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무인기, 기자 일자리 위협
로봇은 기사, 무인기는 사진‧동영상 제공
미래에 없어질 직업들은 많다. 아니 이미 많이 없어지고 있다. 로봇이 대신하기 때문이다. 로봇과학이 더 진화하면 할수록 그에 비례해 사라지는 직업도 늘어간다.
최근 청년 실업은 비단 우리나라 문제만이 아니다. 세계적인 문제다. 어떤 학자들은 이 실업률을 경제불황에서 찾는다. 그러한 해석은 어느 정도 맞지만 고리타분한 면이 든다. 실업의 기본적인 이유는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로봇이 주는 장점도 상당히 많다.
기자도 로봇으로 대체될 수 있어
미래에 로봇이 결코 빼앗을 수 없는 직업이 있다.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와 글을 무기로 먹고 사는 문장가들이다. 여기에는 기자를 비롯해 철학가, 문학가를 포함한 작가들이다. 그러나 이제 로봇은 그 활동 영역을 넓혀 이 분야에까지도 끼어들기 시작했다.
2014년 3월 일본 산케이(産經)신문은 미디어 업계를 강타하고 있는 로봇 기자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면서 미래 기술 발전에 의해 없어질 직업에 대한 칼럼을 게재했다. 거기에서 화제를 일으킨 것이 바로 로봇기자에 의한 로봇 저널리즘이었다.
로봇이 과연 기자를 대신할 수 있을까? 정치, 사회, 문화 부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접하고 체험하면서 느낀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고도의 지적 수준을 필요로 하는 기자라는 직업을 과연 로봇이 할 수 있을까?
사진기자는 로봇이 대신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사진 기자는 현장을 단순히 찍는 일에 끝나지 않는다. 취재 대상의 순간순간의 동작과 표정을 읽어 낼줄 알아야 한다. 사람만이 아니다. 사건현장의 분위기, 심지어 자연의 모습도 그렇다.
로봇 기자는 이전부터 기업 결산 자료와 스포츠 기록 등을 통해서 기사를 작성할 수 있었다. 다만 기업 결산 자료나 스포츠 기록을 바탕으로 한 기사는 정형화된 것으로 알고리즘화가 가능했지만 일반 기사를 로봇 기자가 쓰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졌다. 사람의 지능과 맘먹는 인공지능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작년 3월 LA지진보도 특종의 주인공은 바로 로봇 기자
그러나 이것은 완전히 오산이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작년 3월 17일 세계 최초로 컴퓨터 기자가 쓴 뛰어난 수준의 신문 기사가 인터넷를 통해 전파되면서다.
문제의 기사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3월 17일 오전 7시 53분에 업로드 한 지진 관련 소식이다. 정보는 미국 지질조사국 지진 통보 서비스를 바탕으로 했으며, LA타임즈 기자 겸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켄 슈벤케가 알고리즘 기술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다. 기자들이 부러워하는 특종의 주인공은 바로 로봇이었다.
이 소식은 바로 다음날인 3월 18일자 영국 BBC 등 유럽 주요 미디어가 놀라움을 가지고 일제히 전하면서 세계 언론계에 충격을 주었다. 오봇그러나 이에 대한 의혹은 여전했다. 따지자면 기계덩어리에 불과한 로봇이 기자를 대신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이 기사가 단 3분 만에 작성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간단한 기사이지만 적어도 1~2시간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한다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미국 인터넷 잡지 슬레이트 매거진에 따르면 켄 슈벤케는 이날 오전 6시 25분 지진을 감지하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컴퓨터를 켜고 알고리즘 기술을 통해 기사를 작성해 송고했다고 한다.
이 기사를 쓴 로봇 기자는 지진 속보 기사 작성 전용 알고리즘 퀵봇(Quakebot)으로 켄 슈벤케가 2년 전 개발한 것이다. 지진 정보를 입력하면 퀵봇은 알고리즘으로 관련 자료를 추출한 후 미리 준비된 템플릿을 바탕으로 기사화한다. 이것을 편집자가 송고 받은 후 인터넷 또는 지면에 게재하는 프로세스다.
