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박사는 산업소재로서의 가치에 더 주목하고 있다. 애당초 이 박사가 슈퍼 나노종이의 개발에 뛰어든 목적도 산림자원의 소재화에 있었다. 구체적으로 이 박사는 슈퍼 나노종이가 플라스틱, 금속 등의 보강재로서 커다란 효용성을 발휘할 것으로 믿고 있다. 이들 재료의 사이에 슈퍼 나노종이를 삽입하거나 표면에 부착하면 강도를 극대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플라스틱 휴대폰 케이스에 슈퍼 나노종이를 넣으면 지금보다 튼튼한 휴대폰 을 만들 수 있다. 굳이 강도 향상이 필요 없다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 케이스를 한층 박막화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기업은 원가 절감이 가능하고 국가적으로도 플 라스틱 소비가 줄어들어 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이 같은 슈퍼 나노종이의 메리트에 주목한 관련기업들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는 상태다. 이 박사는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전자기기 제조업체들이 접촉 을 해왔다"며 "LCD TV의 프레임, 컴퓨터나 휴대폰의 케이스에 슈퍼 나노종이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연구팀은 슈퍼 나노종이가 건축소재, 전자 재료, 포장재료 등으로도 널리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플라스틱 등 화학소재 사용량 줄일 수 있어
이의 일환으로 이미 서울시립대와는 리튬 이온전지의 플라스틱 분리막에 슈퍼 나노종이를 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플라스틱 분리막은 리튬이온전지 제조단가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고가여서 이 연구가 성공하면 리튬이온전지의 가격 경쟁력이 배가될 수 있을 것으로 예견된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현재 슈퍼 나노종이의 실질적인 상용화를 꾀하기 위한 기반 연구에 들어갔다. 셀룰로오스의 조건이나 농도에 따른 강도 변화 분석, 기술 경 제성 분석, 제조공정과 처리조건의 단순화, 대량 생산 기술 확보 등이 그것이다.
특히 어떤 나무에서 추출한 셀룰로오스인지에 따라 나노셀룰로오스의 인장강도에 변화가 발생하는지도 향후 파악해야할 부분이다. 나무마다 셀룰로오스에 함유된 결정질 및 비결정질 구조의 비율에 조금씩 차이가 있는 탓이다.
지금은 국내에 전문적인 셀룰로오스 제조업체가 없어 일본에서 수입한 원료로 연구를 진행했는데 일본산 활엽수라는 것 외에는 정확한 수종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박사는 "제지업체에서 사용하는 펄프를 정제하여 얻은 셀룰로오스를 이용해도 기존 결과와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는 생각지 않지만 정확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지 이 박사는 슈퍼 나노종이가 플라스틱이나 금속을 보강하는 소재이지 대체재는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다. 명칭에서 오는 이미지 탓인지 종종 슈퍼 나노 종이가 금속 대신 쓰일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자전거 제조업체가 자전거 프레임으로의 적용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다. 이 박사는 "슈퍼 나노종이는 인장강도가 강한 것이지 휨강도나 내충격성 등은 기존 종이와 큰 차이가 없 어 금속의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