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인회의가 발표한 올 6월 다섯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엔 이런 책들이 올라 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1위), 『스님의 주례사』(2위), 『엄마 수업』(8위), 『방황해도 괜찮아』(11위),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12위). 모두 스님들의 저작이다. 1위는 혜민, 2·8·11위는 법륜, 12위는 정목 스님이 썼다. 지은이 말고도 공통점은 또 있다. 하나같이 위로의 말씀을 전하는 책이다. 바쁘게 쫓기듯 허덕이며 살지 말고, 잠시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거나 한 발짝 물러서보라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전남 장흥 우드랜드의 풍욕장 ‘비비 에코토피아’. 황석연(31·왼쪽)·최유진(28)씨 부부가 종이옷을 입고 바위 위에 앉아 산바람을 흠뻑 맞고 있다. 편백향이 은은하게 실려 더없이 상쾌한 바람이다.
#지난 6월 27일 한국프레스센터. 산림청이 ‘산림치유 활성화 추진계획’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산림청은 이날 산림치유의 효과를 줄줄이 열거하며 2017년까지 산림치유 서비스 수혜자 100만 명을 목표로 한 다양한 정책을 발표했다. 산림청 전범권 산림이용국장은 “현재 3개에 불과한 ‘치유의 숲’을 34개로 늘리고 산림치유지도사 500명을 육성하며 1600억원을 들여 경북 영주·예천 지역에 국립 백두대간 테라피단지를 조성하겠다”고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했다.
어느날 문득 ‘치유’란 낱말이 밥상머리 대화에 올라왔다. 치유는 본래 자연요법이나 대체요법에서 사용하던 어휘다. 서양의학의 ‘치료(Treatment)’와 구분되는 의미로 ‘테라피(Theraphy)’ 또는 ‘힐링(Healing)’의 번역어였다. 한데 요즘엔 힐링으로 통일되는 분위기다. 올해 서점가를 달군 힐링 서적을 비롯해 힐링투어·힐링캠프·힐링푸드·힐링무비까지, 너나 할 것 없이 힐링을 팔고 있다. 테라피가 아니라 힐링으로 정리되면서 요즘 치유는 위안에 가까운 개념으로 쓰인다.
여행 레저 부문도 힐링이 대세다. 정부에서는 산림청의 행보가 돋보인다. 에코힐링투어(Eco-Healing Tour)가 숲에서만 가능한 건 아닌데, 면역력 증대 등 숲이 지닌 치유 기능을 적극 활용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달 올여름 휴가 트렌드가 힐링이라며 발 빠르게 힐링 바캉스 명소를 추천했고, 전라남도도 지난달 25일 ‘자연치유의 땅 전남 선포식’을 열어 최근의 힐링투어 열풍에 동참했다.
십여 년 전. 우리 사회는 웰빙(Well-Being) 신드롬에 빠졌다. 몸에 좋은 여행, 몸에 좋은 음식이 시대의 화두처럼 떠받들어졌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시절 웰빙에는 ‘고급스러움(Luxury)’을 찾는 사회의 들뜬 기운이 묻어 있었던 것 같다.
오늘날 힐링에는 안쓰러운 무언가가 배어 있다. 경쟁에 몰리고 일상에 찌든 현대인의 처진 어깨와 긴 한숨이 스며 있다. 시대 흐름에 기댄 어쭙잖은 힐링투어를 걸러내고 진솔한 힐링투어를 소개하자는 게 이번 주 week&의 바람이었는데, 여행에서도 위로를 받으려는 우리네 형편이 읽혀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그래도 좋게 생각하자. 여행이 치유 아니던가.
글=손민호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지난 6월 27일 한국프레스센터. 산림청이 ‘산림치유 활성화 추진계획’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산림청은 이날 산림치유의 효과를 줄줄이 열거하며 2017년까지 산림치유 서비스 수혜자 100만 명을 목표로 한 다양한 정책을 발표했다. 산림청 전범권 산림이용국장은 “현재 3개에 불과한 ‘치유의 숲’을 34개로 늘리고 산림치유지도사 500명을 육성하며 1600억원을 들여 경북 영주·예천 지역에 국립 백두대간 테라피단지를 조성하겠다”고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했다.
어느날 문득 ‘치유’란 낱말이 밥상머리 대화에 올라왔다. 치유는 본래 자연요법이나 대체요법에서 사용하던 어휘다. 서양의학의 ‘치료(Treatment)’와 구분되는 의미로 ‘테라피(Theraphy)’ 또는 ‘힐링(Healing)’의 번역어였다. 한데 요즘엔 힐링으로 통일되는 분위기다. 올해 서점가를 달군 힐링 서적을 비롯해 힐링투어·힐링캠프·힐링푸드·힐링무비까지, 너나 할 것 없이 힐링을 팔고 있다. 테라피가 아니라 힐링으로 정리되면서 요즘 치유는 위안에 가까운 개념으로 쓰인다.

십여 년 전. 우리 사회는 웰빙(Well-Being) 신드롬에 빠졌다. 몸에 좋은 여행, 몸에 좋은 음식이 시대의 화두처럼 떠받들어졌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시절 웰빙에는 ‘고급스러움(Luxury)’을 찾는 사회의 들뜬 기운이 묻어 있었던 것 같다.
오늘날 힐링에는 안쓰러운 무언가가 배어 있다. 경쟁에 몰리고 일상에 찌든 현대인의 처진 어깨와 긴 한숨이 스며 있다. 시대 흐름에 기댄 어쭙잖은 힐링투어를 걸러내고 진솔한 힐링투어를 소개하자는 게 이번 주 week&의 바람이었는데, 여행에서도 위로를 받으려는 우리네 형편이 읽혀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그래도 좋게 생각하자. 여행이 치유 아니던가.
사진=신동연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