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tech NEW trend]이 사진 찍은 사람은 …사람 아닌 바로 요놈
셀카·택배·서빙 … '무한 드론'
군수용서 암벽등반 중 셀카까지
시장규모 2022년엔 114억 달러로
지리적 한계 극복, 물류업계 반겨
비행 1시간뿐 … 짐 무게 규제 엄격
# 한 고객이 점원 한 명 없이 텅 빈 신발가게에 들어선다. 한 켠에 놓인 태블릿PC로 보고 싶은 제품을 선택한다. 곧 신발을 들고 나타난 것은 점원이 아닌 벌처럼 윙윙대는 소리를 내는 비행물체. 바로 드론이다.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신발회사인 크록스는 일본 도쿄에 드론이 물건을 가져다 주는 임시매장을 다음달 초 한시적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름하여 ‘공중스토어’다. 매장용으로 특별 설계된 드론이 선반에서 신발을 집어 고객이 서있는 위치로 가져다 준다.
# 웨이터 없는 식당도 곧 문을 연다. 싱가포르 외식업체 팀브레는 손님에게 음식을 나르는 드론을 올해 중 도입한다. 인력난에 시달린 싱가포르 외식업계가 고심 끝에 드론을 동원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싱가포르 벤처업계는 서빙은 물론 주문과 결제가 가능한 드론도 개발 중이다. 로봇과 드론이 합쳐지는 것이다.
“스마트폰 기술과 비슷 … 한국 세계 톱10”
드론은 경제현장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 속에도 깊숙이 들어올 준비를 마쳤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셀카용 드론’이다. 암벽을 등반하던 여성이 한쪽 손목에 찬 팔찌를 풀고 버튼을 누른다. 작은 프로펠러가 돌아가며 팔찌가 날아오르기 시작한다. 사람의 움직임을 쫓으며 장착된 카메라로 촬영한다. 스탠포드대학 물리학 박사인 크로스토프 코스탈이 주축이 된 개발팀이 선보인 셀카용 드론 ‘닉시(Nixie)’의 시연 동영상의 한 장면이다. 인텔이 주최한 웨어러블 기기 경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50만 달러(5억4000만원)의 창업자금을 받았다.
기상천외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 날개 달린 로봇, 드론은 전파로 조종하는 무인항공체를 뜻한다. 수많은 신기술들이 그러하듯 처음에는 군수용으로 개발됐다. 1980년대부터 격전지에서 정찰 임무를 수행한 것에서 출발해 수송용·공격용 드론이 전장에 투입됐다.
이후 민간분야의 항공기술이 발달하고 전자부품의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감시나 촬영을 목적으로 한 드론, 대단위 경작지에 농약을 살포하기 위한 농업용 드론 등 방위산업 이외 분야에서도 수요가 늘었다. 취미로 날려보내는 소형 원격조정(RC) 비행기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저변을 확대해 나간 까닭에 이제는 일반 대중에게도 친근하다.
방위산업 컨설팅업체 틸그룹에 따르면 2013년 전 세계 드론시장의 90%가 군사용이지만 민간의 중소형 드론 기술 개발과 신제품 출시가 이어지면서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는 추세다. 틸그룹은 2010년 52억 달러이던 전 세계 드론 시장 규모가 민간 분야의 확대로 2022년에는 114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비행체라고 해서 엔진이 달린 일반 항공기를 떠올린다면 드론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드론은 전자기기다. 엔진이 아닌 전기모터를 사용하는데다 기체의 내부·외부 환경을 감지하는 센서, 센서값을 처리하는 소프트웨어, 이를 가동하는 프로세서 등으로 구성된다. 원격조정을 위한 무선통신 기능까지 갖췄다. 전문가들은 비행기보다 오히려 스마트폰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정보통신(IT)기술의 발달로 눈에 띄게 똑똑해진 드론이지만 기술적으로 극복해야 할 한계도 많다.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전력 문제다. 비행체라 전력 소모는 엄청난데 리튬이온전지 용량은 한계가 있다. 현재 기술로는 길어봐야 1시간이 고작이다. 실내에서도 정확한 위치 파악이 가능한 위치추적시스템(GPS)도 요구된다. 드론 대부분이 촬영용이어서 화면 보정, 목표물 조준 등의 영상 기술도 더 높은 수준으로 개발 중이다.
