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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타임즈] 2013년 과학기술 10대 뉴스

FERRIMAN 2013. 12. 30. 10:50


창조경제의 산실 ‘미래창조과학부’ ‘2013 과학기술 10대 뉴스’ (하) 2013년 12월 30일(월)

올해 있었던 과학기술계의 굵직한 사건들을 정리한 ‘2013년 과학기술 10대 뉴스’가 발표되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이하 과총)는 최근 5천437명의 과학기술인과 국민들의 투표를 거친 후 10개의 과학기술 뉴스를 발표했다.

▲ 지난 4월 19일 거행된 현판식을 통해 '미래창조과학부'가 새롭게 출발했다.  ⓒ미래창조과학부
1위는 지난 1월 성공한 ‘나로호의 3차 발사’가 선정되었다. 2위는 국내 가전사의 ‘곡면 OLED TV’, 3위는 한국인 연구자가 개발한 ‘뇌를 투명하게 보는 기술’, 4위는 국내 신약으로 탄생할 ‘폐암과 유방암 차단 신물질’, 5위는 전력 수급문제를 촉발시킨 ‘원자력발전소 비리 문제’가 꼽혔다.

이어 6위는 ‘나노입자 기반 슈퍼렌즈 개발’, 7위는 ‘초광각 곤충 눈 카메라 개발’, 8위는 ‘호프스타터의 나비 구현’, 9위는 ‘미래창조과학부 출범’, 10위는 ‘베트남 V-KIST 설립’이 순위에 올랐다. 이번에는 6위부터 10위까지를 살펴본다.

한국인 연구자가 개발한 광학기술 두각

10대 뉴스의 6위와 7위는 우리나라 연구자들이 개발한 광학 관련기술이 차지했다. 지난 4월 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에 게재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박용근·조용훈 교수 연구진이 개발한 새로운 개념의 슈퍼렌즈 기술이 첫 번째 주인공이다.

물체를 또렷하게 보려면 빛이 한군데로 모여야 한다. 이에 기존의 광학렌즈는 빛의 ‘굴절’을 이용한다. 그러나 이번 슈퍼렌즈는 빛의 ‘산란’을 이용해 해상도를 높였다. 이른바 역발상의 승리다.

방법도 간단하다. 일반 페인트 스프레이를 유리에 뿌리되 파면조절기를 이용해서 빛이 특정 방향을 통해 페인트의 나노입자를 통과하도록 세밀하게 조절한다. 연구진은 이처럼 산란광의 위상을 조절해서 초고해상도의 초점을 만드는 ‘산란 슈퍼렌즈(scattering super-lens)’를 구현했다.

일반 재료를 이용하기 때문에 경제성도 우수하지만 뛰어난 기능을 갖춘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100나노미터(nm) 크기의 바이러스와 세포의 구조를 살피고 광통신과 반도체 제작 분야에도 활용될 수 있다.

2013년을 빛낸 광학기술의 두 번째 주인공은 7위에 선정된 ‘초광각 곤충 눈 카메라’다. 송영민 부산대학교 교수가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보내며 존 로저스 교수 연구진과 공동으로 개발했다. 연구결과는 지난 5월 학술지 ‘네이처’에 등재되었다.

▲ 기존 카메라보다 시야가 3배 이상 넓은 '초광각 곤충 눈 카메라'가 우리나라 연구진의 노력으로 탄생했다.  ⓒKOFST
일반 카메라보다 시야가 3배 이상 넓은 초광각 곤충 눈 카메라는 지름 1.5센티미터의 돔 구조에 지름 0.8밀리미터의 마이크로 렌즈 180개를 촘촘히 배열했다. 렌즈 아래에는 빛을 영상으로 바꾸는 이미지 센서가 부착되어 있다. 곤충의 눈이 수많은 홑눈으로 이루어진 데서 착안했다.

