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자석’이라 하면 딱딱하고 외형이 고정적인 고체 금속 자석을 생각하기 쉽다. 또한 그 자석에 달라붙는 물질도 쇠붙이와 같은 고체형태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자성은 고체만이 가지는 전유물은 아니다. 액체의 상태로 자성을 가지는 자성유체 또한 존재한다. 일본의 예술작가인 사치코 코다마(Sachiko Kodama)는 이 자성유체를 이용한 예술작품으로 유명하다. 액체가 자성에 이끌려 독특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는 것을 이용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예술작품의 소재로 이용되는 자성유체는 이는 비단 예술작품뿐만이 아니라 더욱 폭넓고 유용한 사용이 가능하다.
최근 이 자성유체를 이용한 렌즈 제작법이 개발되면서 획기적인 시력교정법을 제시하기도 했으며, 그 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이용되거나 연구되고 있다.
특수 처리한 강자성 나노입자로 자성유체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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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성유체가 자석에 반응하는 모습 ⓒdaynoir | 자성유체는 사실 특정 액체 자체가 자성을 띄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노기술을 이용해 유체에 인위적으로 자성을 부여한 것이다. 여기에 사용되는 것을 ‘자성나노입자’라고 한다.
단순히 자성나노입자를 액체에 섞는다고 자성유체가 되는 것은 아니다. 10nm의 크기까지 입자를 분해해 유체에 분산시켜 유체 자체가 자성을 띈 듯 보이게 하는 것이 바로 자성유체다. 이에 이들은 자석과 같은 성질을 띠면서도 액체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미세입자의 특성상 이들은 유체 안에서 브라운운동을 하게 된다. 브라운 운동은 미세한 입자들이 스스로 계속해서 운동하려는 성질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매우 불규칙한 운동이다. 이에 자성유체 안의 나노입자들은 자성유체가 어떤 운동 상태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 밀도나 특성이 유지될 수 있다.
물론 아무리 작은 나노입자라 할지라도 자성을 띈 금속입자가 유체 속에 골고루 분산돼 있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입자들이 쉽게 가라앉거나 한 곳에 밀집돼 있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유체가 전체적으로 자성을 띄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로 인한 효과도 미미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성유체에 사용하는 것이 계면활성제다. 계면활성제는 유체의 표면장력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해 이물질이 유체 속에 쉽게 분산되게 만든다. 자성나노입자에 이 계면활성제를 입히게 되면, 기반 유체와의 친화력을 가져 잘 섞여 들어가게 된다. 또한 계면활성제간의 반발력이 작용해 자성나노입자들끼리의 응집도 방지할 수 있다.
이 자성유체에 자석을 갖다대거나 자기장을 걸어줬을 때, 그 자기력의 세기에 따라 유체는 자석 쪽으로 움직여 모양을 변화하게 된다.
자성유체를 이용한 여러 연구와 이용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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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성유체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모습 때문에 예술작품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Error406 | 이 자성유체는 1965년, 미국이 실행한 아폴로계획의 일환으로 처음 개발됐다.
자성유체에 자기장을 걸어 막의 형태를 띠게 하면 진공을 유지하고 이물질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막는데 매우 좋은 효과를 보인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이는 진공을 유지하거나 물질출입을 조절하기 위해 우주선 안팎이나 우주복에 이용한다. 또한 무중력 상태인 우주공간에서도 효율적인 연료 주입 등을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자성유체는 보통 그 효과적인 밀폐성을 이용해 씰(seal)로써 이용한다. 이를 ‘자성유체 씰’이라 하며 이것은 우주선이나 우주복 외에도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방진용, 반도체 제조 시 진공 씰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외에도 LCD나 스피커 등에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향후 연구, 개발 가치가 높은 소재로 평가되기도 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이 자성유체를 이용한 렌즈를 개발하기도 했다. 렌셀레어공과대의 아미르 헐사(Amir Hirsa) 교수와 동료들은 자성유체를 이용해 렌즈를 제작할 수 있는 장비를 만들었다.
먼저 물로 가득 채운 공간을 구멍이 있는 막을 이용해 둘로 나눈다. 그 후 구멍을 자성유체와 렌즈를 만드는 1-메틸나프탈렌으로 채운다. 그 후 자기장을 이용해 자성유체의 형태를 조절하게 되면 그것이 채워진 물에 압력을 작용해 같은 모양의 렌즈를 만들어내게 되는 것이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여러 이점을 얻을 수 있다. 우선 렌즈를 직접 조작하지 않아도 매우 정교하고 정확한 제작이 가능하다. 또한 자기장을 조절해 자기유체의 형태를 변화시키면서 원하는 대로 곡률 조절이 가능하다. 영국 헐(Hull)대의 미세유체학 전문가 니콜 팜(Nicole Pamme)은 이에 대해 “장비 내부를 조작하지 않고 다른 위치에 있는 것을 움직임으로써 정확하고 정교한 렌즈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방법을 사용한다면 정교함이 필요한 다른 분야에서도 얼마든지 사용이 가능해 그 가치가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자성유체는 자기력이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이용해 세포 구조를 형성시키거나 혈관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등의 연구에 이용되고 있기도 하다. 자성유체는 이런 과정상에 도움을 주며 이 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인간의 조직이나 장기들을 제작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다.
유체는 담는 용기에 따라 그 형태가 자유자재로 변화하면서도 씰의 재료로 사용할 만큼 밀폐성이 좋다. 하지만 그 자유로운 형태의 변화를 인위적으로 조절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용이 쉽지 않다. 반면 자기장을 이용해 조작이 가능한 자성유체의 경우는 이런 단점을 극복하고 여러 분야에 이용할 수 있다. 현재는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소량으로 사용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생체연구, 예술작품 등 그 응용의 길은 매우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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