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도 선흘곶자왈 안은 선선하다. 평지로는 제주에서 가장 넓은 상록활엽수 숲이다.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아 휴일에도 지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래서 더 고요하고 신비롭다. [박종근 기자]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드디어 1박2일 팀이 바다 건너 제주도를 다녀왔습니다. 놀거리와 먹을거리 많은 제주지만 이번엔 조금 진지한 테마를 잡았습니다. 바로 ‘생태관광’입니다. 단순히 풍물을 보고 즐기는 관광이 아니라 생태계 보호의 필요성을 직접 체험하는 여행입니다. 왜 하필 제주냐고요? 오는 9월 이곳에서 ‘2012 세계자연보전총회’가 열리거든요. 전 세계 180개국 1만여 명이 제주를 방문해 생태체험 코스를 돌아본다고 합니다. 그러니 그 전에 저희가 먼저 달려가 그 신비로운 생태코스를 둘러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었습니다. 올레길을 사랑하는 모든 분께 제주의 또 다른 보물, 때 묻지 않은 생태계를 소개합니다.
7:30~ 제주도로 고고씽
독성이 강한 천남성. ‘어버이날’ 직전 휴일인 지난 6일. 김포공항은 가족 단위 여행객들로 북적북적했다. ‘아버님 이쪽요!’ ‘○○야, 어디 가지 말고 거기 있어.’ 새삼 제주의 인기를 실감한다. 출발시간이 다가오자 30, 40대 기자들의 마음도 ‘떴다 떳다 비행기’를 부르던 시절처럼 들뜬다. “여권 없으면 비행기 못 탄다.” “액체류는 전부 압수야.” 썰렁한 농담과 웃음이 오간다. 김호준 기자만 “전 무서워요”라며 표정이 어둡다. 얼마나 못 타봤으면…. 아침 8시10분 제주행 제주항공 비행기가 출발한다. 이번 1박2일은 생태관광. 이번 여행엔 종이컵 사용을 자제하자는 얘기도 나눴다. 앗? 그런데 기내 음료수 컵이 종이컵이다. 승무원이 커피 포트를 들고 오자 이은주 기자가 말한다. “다들 컵 쓰지 말고 그냥 입 벌려 받아 마시자!” 이 와중에 흐르는 기내 방송. “승객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곧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오니….” 정확히 이륙한 지 45분 만에 활주로가 보인다. 참 가까운 제주.
9:20~10:50 점심식사 우진해장국
동백동산 먼물깍에 살고 있는 아기 누룩뱀. 공항에 도착하자 눈부신 햇살이 ‘육지 사람’들을 반긴다. 12인승 승합차를 빌리기로 했는데 하필 1종 운전면허 소지자인 이세영 기자가 사라졌다. 휴대전화도 안 받는다. 다들 걱정하는데 20분 만에 나타나 “자외선 차단되는 비비(BB)크림 바르고 왔다”며 손바닥으로 피부를 두드린다. 해마다 사내 축구선수로 활약할 만큼 남자다운 그가 제일 무서워하는 게 있었으니, 그게 바로 자외선이다. 아침 겸 점심식사 장소로 고른 곳은 제주 전통 육개장으로 유명한 우진해장국. 공항에서 차로 10~15분 거리다. 제주육개장(6000원)은 제주도산 고사리와 돼지고기를 잘게 다지고 찢어서 푹 끓여 나오는데 수프처럼 걸쭉하다. 첫 맛은 살짝 기름지지만 뒷맛은 고사리 향이 퍼지며 깔끔하다. 한 입 가득 떠 넣고 반찬으로 나온 부추김치와 함께 넘기니 환상의 조합이다. 누군가 “고사리는 정력감퇴제”라는 말을 흘려봤지만 박종근 기자가 “다 헛소문이야. 제주산 고사리는 임금님 진상품이었어”라며 단칼에 자른다. 이 집의 또 다른 별미는 녹두빈대떡(1만2000원)이다. 재료는 녹두와 고추, 대파뿐. 부들부들 콩비지처럼 한없이 부드럽고 고소하다. 평소 음식평이 박한 박 기자마저 “녹두전을 이렇게 맛있게 먹어본 적이 없다”며 극찬한다.
11:30~14:30 거문오름 탐방
연 그대로 익은 달디단 딸기. 제주는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는 섬이다. 해안가를 따라 즐비한 해수욕장과 리조트들, 박물관들이 밝음이라면 중산간 지대의 깊은 숲은 어둠이다. 기자들의 목적지는 그 어둠의 핵심인 ‘거문오름’이다. 천연 원시림이자 360개의 오름 중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하루에 7회, 30~40여 명이 한 팀을 이뤄 입장한다. 제주공항에서 거문오름 탐방안내소까지는 약 50분 거리. 이곳은 25만 년 전 화산활동으로 생긴 분화구다. 그 안에 들어찬 숲의 색이 검고 범상치 않은 기운이 돈다 해서 ‘거문’이란 이름을 얻었다.
드디어 탐방 시작! 발 아래 도글도글 ‘송이(붉은 화산재가 뭉친 작은 돌)’들이 구른다. “히야~~!” 사람들의 탄성이 터져나온다. 하늘 빛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한 삼나무 숲, 온통 푸른 이끼로 뒤덮인 바위와 그 바위를 휘감고 자라는 어마어마한 나무들, 도시인은 결코 본 적이 없는 갖가지 야생화와 야생초들…. 저 사이로 팔다리 길고 시퍼런 생명체만 ‘휘리릭~’ 지나가면 곧바로 영화 ‘아바타’의 한 장면이다. 휴대전화마저 불통이지만 누구 하나 불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