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창의 칼럼 나는 대학 다닐 때까지 수많은 수식을 풀었던 것 같다. 많은 방정식을 세우고 풀었고, 미분 적분도 계산했고 삼각함수도 배웠다. 그런데 그것들이 실제 생활에서 어떻게 이용되는지 깨닫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였다.
미분 적분을 왜 공부하는지 알게 된 것은 물리공부를 하면서 속도와 가속도를 배우면서 “아하~ 그렇구나!”하며 알았던 기억이 새롭다. 삼각함수를 배우는 이유를 알게 된 것은 대학에 들어가서였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도 내가 공부하던 시절과 비교하여 별로 달라져 보이지 않다. 오히려 선다형시험이 만연하다보니 더 악화된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중·고등학생들은 왜 배우는지도 모르면서 시험에 나오니까 그냥 외우고 공식에 대입하여 푸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기대하는 교육의 효과가 있을 리 없다. 조사에 의하면 초등학교 학생의 과학에 대한 호기심이 고등학교로 갈수록 현격하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교육 방식을 계속 고집하면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것이다.
이해력, 호기심, 잠재력을 위한 과학 교육
과학 교육의 기본적인 목표가 무엇일까? 첫째, 학생들에게 과학에 대한 ‘이해력’을 높여주는 것이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사물과 그것이 움직이는 원리를 이해하게 도와준다. 그러면 학생들은 자연의 원리를 이용하여 실생활에 유용한 도구나 기구를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낼 수 있게 될 것이다.
둘째로는 학생들에게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학생들이 자연계에 존재하는 사물에 대하여 새로운 응용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서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호기심은 학생들이 사물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생각을 하게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러한 호기심을 유발하려면 흥미로워야 한다.
셋째의 목적은 과학기술에 대한 ‘잠재력’을 발견하고 길러주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이 타고난 재능을 모두 깨닫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실례로 나의 누님은 50이 넘어서 전업 주부에서 직업 전선으로 뛰어들어 성공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본인은 말한다. “나에게 이런 재능이 있는 줄은 50년을 살았어도 몰랐다. 이것을 썩히고 죽었더라면 얼마나 억울했을까?”
과학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발굴하여 그 재능을 길러주면, 본인은 물론 국가와 인류를 위하여 다행한 일이 된다.
STEAM by RST
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 and Mathematic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종래에 하던 수학·과학 교육방식에서 인접 분야와 함께 가르쳐서 교육 효과를 올리자는 제안이다. STEAM은 과학을 가르칠 때 과학만 가르치지 않는다. 그와 관련되는 기술과 예술도 함께 가르쳐서 학생들에게 이해력을 높이고 호기심도 불러일으키면서 융복합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순수 과학뿐만 아니라 실용적인 기술을 접하는 것이 과학에 대한 이해와 흥미를 유발하고, 향후 과학기술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과학적인 창의성을 개발하려면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적인 교육이 필요하고 교실 밖의 활동을 장려해야 한다. 한가지 활동만으로는 사고의 폭이 좁아지고 융통성이 적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 어렵다. 또한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을 길러주기 위하여 미래학을 접하게 해준다.
그래서 나는 RST에 의한 STEAM을 제안하고자 한다. RST는 Reverse Science from Technology의 약자이다. 중·고등학교에서 기초 수학과 과학을 배운 후에 대학이나 대학원에 가서 공학과 기술을 배우는 것이 현재의 교육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의 역발상으로 기술에서 출발하여 기초 과학을 배우는 ‘거꾸로 과학’을 의미한다.
흥미있는 기술을 배우고, 그것의 기초가 되는 수학·과학을 배우면, 수학·과학이 어떻게 이용되는지 알게 되어 이해가 잘 될 것이다. 물론, 기초 수학·과학을 먼저 배우는 현 교육 체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양방향 교육 방식이 상호 보완적이되도록 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첨단 제품에서 시작하는 RST
RST(Reverse Science from Technology; 이하 RST)는 첨단 기술 제품의 기본 원리를 가르친다. 아울러 각 부품의 기능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시스템을 이해한다. 그러면서 어느 한 가지 부품만 작동해서는 안되고 종합적으로 협조하게 만드는 ‘시스템적 생각’을 배우게 한다. 각 부품이 연계되고 인간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통합적 시스템과 디자인을 배운다.
편리성과 함께 아름다운 디자인이 얼마나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가도 배운다. 세계적인 제품 중에는 특정한 스토리가 제품과 연결되어 있고, 그 스토리 때문에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
문화·역사적인 스토리가 담겨있는 제품은 생명력이 길고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제품의 기능적인 측면에는 별 차이가 없지만 브랜드 때문에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제품이 단순한 과학기술만의 산물이라기보다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의 융합적인 산물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