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현재 한식으론 문화대국 꿈꿀 수 없다
조태권
광주요그룹 회장
광주요그룹 회장
1964년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스시를 자국 문화의 대표주자로 앞세운 일본의 사례를 보자. 불과 50년도 안 돼 날것을 먹는 야만국이라는 오명을 날것을 먹는 최고의 ‘선진문화국’으로 반전시킨 ‘문화신화’의 선례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수백 엔에서 수십만 엔 이상의 수직적으로 다양한 가치의 음식문화를 육성하고 있다. 거기에 비해 우리는 오로지 서민적인 음식만을 우리 것인 양 간주하는 불균형한 논리에 길들어져 왔다. 이렇듯 서민적 식문화에만 편향되어 있는 것은 경제적 논리와도 맞지 않는 일이다. 우리나라 음식 시장의 상당수가 가격 경쟁으로 인해 저임금과 저가의 식재료, 저가의 요소들로 그 내용을 채울 수밖에 없다. 이런 저가형 문화융합만으로는 한 나라의 문화 융성과 내수경제 활성화를 꿈꿀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서민적인 것이 나쁘다는 지적은 아니다. 그것은 그것대로의 가치가 있을 뿐 서민적인 것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일본은 수직적으로 다양한 가치의 음식문화를 개발·육성하는 반면 우리는 가격 중심의 서민적·수평적 가치를 고집한다. 이것이 바로 두 나라 문화수준의 차이를 만들어내고, 우리 내수경제 발전에 족쇄를 채운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전통문화란 시대와 환경에 따라 혁신되며 그 혁신을 통해 ‘새로운 전통’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야 한 나라의 문화를 살찌우고 성숙하게 만드는 핵심적 역할을 주도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전통을 단지 옛것으로만 이해한 나머지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전통적 문화 상품을 결코 ‘전통’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아마도 이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단절·말살시킨 일제의 책략적 음모가 초래한 민족정신 소멸에 의해 생긴 참담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부작용들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조선시대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선비정신을 본받아 깨어 있는 엘리트들의 정신혁명과 국민적 자각이 필요하다.
선인들이 물려준 문화와 문명의 독자성은 국내 시장을 다양한 가치의 창조적 상품들로 채울 수 있는 무한한 자산임을 우리 모두 자각해야 한다. 다만 이를 활용하여 국내시장을 창출하고 성장·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신적·법적 규제를 제거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고 공공 투자·실천력이 뒤따라야만 한다. 그리고 이를 실천으로 옮길 능력 있는 후세들을 훈련·양성시켜야 할 것이다. 물론 이것은 긴 세월이 소요(所要)되고 국민적 이해와 인내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길이 궁극적으로는 30억 세계 중산층이 즐길 수 있는 ‘문화 융성의 터전’을 만들고, 민족의 통일은 물론 문화협력을 통해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길이 될 것이다. 2050년 대한민국, 이 길로 인도할 우리의 지도자를 만들어 보자.
조태권 광주요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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