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치매 노인을 모시는 자식들의 자살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치매 노인 가정에 대한 사회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치매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의하면 2012년 치매 환자는 54만여 명으로서, 지난 2008년에 비해 26.4%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에 노인 인구가 17% 증가한 것에 비해 증가폭이 훨씬 큰 셈이다. 앞으로 우리나라 치매 환자 수는 20년마다 2배씩 늘어나 2020년에는 80만명, 2050년에는 270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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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치메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어 화제다. ⓒScienceTimes | 치매란 단일 질환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생활해오던 사람이 다양한 원인에 의해 뇌기능이 손상되면서 인지기능이 저하돼 일상생활에 상당한 지장이 나타나는 경우를 통칭하는 용어다. 따라서 치매를 유발하는 원인 질환은 알츠하이머병, 혈관성치매, 파킨슨병, 전측두엽 퇴행, 루이체 치매, 대사성 질환, 감염성 질환, 뇌종양 등 70여 가지에 이른다.
그중 가장 많은 것이 바로 알츠하이머병으로서,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에 의하면 전 세계 60대 이상 노인의 10명 중 1명이 이 병을 앓고 있다. 또한 205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1억600만 명에게 알츠하이머병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 병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어 화제다. 더구나 이 연구결과들은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과는 좀 다른 의외의 사실들이어서 더욱 주목을 끈다.
미국 하버드 의대의 브루스 양크너 박사팀은 세포에 대한 스트레스가 증가하면 뇌세포가 알츠하이머병을 방지하는 단백질을 생산한다는 논문을 네이처 지에 게재했다. 즉, 치매에 걸리지 않은 채 장수하고 싶다면 세포에게 스트레스를 주어야 하는 셈이다.
REST 단백질, 뇌 발달에 중요한 영향 미쳐
태아의 뇌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유전자의 기능을 켜거나 끌 수 있는 전사인자 REST(repressor element 1-silencing transcription factor)는 그동안 성인의 뇌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그런데 양크너 박사팀은 30대 이후 REST의 수준이 증가하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REST 단백질은 세포 사망으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치매에 의한 영향을 줄인다. 실제로 뇌에서 REST가 부족한 실험쥐의 경우 나이가 들어가면서 빠르게 뉴런이 죽는 현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실험쥐의 세포에 REST 단백질을 다시 첨가할 경우 뉴런의 사망 현상이 중단된다.
연구팀은 인간과 실험쥐의 뇌세포를 분리해 어떤 요인들이 REST의 수준을 변화시키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세포에 대한 스트레스, 즉 면역반응에서 단백질 축적과 같은 현상이 뇌에서 REST의 증가 현상을 일으켰다는 것.
따라서 양크너 박사팀은 혈액에서의 REST 수준을 테스트하는 방법과 더불어 알츠하이머병 이외에 다른 질병이 REST의 낮은 수준과 연관되는지의 여부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실제로는 노인 최다 사망원인인 심장병과 암에 거의 육박하는 수치라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미국 시카고 러시대학병원의 브라이언 제임스 교수팀은 2010년 기준 미국에서 75세 이상 노인의 알츠하이머 사망자는 50만3천400명으로 추산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표한 2010년 8만3천494명의 6배가 넘는 수치다.
이에 대해 제임스 교수팀은 의사들이 사망진단서에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근원적인 원인을 기록하기보다는 폐렴 등의 직접적인 원인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아서 알츠하이머 사망자수가 과소평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결과를 적용할 경우 알츠하이머병은 심장병(59만7천689명)과 암(57만4천743명)에 이어 미국 노인들의 세 번째 사망원인이 된다.
위생적일수록 알츠하이머 발병률 높아져
소득이 높고 산업화된 국가의 위생시설을 갖춘 도시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이 그 반대 성향의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보다 오히려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었다.
WHO의 질병부담 보고서를 기반으로 수행된 이 연구에 의하면 영국이나 프랑스처럼 어디에서나 깨끗한 음용수를 구할 수 있는 국가의 경우 케나와 캄보디아처럼 깨끗한 음용수의 보급률이 낮은 국가에 비해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9% 높았다.
또한 스위스나 아이슬란드처럼 전염성 질병의 발병률이 낮은 국가의 경우 중국이나 가나처럼 발병률이 높은 국가에 비해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12% 높았으며, 전체 인구의 3/4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는 영국과 호주 같은 국가의 경우 인구의 1/10 이하만이 도시에 거주하는 방글라데시나 네팔 같은 국가에 비해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10% 높게 나타났다.
즉 높은 위생 정도와 낮은 전염성 질병 발병률, 그리고 도시화 수치가 높은 선진국일수록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192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이 연구는 모든 국가의 출생률, 기대수명, 연령구성이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의 알츠하이머 발병률을 예측한 연령표준화 데이터를 사용했으므로, 국가의 부 및 위생상태와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인구 수 간에는 매우 확연한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개발이 진행 중인 국가들에서 알츠하이머병의 유행이 앞으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연구진은 예상했다. 현재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사람의 50% 이상은 개발이 진행 중인 국가들에 거주하고 있는데, 2025년까지 이 수치는 70%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
한편, 유년기에 페인트, 자동차 배기가스, 물, 토양 등을 통해 납에 많이 노출된 사람일수록 후에 성인이 되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미국 로드아일랜드대학의 나세르 자위아 박사팀은 23년에 걸쳐 원숭이 뇌의 전두피질 조직을 연구한 결과, 어릴 때 납에 노출된 원숭이는 그렇지 않은 원숭이보다 3배나 많은 타우 단백질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타우 단백질의 축적은 아밀로이드 단백질과 함께 알츠하이머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어릴 때 납에 노출된 원숭이들은 타우 단백질을 응집시키는 유전자의 발현이 변경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유년기의 납 노출이 뇌세포의 DNA에 후성학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