이 카메라는 렌즈와 센서를 반구형으로 만들어 영상의 왜곡이 없으며 실제 촬영도 가능하다. 초소형 비행 로봇에 장착하면 재난이나 사고 현장에서 사람의 손이 닿지 못하는 깊숙한 위치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내시경과 결합하면 몸 속 구석구석을 넓고 정확한 시야로 관찰할 수 있다.

노벨상 라이벌의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그래핀(graphene) 관련 연구로 지난 2010년 노벨 물리학상 후보로 거론되었던 김필립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교수가 이번에는 물리학계의 오랜 과제를 그래핀 실험으로 해결해 화제를 모았다. 10대 뉴스 8위에 오른 ‘호프스타터의 나비 구현’이다.

미국의 물리학자인 더글러스 호프스타터(Douglas Hofstadter)는 1976년 새로운 함수 이론을 발표했다. 전자의 이동과 자기장의 함수 관계를 밝힌 이 이론은 그림으로 표현하면 나비 모양이 되기 때문에 ‘호프스타터의 나비’라 불린다.

그러나 이론만 존재할 뿐 실험으로는 검증된 바가 없었다. 원자를 나노미터 단위의 간격으로 촘촘하게 정렬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탄소원자로 구성된 그래핀과 육각질화붕소

그리면 나비 모양을 닮았다. 하지만 이론으로는 존재하지만 실험으로는 한 번도 검증된 적이 없었다. 이를 구현하려면 수 나노 미터(㎚·1㎚는 10억분의 1m)의 간격으로 원자가 한 치 오차도 없이 배열된 물질이 필요했다. 김 교수는 그래핀과 육각의 질화붕소(BN)를 이종 결합시켜 문제를 해결했다.

2010년 당시 김 교수를 제치고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안드레 가임(Andre Geim) 교수도 이번 연구에 뛰어들어 같은 날 같은 학술지에 결과를 발표했다. 그래핀 연구에 있어 숙명의 라이벌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대한민국의 과학기술

10대 뉴스의 9위는 지난 4월 19일 현판식을 거행한 ‘미래창조과학부의 출범’이 차지했다. 개인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에 접목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는 ‘창조경제’를 실현할 주무부서로 기존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융합시킨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는 과학기술 기반의 미래전략을 속속 확정해왔다. 지난 6월에는 ‘창조경제 실현계획’이, 7월에는 ‘제3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이 발표되었다. 특히 ‘하이파이브(High-5)’로 불리는 제3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은 △국가 연구개발 투자 확대 및 효율화 △국가전략기술개발 △중장기 창의역량 강화 △신산업 창출 지원 △과학기술 일자리 확대 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아이디어와 산업을 연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진행도 실시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포털사이트 ‘창조경제타운(http://www.creativekorea.or.kr)’을 개설하고 국민들의 상상력을 집결시켜 얼마 전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창조경제 박람회’를 통해 소개하기도 했다.
 
미래부는 앞으로도 기술성과 시장성이 탁월한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발굴해서 전문 멘토링 그룹의 도움으로 사업화를 진행하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 한국과학기술원(KIST)이 공적개발원조의 일환으로 베트남에 V-KIST를 설립할 예정이다.  ⓒ미래창조과학부
마지막 10위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베트남에 세운 ‘과학기술연구소(V-KIST)’가 차지했다. 1966년 설립 후 싱크탱크로서 국가발전의 기초를 다져온 KIST는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이제 해외에 전수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과학기술을 통한 공적개발원조(ODA)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V-KIST 설립은 2017년까지 3천500만 달러의 무상지원으로 결실을 맺을 예정이다. 베트남이 제공한 25만 제곱미터의 부지에 3만 제곱미터 가까운 연면적의 건물들이 들어서며 KIST는 연구소 건축, 연구장비, 연구소 운영 노하우의 전수 등을 통합적으로 지원한다.

이번 V-KIST 설립은 우리나라가 OECD 원조위원회에 가입된 이후 개별 원조가 아닌 발전모델 전파로는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되었으며, 앞으로 지속적인 연수 및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베트남의 과학기술 인력을 양성함으로써 국격의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임동욱 객원기자 |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3.12.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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