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세상

[사이언스타임즈] 착시예술-창의력

FERRIMAN 2011. 2. 17. 10:34


3차원 녹인 평면, 내 눈도 속을까? 치밀한 계산으로 무한한 잠재력과 창의성 선보여 2011년 02월 17일(목)
창의력과 상상력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창의적 지식인’의 시대가 도래했다. 과학과 예술은 창조적인 활동이라는 점에서 동일한 지향점을 갖고 있다. 이에 ‘과학예술융합교육(STEA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s & Mathematics)’이 강화되는 등 과학과 예술의 융합 바람을 타고 탄생한 예술작품과 그 안에 숨겨진 과학적 원리 알아보는 ‘Science in Art’를 연속 게재한다. [편집자 註]

Science in Art 지난 10월 인기 그룹 ‘카라’는 미니앨범 4집 ‘점핑’(JUMPING)의 자켓을 옵아트로 단장해 발매했다. “도시적이고 시크하면서도 모던한 이미지를 나타내려 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

이처럼 현대적 느낌의 옵아트 작품들은 점들 사이의 밀도를 변화시켜 뱅뱅 돌거나 속으로 빨려들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때로는 사각의 바둑판 무늬와 단순한 평행선을 나열하거나 동심원 같은 구의 형태를 반복적으로 사용해 그림에 입체감과 운동감을 표현하는 에너지를 불어넣기도 한다.

사실 물리적으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선들이지만 우리의 망막에서 일어나는 잔상효과로 인해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이처럼 우리의 눈을 속여 또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예술작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세상을 다르게 보는 또 하나의 눈

▲ 김상윤 작가의 ‘뮤직 홀(A music hall)’ 

김상윤 작가는 이러한 착시 현상을 이용해 ‘뮤직 홀(A music hall)’과 ‘사중주(Quartet)’에서 리듬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표현했다. 평소 음악을 좋아했던 그는 “음악 속의 다양한 리듬을 2차원인 평면에서 시도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선명한 색선을 이용한 착시효과를 토대로 음악적인 리듬을 표현했다. 다양한 변주곡처럼 형형색색의 선들이 입체적으로 표현되거나 모두 다른 색상과 방향감, 길이를 지닌 채 반복적으로 나타나면서 착시 현상을 일으켜 시각적인 즐거움을 준다.

작품 속에서 그가 주목한 것은 옵아트가 갖고 있는 ‘상호작용’이었다. 형태와 색채의 정밀한 조작을 통한 원근법상의 착시나 색채의 장력(張力)을 이용해 관람객은 또 다른 세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평면의 종이에 2차원적인 그림만을 담아오던 예술가들은 어느 순간 같은 평면에 3차원의 세계를 담아내기 시작했다. 그 것이 시간이 흘러 입체파를 중심으로 시각적인 눈속임 효과를 유도하는 추상예술인 옵아트(Optical Art)를 낳은 것이다. 요즘 대두되고 있는 ‘인터랙티브 아트’의 조상격인 것.

▲ 원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듯한 착각이 든다. 

위에 보이는 그림의 가운데 선을 20초 간 계속 응시하면 주위에 있는 원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듯한 착각이 든다. 이는 눈에 의한 관성의 법칙 때문이다. 시각세포들은 한쪽 방향과 반대쪽 방향을 인지하고 처리하는 정보 시스템이 함께 묶여있다.

그래서 한쪽 방향의 자극만 받게 되면 반대 방향을 담당하는 시각세포가 피로해지고 자극이 정지되면 반대방향으로 정지된 그림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분명 정지해있는 그림이지만 눈으로 볼 때는 마치 움직임이 있는 듯 하다.

옵아트에 숨겨진 치밀한 계산

▲ 빅토르 바자렐리의 ‘Pal ket’ 

옵아트를 대표하는 작가, 빅토르 바자렐리(Victor Vasarely)는 보라색과 파랑색, 초록색을 이용해 기하학적 형태들을 마치 바둑판의 무늬처럼 정교하게 배치했다. 바자렐리는 평행선과 바둑판 무늬, 동심와 같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형태를 배치했는데 그 속에는 치밀한 계산이 숨어있다.

자, 그림의 중앙에 가로와 세로로 중심선을 그어보자. 그러면 좌우와 상하가 정확히 대칭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원의 크기가 중심에서 가장자리로 갈수록 작게 그려지면서 약간씩 모양을 일그러뜨려 입체적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직선을 활용한 점도 찾을 수 있다. 두개의 직선이 똑같은 길이를 갖고 있더라도 세로로 그리는 것이 가로로 그리는 것보다 훨씬 길어 보인다. 이러한 점을 이용해 그는 바깥쪽으로 갈수록 간격을 좁혀 도형에 입체감을 불어넣었다.