켄 슈벤케 기자는 다른 기자들에게 미안한 감을 느꼈는지 모른다. 그는 BBC나 슬레이트 매거진의보도내용에 대해 “이 기술은 기자의 업무를 보충하는 수준이다. 비슷한 형태의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는 매우 편리하다. 이 기술을 통해서 우리 업무는 더욱 재미있어진다. 반면, 누구도 직업을 빼기지 않을 것”이라며 기자들을 위로(?)했다.
또한 켄 슈벤케 기자와 LA타임즈에서는 향후 화재, 살인 등 사건 사고 분야도 같은 알고리즘 기술로 기사 작성을 진행할 방침이다. BBC는 로봇 저널리즘 활용은 세계 뉴스데스크에서 점점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로봇 저널리즘 활용 점점 증가할 것”
이런 뉴스를 접하면서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TV와 신문 등 기존 미디어를 쓰레기로 매도하는 사람들은 충분히 좋아할 만하다. 그러나 결코 남의 일처럼 기뻐할 만한 것은 아니다.
작년 3월 22일 영국의 유력 일간지 가디언은 옥스퍼드대학의 최신 조사결과를 인용, “로봇 공학이나 인공 지능의 비약적인 진화에 따라 미국에서는 702가지 직업 가운데 절반인 47%가 10년 또는 20년 후 기계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
어떤 직업이 기계화될지 가디언은 다수를 열거하고 있다. △대형 자동차 제조사 대부분이 개발에 착수한 자동 운행차는 운전사라는 직업을 위협한다. △미국 로보틱스가 2012년 발매한 백스터 등 학습 능력을 가진 저렴한 산업용 로봇은 공장에서 단순 노동이나 공사장 현장 감독 등의 업무를 대체하게 된다.
그리고 △미국 워싱턴대학이 국방부 자금 원조로 개발한 저가형 수술 로봇 레이븐이 등장했다. 현재는 외과 의사가 조작하지만, 금새 자립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부터 미국 상공에는 무인 항공기가 본격 보급되어 많은 조종사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다.
이 조사에는 기자도 포함돼 있다. △로봇(컴퓨터) 기자의 등장으로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포츠나 결산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를 위협할 것이다.
무인기도 도전의 대상, 사진과 동영상을 제공할 것
한편 기자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것은 비단 로봇만이 아니다. 무인기의 출현은 사진 기자와 카메라 기자, 심지어 다큐멘터리 동영상의 기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외신보도에 따르면 미국 CNN 방송에 이어 AP 통신과 일간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와 같은 영향력이 강한 매체들은 재난, 전쟁, 사건 등 위험 현장 취재에 무인기(드론)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AP, NYT, WP, NBC유니버설, 그리고 사진 및 동영상 공급 업체인 게티이미지(Getty Images) 등 10개 언론사는 지난 15일 버지니아공대와 공동으로 무인기를 동원한 취재 시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버지니아텍은 미국 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무인기를 민간 부문에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는지 시험할 수 있는 기관으로 인증을 받은 학교다.
이들 언론사는 성명에서 “이번 구상은 소형 무인항공기시스템(UAS) 기술을 활용해 실제 안전성을 담보하면서 뉴스를 수집할 수 있는지 가늠하려 기획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언론사는 지난해 중반부터 버지니아텍과 무인기 실험 운용 절차를 협의해왔으며 무인기 통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법정 의견서를 공동으로 제출한 바 있다.
앞서 케이블 TV인 CNN도 지난 12일 FAA의 특별 승인을 받아 조지아공대(조지아텍) 리서치연구소와 함께 무인기를 활용한 취재 가능 여부를 살피고자 테스트 프로그램을 가동한다고 밝힌 바 있다. CNN은 카메라를 장착한 무인기의 취재 허가를 먼저 받는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미국은 원래 해외 테러리스트를 상대로 한 폭격은 물론 국경 경비, 재난 구호, 기상 예보 등 공공 분야에서 무인기를 폭넓게 활용하면서도 상업 목적의 사용은 철저하게 제한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를 일부 완화해 영화·사진 공중 촬영 등의 용도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무인기 제조업자들은 민간 부문의 무인기 활용이 활성화하면 연간 고용이 10만 개 늘어나고 820억 달러의 경제 효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 김형근 객원기자hgkim54@naver.com
- 저작권자 2015.01.19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