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친환경 에너지원 ‘자가발전’
원리 적용 아이디어 상품 봇물··· 의료 분야도 진출
최근 축구의 나라 브라질의 한 빈민가에 특별한 운동장이 들어섰다. 이 운동장이 특별한 이유는 캄캄한 밤에도 축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현재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어서, 빈민가의 운동장까지 전력을 보내줄만한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곳의 어린이들은 밤에도 환한 불빛 아래서 축구를 할 수 있을까? 비밀은 바로 운동장 잔디 아래에 설치된 특수 타일에 있다. 이 타일은 어린이들이 운동장을 뛰어 다니면서 땅을 밟을 때 마다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전력으로 만들어 배터리로 보내주는 역할을 한다.
이 같은 사례는 네덜란드에도 있다. 네덜란드의 한 댄스클럽은 사람들이 춤을 출 때 마다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전력으로 바꿔주는 시스템을 도입해 유명세를 타고 있다. 춤을 통해 생산된 전력은 화려한 조명으로 탈바꿈되어 ‘친환경 댄스클럽’을 찾은 고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가장 깨끗하고 저렴한 자가발전 에너지
첨단기술 전문 매체인 기즈맥(gizmag)은 인간의 운동 능력을 활용한 ‘자가발전 에너지’가 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면서도 저렴한 에너지라고 소개하면서, 산업용으로 활용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양이지만, 이를 잘만 활용하면 일상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관련 링크)
운동에너지를 전력으로 만들어주는 자가발전 규모는 아직 크지 않다. 하지만 대다수 에너지 전문가들은 “자가발전 과정을 통해 체험하는 에너지의 소중함과 가능성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의의를 지니고 있다”라고 평가하며 “최근 들어 자가발전을 활용한 친환경 아이디어들이 곳곳에서 실험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클라우딩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kickstarter)에는 최근 독특한 신발이 하나 올라와 주목을 끌었다. 열심히 걷는 것만으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신발이라고 알려져 유명해졌다. 이 같은 기능이 가능한 것은 신발 안쪽에 깔려있는 깔창 때문이다.
‘솔파워(Sole Power)’라는 이름의 이 자가발전 깔창은 미 카네기멜론대의 학생들에 의해 개발했다. 깔창 안쪽으로 사람이 밞는 운동에너지가 가해지면, 발목에 연결된 충전식 배터리에 전력이 저장되는 것이 이 자가발전의 원리다.
솔파워를 신발에 깔고 하루 4킬로미터(km) 이상 걸으면 스마트폰이나 GPS 등을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기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학생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특히 등산이나 달리기 같은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있어 더욱 유용한 아이디어”라고 소개하며 “방수 코팅이 되어 있어 비가 오거나 밑창에 습기가 차도 걱정이 없다”고 밝혔다.
현재 카네기멜론대 학생들은 솔파워 상품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솔파워가 제 3세계에서 활용될 적정 기술로서의 가치가 있음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기를 쉽게 쓸 수 없는 아프리카나 제 3세계의 지역 사람들에게 솔파워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제품 상용화에 매진하고 있다.
한편 걷는 것보다 뛰는 것이 더 많은 운동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개발된 줄넘기도 있다. 바로 자가발전 줄넘기인 ‘점핑라이트(Jumping Light)’다. 국내 디자이너들에 의해 개발된 이 줄넘기는 줄을 회전시킬 때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 손잡이에 들어있는 배터리를 충전시킨다.
충전된 전력은 손잡이 끝에 내장된 LED 조명 장치를 전등처럼 활용할 때 사용한다. 이처럼 회전하는 운동에너지를 전력으로 변환시키는 ‘핸드크랭크트(hand cranked)’ 방식의 제품은 이미 라디오나 카메라 등에 적용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제품들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회전을 시켜야만 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줄넘기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는 최고의 유산소 운동이자 그냥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는 운동이다. 따라서 점핑라이트는 평소처럼 운동을 즐기도록 하면서, 자연스럽게 에너지를 얻을 수 있도록 만드는 일석이조의 제품이다.
이 외에도 앰피(AMPY)라는 이름의 자가발전 충전기도 킥스타터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의 스타트업이 개발한 앰피는 자전거 1시간이나 걷기 1만보, 또는 30분 달리기를 통해 충전한 에너지로 스마트폰을 3시간 정도 사용하거나 스마트워치를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스마트폰과의 연동을 통해 운동량과 칼로리 소모량은 물론 탄소 발자국 등도 확인할 수 있어 사용자의 편의성을 고려한 제품으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적은 발전량으로도 가능한 의료 분야 진출 가능성 높아
자가발전 에너지는 발전량이 크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전등을 밝히거나 소형기기를 충전하는 정도의 용도 외에는 산업용으로 크게 활용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국내 공동 연구진이 시도한 자가발전 인공심장박동기 구현 실험이 성공하면서 의료 분야로의 본격적 진출이 기대되고 있다.
인공심장박동기는 심장박동이 불규칙한 환자의 체내에 이식되어, 심장에 가하는 전기 자극으로 심장박동을 정상적으로 만들어주는 기기다. 하지만 배터리 수명이 제한되어 있어서 주기적인 기기 교체 시술이 필요하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교체시술 과정에서 노약자 등 많은 환자들이 감염 및 출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위험하고 불편한 의료기 중 하나로 치부되어 왔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의 연구진이 공동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유연하고 효율이 높은 소형 압전발전기에서 자체적으로 생성되는 전기에너지를 이용하여, 반영구적으로 작동이 가능한 자가발전 심장박동기 실험에 성공하게 되었다.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된 유연한 압전 나노발전기는 신체의 미세한 움직임을 이용하여 발생한 전기에너지로 심장을 직접 자극한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진은 앞으로 심장박동기의 수명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심장의 실시간 모니터링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체 내부에 나노 발전기를 부착하여 일상생활에서 전기를 생산하면 몸속에 이식된 의료기기 배터리의 수명을 크게 늘릴 수 있으며, 바이오센서 등을 영구히 작동시킬 수 있다. 또한 원천 기술을 다양한 분야에 응용하거나 ▲특허권 제공 ▲플랫폼 설계 ▲나노 발전기 제작 기술 이전 등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도 가능해진다.
이번 연구의 공동 책임자인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의 정보영 교수는 “이번 성과를 임상에 적용하면 자가발전 심장박동기에 사용할 뿐만 아니라 부정맥과 같은 심장의 이상증후를 미리 진단해 심장마비 등을 예방할 수도 있다”고 밝히며 “이 외에도 다양한 이식형 의료기기의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15.01.19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