사회를 그리고 있다. 심지어 바텐더 로봇도 등장한다. 인간이 수행하고 있는 각종 임무를 로봇이 수행하기 위해서는 각 노동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
 
그리고 인간이라면 다양한 환경과 변수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 예상한 답을 로봇에게 미리 줘야 한다. 답이 없다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로봇은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거나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할 수밖에 없다.

▲ 영화에서는 쓰레기를 치우는 로봇 등 인간이 하기 귀찮아 하는 모든 일을 로봇이 담당하는 사회로 그리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변수에 대한 제한할 수 없이 수많은 반응 각각을 입력하지 않을 방법이 있다. 한 가지는 학습이고, 다른 한 가지는 자율적인 판단이다.

각종 변수가 실제 생활에서 일어날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또 발생하는 빈도 역시 케이스마다 다를 것이다. 따라서 기존에 입력되지 못한 변수가 등장하면 본부의 사람에게 연락해 다음 판단을 어떻게 해야 할지 지시를 받는다. 그리고 다음에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그 기억을 되살려 대처한다.

혹은 여러 경험에 따라 학습된 로봇의 데이터를 새로운 로봇에 입력시키는 방법도 대안이다. 그러나 수많은 로봇들이 만들어놓은 수많은 경험들을 새로운 로봇에 입력시키는 것이 앞서 제기한 불필요한 학습이라는 점에서 효율적이냐는 반론도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율적인 판단을 하는 로봇을 만드는 것은 인공지능 연구의 핵심 화두다. 자율적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일은 ‘이럴 땐 이렇게’라는 지시와 다르다.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며 향후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내는 근간이 되는 논리체계다. 그런 논리 체계를 유지하려면 여러 층위를 이루는 전제나, 행동의 룰이 필요하다. 아시모프는 이 때문에 자율적인 판단을 하는 로봇을 위한 로봇법칙을 만들었다.

자율적 판단이 인공지능의 핵심 화두

논리체계가 완성되어도 해결해야 될 과제는 많다. 바로 반성과 고침 등이 그것이다. 로봇의 실제 행위가 논리체계와 연관되면 자신이 한 행동이 룰에 어긋났는지, 대전제-소전제에 어긋남이 없는지 반성해야 한다. 반성한 뒤 오류를 발견했으면 이를 고쳐야 전체적인 논리체계가 무너지지 않는다.

<아이, 로봇>에 등장하는 또 다른 볼거리는 주차시스템이다. 차량의 대수가 늘어나면서 현대인의 큰 골칫거리 중 하나가 주차공간의 확보다. 영화에서는 거대한 원형 탑에 자동차를 세로로 세우는 방식으로 주차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주차를 위한 운전을 할 필요 없이 자동차 뒤편을 걸어 세우는 방식이다. 그러나 영상에 나오는 것만으로는 주차공간이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대신 자동차를 세로로 세울 경우 이들 차량을 건물의 벽 속으로 숨길 수 있어 별도의 주차타워가 불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 공중에 화면을 뿌리는 홀로그램 

홀로그램도 등장한다. 이미 살해된 등장인물이 자신의 증언을 담은 영상을 형사에게 넘긴다. 공중에 아무런 디스플레이 장치가 없지만 손바닥에 들어오는 작은 영사기가 공중에 화면을 뿌린다는 것이다. 대단히 혁신적인 상상이지만, 현재의 기술수준으로 현실화될 수 있는 것인지 가늠하지 어렵다.

허공에 영상을 비추기 위해서는 공기 중에 빛을 반사할 만한 요소를 가려내야 한다. 이를 찾아내 각 영상의 입자 지점 찾아 맞춰줘야 한다. 공기에 대한 새로운 물리학적 발견이 전제되어야 할 텐데, 2035년에는 글쎄, 얼마나 남지 않았으니 지켜볼 일이다.

I, Robot | 원작 Isaac Asimov | 감독 Alex Proyas | 20th Century Fox | 110 min | 2004

박상주 객원기자 | utopiapeople@naver.com

저작권자 2009.03.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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