착시의 환상적인 예술세계

이런 옵아트에 현대의 첨단 기술이 합쳐지면 그 결과는 어떨까? 상상치 못했던 다양한 눈속임 장치들이 생겨난다. 이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공간을 형성하며 관람객들로 하여금 환상적인 착시의 세계로 안내하기에 충분하다.

▲ 임정은 작가의 ‘사각형의 변주 0701’ 

임정은 작가의 ‘사각형의 변주 0701’은 작품의 가장 윗부분에는 거울이, 그 아래에는 같은 크기의 색유리판들이 공 같은 모습으로 배열돼 있다. 유리와 거울의 혼합재료로 제작된 작품은 사방에서 비춰오는 조명의 방향과 세기에 따라 서로 중첩된 다양한 빛깔의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임 작가는 5밀리미터의 유리판에 큰 면 입방체를 그려 넣었다. 그런데 작품에서 착시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단순하게 한 색으로 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유리판의 앞 뒤로 붓 칠을 해서 원래의 색이 비춰지지 않게 했기 때문. 작가는 “복잡한 계산 후에 작품의 중간 쪽을 반쪽만 그려 넣었는데, 이로 인해 유리판에 그려진 반쪽 입방체와 그림자로 만들어진 반쪽 이미지가 합쳐져 하나의 입방체로 보이는 또 다른 착시가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3차원의 입방체가 2차원의 평면으로 변형되고, 빛에 의해 서로 겹쳐지면서 새로운 다중적 현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림자는 검정’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졌다면 이제 그만 벗어나 보자. 이 작품에서는 형형색색의 그림자가 창조되기 때문.

꽁꽁 숨거나 드러내는 트릭아트

▲ 김미정 작가의 ‘숨기다’ 

김미정 작가의 ‘숨기다’는 옵아트 형식을 차용해 숨고자 하는 작가 자신의 마음 속 열망을 드러냈다. 흰색과 검정색의 반복되는 교차로 이뤄진 평편한 배경 앞에 서있는 인물은 자신을 위장하기 위해 배경과 같은 무늬를 이용한다. 이는 도시의 거대한 빌딩 숲에 놓여진 인간의 모습이기도 하다.

나인주 작가의 ‘웜홀(wormhole)’은 사실 박스형의 네모난 공간에 설치된 작품이지만 어두운 배경과 휘어진 타원형을 이루는 형광색의 곡선에 의해 공간이 굽어보인다. 또한 찌그러진 원형 아크릴판이 휘어진 곡선들을 따라 어두운 구석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면 관람객 자신까지도 그 안으로 빨려 들어 갈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된다.

이 작품에 사용된 블랙라이트는 일반 조명기의 조광원리에 자외선을 사용한다. 그러나 특수한 UA반사기를 사용해 자외선 광선의 효과를 증폭시킨다. 블랙라이트가 방출하는 자외선은 파장이 290~400나노미터 정도로 짧아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형광안료를 바른 물체에 블랙라이트를 비추면, 형광 안료가 자외선을 흡수한 뒤 그보다 파장이 긴 가시광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우리 눈에 보이게 된다.

▲ 나인주 작가의 ‘웜홀(wormhole)’ 

트릭아트 속 주인공은 바로 관람객

▲ 착시예술을 즐기는 관람객 

이러한 착시예술이 이제 작품 속으로 관람객을 초대하고 있다. 대중적 성격을 가미한 것 답게 전시가 열리는 날이면 사진을 찍으려는 관람객들로 발 딛을 틈이 없다.

트릭아트(TRICK ART)의 예술작품은 극 사실주의 작품 위에 특수한 도료를 덧칠한다. 때문에 빛의 굴절과 거리에 따라 보는 사람에게 시각적 착각을 일으켜 관람객들은 벽을 뚫고 나온 것 같은 3차원의 살아있는 듯한 작품을 경험할 수 있다. 게다가 관람객은 작품 앞에서 포즈를 잡으며 마치 작품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카스티야의 들’을 지은 에스파냐의 시인 마차도(Machado)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려면 두 눈을 떠야만 한다. 실제와 다르게 보려면 더 크게, 실제보다 더 좋게 보려면 완전히 두 눈을 떠야만 한다”고 말했다. ‘보이는 것이 전부다’라고 생각했던 우리에게 옵아트는 시각적인 착각을 활용해 생각의 무한한 잠재력과 확장 능력을 선사한다. 이때 예술은 우리의 눈이 완전해 지도록 도와주는 또 다른 눈이다.

▲ 착시예술은 관람객을 주인공으로 만든다. 

이지연 기자 | ljypop@kofac.or.kr

저작권자 2011.02.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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