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선 태양전지 광 흡수 효율 개선
[인터뷰] 김선경 경희대 응용물리학과 교수
나노선 태양전지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히는 사항은 전력변환효율을 향상시키는 작업이다. 나노선 태양전지의 효율을 저하시키는 가장 큰 이유는 근본적으로 작은 흡수 부피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광학 안테나 효과를 이용하고자 하는 시도가 진행돼 왔다.
광학안테나 효과는 물질의 실제 단면적보다 빛의 흡수 또는 산란 단면적을 크게 만드는 것이다. 나노선과 같이 입사하는 빛의 파장과 구조의 크기가 유사하거나 작을 때 발생하는 광학현상인 셈이다. 김선경 경희대 응용물리학과 교수팀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광학 안테나 효과를 극대화, 광 흡수 효율을 향상시켰다.
나노선의 빛 흡수율 높이는 작업
김선경 교수팀이 나노선 태양전지의 광 흡수 효율을 향상시키는 연구를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차세대 무한 재생에너지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나노선 태양전지에 저렴한 유전체 코팅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연구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나노선이란 지름 100~300 나노미터(nm)와 길이 수 십 마이크론의 가느다란 실과 같은 형상을 하고 있는 나노물질이다. 나노선 합성 과정에서 물질의 조성비율과 도핑 등을 조절할 수 있기에 태양전지와 발광다이오드, 레이저와 같은 광전자 소자를 나노 수준에서 쉽게 구현할 수 있다.
“나노선은 화학적인 합성 방법을 통해 실리콘(Si), 인듐인(InP), 갈륨비소(GaAs), 황화카드뮴(CdS) 등 다양한 반도체 물질로 만들 수 있고, 합성 조건을 잘 선택하면 크기 및 모양 등의 조절이 가능합니다. 특히, 나노선 합성 중에 도핑 과정을 도입하면 전기가 흐르는 반도체 소자가 탄생합니다. 태양전지는 주어진 빛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장치이므로 나노선이 가능한 많은 빛을 흡수할수록 효율이 높아져요. 하지만 나노선의 가느다란 구조 특성 때문에 빛의 흡수 효율을 어느 정도 이상 높이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이에 저희 연구팀은 실리콘 나노선에 도핑을 해 태양전지 소자를 제작했습니다. 실리콘 나노선 몸통 주위에 균일한 두께의 유전체를 코팅, 나노선 태양전지의 흡수 효율을 두 배 가까이 끌어올린 결과를 보고할 수 있었죠.”
김선경 교수에 따르면 나노선에 특정 두께의 유전체 코팅이 도입되면 ‘광학 안테나’ 효과가 증대한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광학 안테나 효과를 통해 물질은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는 빛보다 더 많은 빛을 흡수할 수 있게 된다.
“TV 전파를 효율적으로 수신하기 위해 뾰족한 안테나를 세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광학 안테나 효과란 전자기파에 해당하는 빛이 자신의 파장보다 작은 크기의 물체를 만나게 될 때 그 주위에 빛이 집중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자신의 파장보다 작은 구조에 빛이 입사할 때 구조의 너비보다 바깥에서 도달하는 빛조차 그 구조에 의해 산란되는 현상입니다. 이를 물리적으로 조금 어렵게 서술하면 광학 안테나 효과에 의해 그 물체에 대한 빛의 ‘산란 단면적’이 증가했다고 이야기하죠. 이러한 광학안테나 효과를 잘 활용하면 나노선과 같은 빛의 파장보다 크기가 작은 구조가 자신의 너비보다 훨씬 더 큰 영역에 존재하는 빛을 끌어올 수 있어 좋은 광 흡수체가 될 수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태양전지의 흡수 효율을 개선하는 것이 가능해지죠.”
연구팀은 나노선 외곽 부분에 적절하게 설계된 유전체 코팅을 적용하면 광학 안테나가 상승하고, 이를 통해 제작된 태양전지의 흡수 효율이 두 배 가까이 향상되는 현상을 관찰했다. 김선경 교수는 “’적절한 설계’ 란 유전체 코팅 물질과 두께를 잘 선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유전체 코팅이 적용된 나노선 태양전지 효율 상승이 광학 안테나 효과 증대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 연구팀은 나노 구조의 산란 단면적을 측정하는 실험 장치를 개발했다. 실험장치로는 일반 암시야현미경과 분광기를 사용했다. 암시야현미경은 빛의 산란 현상을 통해 물체의 형상을 관찰하는 광학 현미경이며 분광기는 입사된 빛의 세기를 파장의 함수로 알려주는 측정 기구다. 이 둘을 결합해 파장에 따른 나노 구조의 산란 정도를 정량적으로 측정했다. 김선경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유전체 코팅이 도입된 나노선과 그렇지 않은 나노선을 각각 준비해 산란 스펙트럼을 측정했다”며 “측정 결과 유전체 코팅에 의해 나노선의 산란 단면적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을 관측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 했다.
