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10대 과학뉴스 중국의 희토류 자원무기화가 가시화되면서 주요 국가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 16일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은 희토류에 대한 수출 쿼터제(할당제)를 실시한 데 이어 내년 1월1일부터 일부 희토류에 대한 수출 관세를 25%로 인상할 예정이다.
중국, 2011년부터 일부 희토류 수출 관세 25%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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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용 영구자석에 적용되는 네오디뮴 | 이에 따라 전기차용 영구자석에 적용되는 네오디뮴의 수출관세는 현행 15%에서 25%로 오르며 란타늄과 세륨 등 그간 수출관세가 부과되지 않던 희토류에도 25%의 관세가 붙는다. 앞서 중국은 환경 보호와 자원 고갈 방지를 이유로 수출 할당량을 올 하반기부터 지난해의 60% 수준으로 대폭 낮췄다.
지난 9월 센카쿠 열도를 놓고 일본과 영토 분쟁을 벌이던 중국이 일본의 사실상 백기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도 희토류 금수 조치라는 초강력 카드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도요타의 프리우스 한 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희토류의 일종인 네오디듐 1kg이 필요하다. 일본은 희토류 수입의 9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자원 종속 구조이다.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된서리를 맞은 일본은 이에 대항하기 위해 최근 미국과 공동으로 연합전선을 세웠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광산업체 몰리코프와 일본 무역업체들이 손을 잡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사막에 소재한 마운트 패스 광산 재개발에 착수했다고 21일 보도했다.
마운트 패스 광산은 지난 2002년 낮은 채산성과 환경오염 문제 등으로 문을 닫은 미국 내 유일한 희토류 광산이다. 몰리코프는 향후 7년간 희토류를 일본 스미토모와 미쓰비시에 독점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오는 2012년까지 현재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15% 수준인 연간 2만t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회계감사원은 미국이 희토류 금속 공급망을 재건하려면 15년이 필요하다고 예측했다. 이어 미국의 환경 규제로 인해 생산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으며 공급망 재건을 위해 대량 자금이 생산설비, R&D 등에 투입되는 것을 전제할 때 경쟁력은 높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첨단 산업의 비타민 ‘희토류’, 중국이 전 세계 97% 공급
희토류란 원소주기율표에서 란타늄(La, 57), 세륨(Ce), 프라세오디뮴(Pr), 네오디뮴(Nd), 프로메튬(Pm), 사마륨(Sm), 유로퓸(Eu), 가돌리늄(Gd), 테르븀(Tb), 디스프로슘(Dy), 홀뮴(Ho), 에르븀(Er), 툴륨(Tm), 이테르븀(Yb), 루테튬(Lu, 71)까지 란탄계열 15개의 원소와 스칸듐(Sc, 21), 이트륨(Y, 39)을 포함한 17개 원소를 통틀어 일컫는다.
전기차의 전기모터를 구동하기 위한 영구자석, 휴대전화, 자기공명영상, 엑스레이, LED 발광 다이오드 등 첨단 산업에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산업의 비타민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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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코프 | ▲ 네오디뮴, 프라세오디뮴, 테르븀, 디스프로슘 등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휴대전화, 카메라 ▲ 프로메튬은 이동식 X-ray ▲ 스칸듐은 경기장 조명 ▲ 유로퓸, 이트륨, 테르븀, 란탄은 LED ▲ 유로퓸, 이트륨은 광섬유 ▲ 세륨, 란탄, 네오디뮴, 유로퓸은 유리 첨가제 등에 각각 적용된다.
문제는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97%를 점유하고 있을 만큼 절대적 공급자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이 희토류를 자원 무기화해 독점공급-높은 가격설정을 유지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점을 의미한다. 2009년 기준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7% (12만t 규모)를 생산했으며 매장량도 36%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은 1980년대 마운트 패스 광산을 통해 전 세계 최대의 희토류 생산 국가로 자리했지만 채산성과 환경 문제, 중국의 저렴한 희토류 물량 공세 등으로 지난 15년간 자국의 희토류 자원 개발을 중단했다. 미국은 세계에서 희토류 보유량이 세 번째로 많은 국가이다.
중국 인민일보는 2009년 중국이 한 해 동안 약 15만 톤의 희토류를 생산해 시장예측 수요량인 10만 톤을 넘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중국 내에서는 희토류가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팔린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중국이 내놓은 대응전략은 희토류에 대한 생산과 수출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중국은 2009년 ‘희토공업 발전정책’과 ‘2009~15년 희토공업발전규획’을 통해 희토업계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경쟁력 강화, 수출규모 통제, 수출관세(20%) 부과 예정, 외국자본 진입기준 강화, 희토산업 표준화 추진, 2011년 6월30일까지 희토류에 대한 새로운 탐사 및 채굴 신청 중단 등의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희토류 대체 신기술 개발에 박차가해
중국의 희토류 자원 무기화가 가시화되면서 세계 각국은 안정적 공급원 확보와 희토류를 대체할 신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테슬라 자동차회사는 인덕션 모터라는 전기자석을 개발했다. 테슬라의 전기자석은 희토류의 영구자석보다 크고 무겁지만 효율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네브라스카대 연구팀은 철, 코발트, FeCo 등을 혼합한 영구자석을 개발 중이며 델라웨어대 연구팀도 희토류 영구자석보다 효율성이 좋은 나노신물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GE는 델라웨어대의 나노물질과 비슷한 나노파우더를 개발 중이다.
희토류를 둘러싼 각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희토류는 급기야 정치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G2인 미국과 중국의 희토류 갈등은 이러한 국제사회 힘의 역학관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중미 통상무역위원회 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천더밍 중국 상무부장은 15일 희토류에 대한 미국의 제스처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희토류 둘러싸고 미-중 갈등 격화
그는 이번 중-미 회의에서 “중국은 미국에게 ‘환경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희토 생산량을 줄이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며 “일부 대국은 중국과 거의 비슷한 희토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혀 개발하지 않고 있다”고 미국 내 마운트 패스광산을 간접적으로 꼬집었다.
미-중 희토류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일본이 미국과 손을 잡고 희토류 공동대응에 나서면서 희토류 자원전쟁은 흡사 중국 대 미-일 연합의 또 다른 갈등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는 이러한 경제대국들의 파워게임에 우리나라가 무방비에 가까운 상태로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한국, 희토류 전략광종 선정… 자주개발률 상향조정
뒤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도 최근 희토류의 중요성을 재인식해 희토류의 안정적 공급확보를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정부는 희토류와 리튬을 신(新)전략광물로 선정하고 자주개발률을 크게 높이기로 했다.
지식경제부는 22일 지난해 7.3%에 그친 희토류와 리튬의 자주개발률을 오는 2019년까지 26%로 높이는 등의 내용을 담은 ‘4차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2006년 제3차 해외자원개발기본계획에서 연간 수입액이 1억 달러 미만으로 낮아졌다는 이유로 희토류를 전략광종에서 제외시킨 바 있다.
정부는 희토류의 중국 의존도를 극복하기 위해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등 리튬 삼각지대와 중앙아시아 희토류 개발에 적극 진출할 계획이다. 또한 국내에서도 가능성이 있는 11개의 희유금속 유망 부족지역 탐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25일 비축이 가능한 규모의 희유금속 전용 비축기지를 내년 하반기까지 완공하고 비축 규모도 올해 8.1일분에서 내년에는 13.5일분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