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우주 항공

[사이언스타임즈] 아르케 자연과 우주

FERRIMAN 2012. 2. 8. 11:01


명화 속 과학, ‘전원 음악회’ 4원소를 의인화해 표현 2012년 02월 08일(수)

소크라테스 이전의 학자들은 자연과 우주의 조화를 불, 공기, 흙, 물 4원소로 설명했다. 또한 인간의 기질 역시 4계절과 연관시켜 물은 겨울과 냉담한 기질, 불은 여름과 까칠한 기질, 흙은 가을과 우울한 기질, 공기는 봄과 쾌활한 기질을 나타내기도 했다.

각 원소들을 행성의 신과 연관시켜

인간과 우주의 관계가 유사하다고 보는 학설에 아리스토텔레스는 다섯 번째 원소를 덧붙였다. 즉 제5원소 에테르다. 비물질적이고 영적인 존재 에테르가 우주에 가득 차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따라서 고전 시대에는 각 원소들을 행성의 신들과 연관시켰는데, 유피테르(목성)는 공기, 넵투누스(해왕성)는 물, 플루트(명왕성)는 흙, 불카누스(불칸행성)는 불을 상징한다.

▲ <전원 음악회> : 1510년경, 캔버스에 유채, 110138,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 

제4원소를 의인화해 표현하고 있는 작품을 꼽으라고 한다면 티치아노의 ‘전원 음악회’다. 젊은 시인이 목동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장면을 표현하고 있는 이 작품은 우주의 질서를 나타내고 있는 여러 가지 알레고리가 숨겨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먼저 루트를 들고 있는 붉은 옷을 입은 젊은 연주자는 불을 상징한다. 피타고라스주의의 교리에 따르면 우주는 수학과 음악적 조화에 의해 지배된다고 한다. 루트는 뒷모습만 보이고 있는 여자가 연주하고 있는 플루트와 함께 음악회를 나타내는데, 실제로 루트와 플루트는 주로 듀엣으로 연주하기 때문이다.

티치아노는 베네치아 인문주의학자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학설을 의인화시켜 여성들로 표현하고 있다. 플루트를 연주하고 있는 여성은 흙을 상징하고 우물가에서 병을 들고 있는 여인은 물을 상징하며, 화면 오른쪽 배경에 보이는 양치기의 흐트러진 머리는 공기를 의인화한 것이다.

티치아노는 우주를 구성하는 원소들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알레고리를 배치했다. 악기를 연주하는 젊은 남자는 꿈꾸는 사랑을, 플루트를 연주하는 여인은 미를, 물병을 들고 있는 여인은 절제를 상징한다. 물과 포도주를 담을 수 있는 물병은 오래 전부터 절제를 나타내왔다.

또한 이 작품에서 남자들이 상징하고 있는 것은 현실이며, 여인들은 상상의 세계를 의미한다. 따라서 여인은 초월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남자들은 그녀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는 것이다.

티치아노는 남자와 여자의 대비를 통해 현실과 상상의 차이를 표현하면서도 인간적인 면을 강조하기 위해 전원적인 배경에 양떼와 양치기를 배치했다. 또한 세속적인 것을 나타내기 위해 마을을 그려 넣었다.

터치아노 베첼리오(1487~1576)의 이 작품은 1504년 발표한 총 6편으로 구성돼 있는 산나차로의 시 '아르카니아'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티치아노는 ‘나폴레텐의 아름다운 처녀를 사랑한 젊은 귀족인 산나차로는 고대 악기인 리라를 연주하며 자신의 이루어질 수 없는 애달픈 사랑의 연가를 양치기에게 들려주었다’라는 시의 한 장면을 표현했다. 하지만 그는 시의 내용을 그대로 재현하지는 않고 악기를 루트로 바뀌고 주인공도 시인으로 표현했다.

이 작품은 한때 티치아노의 스승이었던 조르조네의 작품으로 여겨졌다. 오늘날 그의 작품이라고 결론짓고 있는 것은 인물 윤곽선의 음영을 표현하는 방식, 산란되는 빛에 의한 색의 변화가 티치아노만의 고유한 표현방식이기 때문이다.

박희숙 서양화가, 미술칼럼니스트

저작권자 2012.02.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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