실제로 해당 연구를 통해 김선경 교수팀은 나노선 태양전지의 효율을 두 배 가량 높일 수 있었다. 저렴한 유전체 코팅기술을 도입함으로써 나노물질을 이용한 태양전지의 근본적인 문제점인 광 흡수율 저하를 해결하는 단초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태양전지 기술, 새로운 방향 제시한 연구

(왼쪽) 질화규소 물질의 유전체 껍질이 도입된 PN 접합 실리콘 나노선 태양전지의 모식도. (가운데) 유전체 껍질 도입에 의하여 실리콘 나노선 태양전지의 광전류가 ~80%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측정 결과. (오른쪽) 유전체 껍질 도입 전후로 광학 안테나 효과를 분석한 전자기학 계산 결과. 유전체 껍질 도입 후 빛의 전기장 성분이 나노선 주위에 강하게 모여 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한국연구재단
사실 유전체 코팅 기술은 이미 기존의 광학 구조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었다. 일례로 우리가 사용하는 안경 렌즈의 겉 부분에도 유전체 코팅이 적용돼 상대방이 착용자의 안경을 볼 때 자신의 얼굴이 비치는 것을 방지해준다. 김선경 교수는 “이를 무반사 코팅이라고 한다”며 “하지만 빛의 파장보다 작은 나노구조에 유전체 코팅이 적용될 때, 어떤 물리 현상이 생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많은 연구자들이 물체의 크기가 작아지더라도 물리 현상은 동일하게 유지될 것으로 짐작했습니다. 하지만 물리 현상, 특히 광학 현상은 자신이 다루는 물체가 빛의 파장과 견줄 때 어떠한 크기를 가지고 있는 지에 따라 그 현상이 크게 바뀔 때가 있습니다. 유전체 코팅의 경우에도 나노 구조에 적용될 때 광학 안테나 효과라는 새로운 물리 현상이 발견됐어요.”
과거부터 지금까지, 태양전지는 친환경 무한 재생 에너지로써 오래 전부터 학계와 산업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발전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더딘 상태다. 발전이 느린 이유는 생산단가 대비 전력변환효율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형태의 에너지에 비해 태양전지는 여전히 그 경쟁력이 상당히 낮다.
“태양전지의 더딘 발전 속도를 만회하기 위해 최근의 과학자들은 나노 물질을 이용한 태양전지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나노 물질의 작은 흡수 부피로 인해 효율을 어느 정도 이상 개선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 결과의 재현성을 입증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나노 물질을 이용한 광 소자 제작은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않았기 때문에 합성부터 제작, 평가까지 많은 시간이 걸려요. 또한 연구 외적으로 외로움과 고독과의 싸움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죠. 처음 실험에서 유전체 코팅을 통해 주목할 만한 태양전지 소자의 효율 향상 결과를 얻었을 때, 다음 실험에서 동일한 결과를 얻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에 휩싸인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바르게 증명된 과학은 배신을 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믿었습니다. 재현성 검증에서도 동일한 효과를 얻었을 때의 환희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웃음)”
김선경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나노 물질을 이용한 태양전지 기술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 받는다. 김 교수는 “실리콘 나노선을 이용해 태양전지의 효율을 높였다는 결과 외에도 일반적인 나노 물질의 광학 안테나 효과 및 흡수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더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며 “이를 잘 활용하면 태양전지뿐 아니라 나노 물질을 활용한 센서, 광 검출기, 발광 소자의 성능 향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전히 나노선 같은 나노 물질을 균일한 품질로 대량 합성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꾸준한 연구와 투자가 이어진다면 많은 수의 나노 물질을 동일한 품질로 합성하는 기술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는 상용화에 이르는 가장 중요한 길목이겠죠. 나노선 태양전지 소자는 작은 흡수 부피로 인한 광 흡수 저하가 늘 골치 아픈 문제였는데, 추가 공정비용을 최소로 하는 유전체 코팅기술로 광 흡수율을 두 배 가량 높인 것은 괄목할만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박막 구조에 적용되던 유전체 코팅기술을 나노 구조까지 확장해 광학 안테나 향상효과를 설명한 것은 물리학적으로도 아주 의미 있는 발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형태의 나노선 태양전지의 효율 향상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늘 아직도 걸어야 할 길이 멀다는 마음을 간직하며 연구하고 있다는 김선경 교수. 그는 타인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연구자가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앞으로도 나노 물질과 빛의 상호 작용에 관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빛은 인류의 탄생부터 함께 했지만 어떻게 보면 가장 덜 알려진 물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빛이 아주 작은 크기의 물체를 만나게 되면 기존의 세상에서는 발견하기 힘들었던 새로운 물리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그 속에 숨은 물리 법칙들을 우리 연구원 학생들과 하나씩 찾아나가는 것이 저희들의 남은 꿈입니다.”
- 황정은 객원기자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5.02.16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