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작은 일에 격하게 반응하는 남자
김형경
소설가
소설가
순식간에 우리를 격한 감정 속으로 몰아넣는 주범은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무의식이다. 작은 자극에도 마음이 뿌리까지 흔들리고, 사소한 일에도 목숨 걸고 대응하게 만드는 힘도 무의식이다.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실수를 반복하고, 끊어야지 다짐한 담배를 계속 피우게 만드는 힘도 무의식이다. 우리가 자신에 대해 이해하고 인식하는 것까지는 말 그대로 의식의 영역이다. 무의식은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하는 내면의 힘이며, 우리 삶을 이끌어가는 진짜 추동력이다.
택시 기사가 마음껏 화를 낸 후 진정되기를 기다려 물어보았다. 실제로 승차 거부를 많이 하시는지. 그는 솔직히 금요일과 토요일 자정에서 두세 시까지 그런 일이 있다고 말했다. 또 물어보았다. 연세는 어떻게 되시는지. 그는 한국전쟁 즈음에 태어난 사람이었다. 그의 무의식에는 전쟁과 가난에 대한 두려움이 고스란히 들어 있어 삼진아웃 제도에 대해 듣는 순간 생존을 위협당하는 듯한 공포를 느꼈던 듯하다. 높은 범칙금만으로도 통제가 가능할 텐데 자격까지 취소하는 그 제도 역시 작은 일에 격하게 반응하는 이들의 작품이 아닐까 싶다.
한 사람의 삶을 이끌어가는 힘이 무의식이듯 한 사회를 지배하는 힘도 구성원의 무의식이다. 일상에서 작은 일에 격하게 분노하는 이들을 자주 목격한다. 바쁜데 앞길을 막는다며 몸을 밀치고 지나가고, 교통 체증 앞에서 화를 내고, 영업장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목소리 높인다. 그런 분노들이 서로 투사되면서 사회의 위험 수위를 높여간다. 달라이 라마는 세계 평화를 이루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개인이 각자 내면의 분노를 다스리는 것.”
김형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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