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issue &] 불편한 진실 : 가엾은 우리 중소기업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inconvenient truth): 가엾은 우리 환경’은 지구촌 환경오염과 그것이 기후변화에 미칠 재앙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이 작품은 환경보호 문제를 시민운동 차원에서 주요 20개국(G20)의 정상급 어젠다로 끌어올리는 촉매역할을 했다. 나는 중소기업에 대한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 가엾은 우리 중소기업’을 제작하고 싶다.
제1막은 ‘말썽꾸러기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은 외형이 작다는 점 말고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여럿 따라붙는다. 취업이나 투자하기 두려운 리스크투성이, 대기업이 주문한 대로 납품만 하는 역량 부족아, 각종 지원책으로 끊임없이 돌봐야 하는 열등반 어린이 등이 그것이다.
제2막은 ‘중소기업은 정말 말썽꾸러기인가’라는 타이틀을 걸고 검증에 들어간다.
먼저 제2막의 1절로 리스크투성이인가? 실질 청년실업률이 20% 선을 넘는다고 하지만 나를 포함한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항상 구인난에 허덕인다. 모처럼 괜찮은 사람을 구했다 싶으면 이내 사표 내고 떠나기 일쑤다.
투자자들도 중소기업을 외면하기는 매한가지다. 어쩌다가 돈을 넣을라치면 온갖 안전·감시 장치를 요구한다. 중소기업 오너의 경영권은 안중에 없다. 때로는 업계에 문외한인 사람을 파견관으로 보내 경영에 시시콜콜 간섭하기도 한다. 중소기업은 그렇게 못 미더운 대상인가 보다.
그러나 중소기업 금융업의 성과에 대해 최근 한 글로벌 컨설팅사가 조사한 결과는 우리의 어리석음을 질타한다. 중소기업이 효자 고객군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홍콩·중국·인도 등 아시아 9개국에서 중소기업금융 역량을 갖춘 A군 금융사들은 과거 10년간 꾸준하게 이익을 창출해 왔다. 이들은 자산 대비 수익률(ROA) 기준으로 매년 1.2~0.3%의 이익률을 기록했다. 나라별로는 홍콩이 1.2%로 가장 높았고, 중국과 인도네시아가 1.0%, 인도와 태국 0.7%, 일본과 싱가포르 0.3% 등이었다.
제2막 2절, 중소기업인은 태생적으로 역량부족인가. 천신만고 끝에 신제품을 개발한 중소기업인의 기쁨은 잠깐이다. 시설자금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배신감과 허탈함만 남는다. 두 개 이상 부품을 동시에 이동시키는 산업용 로봇을 개발한 중소기업인은 과거 납품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지원을 거부당한다. 공장의 클린룸이나 병원 수술실용 모자·장갑 등의 재료로 쓰이는 무진특수지를 개발한 사업자는 전통 굴뚝산업인 제지업으로 분류된다는 이유로 역시 지원을 받지 못한다. 진짜 역량이 부족한 것은 과거실적이나 담보만 요구하며 미래 성장성을 가늠조차 하지 못하는 갑(甲)들이 아닐까?
제2막 3절,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은 부족한가. 그렇지 않다. 중앙 정부와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프로그램이 1300개를 넘는다. 그럼에도 효과가 미진한 것은 대부분 일회성·시혜성 지원책들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슷한 것 몇 개를 추가한다고 한들 별로 달라질 것은 없다. 중소기업들이 갈망하는 것은 ‘시장 베이스의 지속가능한 생태계’다. 유망한 신생 중소기업이 발굴·육성되고, 쇠퇴기 중소기업은 해외 이전, 업종 전환 등 구조조정되도록 돕는 체계적 지원시스템이 그것이다.
캐나다의 중소기업 전담 국책은행인 BDC(Business Development Bank of Canada)의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BDC는 상시 컨설팅과 밀착 맞춤형 지원을 통해 중소기업의 성공을 이끌면서 일반 상업은행을 능가하는 높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BDC의 중소기업 금융은 시혜적 지원이 아니라 윈윈의 사업모델로 정착했다. 중소기업을 말썽꾸러기로 여기는 많은 분들께 ‘불편한 진실’이다.
최명주 GK파트너스 사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