컴퓨터의 기능을 더 작고 저렴한 스마트폰이 수행하듯 드론도 더 작고 가벼우면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도록 제작하는 것이 관건이다. 국내 드론개발업체 바이로봇의 홍재화 이사는 “저렴한 칩을 탑재하더라도 우수한 소프트웨어를 설계해야만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잠재된 저력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드론은 향후 우리나라 유망 산업이 될 수 있다. 기술 수준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세계 드론 시장에서 10위권 안에 꼽힌다. 최근 방위사업청이 군사용 드론 기술을 조사한 결과 미국·이스라엘·프랑스·영국·독일·러시아 순으로 수준이 높았고, 우리나라·중국·이탈리아가 공동 7위권에 올랐다. 민간용 드론에서도 기술력이 충분하다.
심현철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드론 기술은 스마트폰 같은 전자기기 기술과 비슷해 우리나라가 경쟁력이 있다”며 “세계 10위권 수준에는 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시장의 성장세도 돋보인다. 유통업계는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드론 규모가 1000억원에 달한다고 본다. 어림잡아 3만 대 이상 팔렸다는 것이다. 국토부에 등록된 무인동력비행장치는 2012년 170대에서 지난해 380여 대로 확 늘었다. 구조용·감시용 등 공공부문에서도 잠재 수요가 많기 때문에 제품이 출시되고 상용화가 진행됨에 따라 시장이 급격하게 확대될 전망이다.
“마이카 시대처럼 1인1드론 시대 온다”
다만 산업이 본격화 되기 이전에 규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최근 미국연방항공청(FAA)는 상업용 드론의 기준 제안서를 발표했다. 최대 55파운드(약 25kg)에 원격조정자가 드론 비행을 볼 수 있는 시야에서만 운영한다는 조건이다. 이대로 최종안이 확정된다면 아마존 등 글로벌 유통업체와 물류업체가 준비하던 드론 택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규제 마련이 시작됐다는 것이 상용화의 첫 단계라며 드론 택배 자체를 포기하기에는 이르다는 반응이다. 최종안이 확정될 때까지 미국 당국이 업계 요청을 폭넓게 수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우리나라는 국토교통부가 1999년 무인비행장치에 관한 안전관리 기준을 항공법에 반영했다. 기체가 150kg을 넘으면 무인항공기, 그 미만이면 무인비행장치에 해당한다. 12kg 이하의 경우 신고 없이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전파법상 출력에 제한을 받고 승인이 요구되고 있어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업계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심현철 교수는 “무게 제한으로 따지면 오히려 우리나라 규제가 미국보다 더 개방적인 편”이라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기술이 충분히 확보될 때 까지는 조종자가 육안으로 확인하며 비행하는 등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기술 발전과 규제 개방성이 함께 이뤄져야 드론이 폭넓게 상용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충분한 기술의 숙성으로 상용화가 된 이후, 10년 후 혹은 그보다 먼 미래에는 어떤 형태로 진화할지 궁금해진다. 바이로봇의 홍재화 이사는 “‘마이카’ 시대가 열린 것처럼 여러가지 기능이 탑재된 드론을 스마트폰처럼 들고 다니는 ‘1인 1드론’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현철 교수는 “자동으로 이·착륙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조종 없이 자율주행하는, 진정한 무인기 로봇으로 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미소 기자
◆드론(Drone)=무선으로 원격 조종하는 무인항공기. 정찰·수송·공격용으로 쓰는 군용 항공기와, 촬영·운송·취미용으로 날리는 민간 항공기를 모두 포함한다. 드론은 윙윙거린다는 뜻의 영어 단어로 개발 초기 날개가 돌아가는 소리와 모양에서 유래됐다.
사진 설명
사진 1 드론의 일종인 ‘닉시(Nixie)’는 평소에는 팔찌처럼 손목에 차고 있다가 셀카를 촬영하고 싶을 때 풀어서 동작 버튼을 누른다. 닉시는 하늘을 날며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한 후 사용자의 손동작을 인식해 다시 되돌아 오는 기능까지 갖췄다. 암벽등반·스노보드 등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중에도 쉽게 자기 모습을 촬영할 수 있다. 최근 셀카용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드론이 더 널리 대중화 되는 추세다.
사진 2 손목에 찬 셀카용 드론 닉시.
사진 3 닉시 개발을 주도한 스탠퍼드대 실험물리학과 크리스토프 코스털 박사(가운데).
사진 4 미국의 드론 개발 신생기업인 3D로보틱스 공장 전경.
사진 5 DHL의 택배용 드론.
사진 6 카페에 등장한 서빙용 드론.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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