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여행 앞당길 값싼 로켓 시스템
고비용 구조 해결 기대
1969년 미국의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에 성공했을 때만 하더라도, 인류는 멀지 않아 우주를 여행하는 것이 비행기를 타고 해외를 가는 것만큼이나 자유로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물론 당시와 비교해 볼 때 우주 탐사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화성에 탐사 로봇을 보내고, 상업용 우주선이 등장하는 등 천문 분야에 있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것은 맞지만, 아직도 우주선을 타고 우주여행을 한다는 것은 일반인들에게는 요원한 일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가장 중요한 이유로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방식의 로켓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거대한 로켓 안에 연료를 가득 채운 뒤, 대기권을 돌파하면 연료통을 버리는 1회용 방식은 거의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회용 방식의 화학엔진 로켓이 인류의 우주 탐사를 가능하게 만든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너무 많은 비용이 들었기 때문에 우주 산업 발전을 가로막은 요인 중의 하나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외부에서 에너지를 전달받아 효율을 높이는 방식
첨단기술 전문 매체인 엔가젯(Engadget)은 21세기 들어 비용이 많이 드는 기존 로켓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최근에는 우주선 외부에서 에너지를 전달받아 효율을 높이는 마이크로웨이브(microwave) 방식의 로켓이 주목을 끌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 링크)
‘극초단파’로도 불리는 마이크로웨이브는 매우 강하고 폭이 넓은 주파수를 가지고 있다. 빛에 가까운 성질을 지니고 있어 일정한 방향으로만 전파를 보낼 수 있고,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아 적은 전력만으로도 멀리 있는 곳까지 송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이크로웨이브라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신개념 로켓 개발에 도전장을 던진 곳은 미국 콜로라도의 스타트업 기업인 ‘이스케이프 다이나믹스(Escape dynamics)’사다. 이 회사는 현재 헬륨 가스에 에너지를 전달하여 효율을 높이는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로켓에 인화성이 강한 연료 대신 헬륨 같이 매우 안전하고 인화성이 없는 연료를 탑재한 다음, 마이크로웨이브를 이용해서 외부에서 에너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가열된 헬륨 연료는 팽창하면서 로켓에 동력을 제공하게 된다.
다이나믹스사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마이크로웨이브 방식 역시 로켓 중량의 상당량이 연료이지만, 외부에서 에너지를 제공받기 때문에 화학엔진보다 훨씬 적은 연료를 사용하면서도 상대적으로 효율이 높고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이 화학엔진 방식의 현재 로켓보다 더 경제적인지는 의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복잡한 엔진과 연소실을 가지지 않은 만큼 로켓 제작비용은 저렴하지만, 마이크로웨이브를 발사하는 시스템을 건설하는데 드는 막대한 비용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일부 환경 전문가들은 환경 및 안전성 문제까지 거론하고 있다. 강력한 마이크로웨이브를 공중에 발사할 시 전자파로 인한 인체나 동·식물의 생체 교란과 함께 다른 항공기의 운항 시스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개발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왜행성 탐사에 사용된 이온 엔진은 장거리에 적합
로켓이 움직일 수 있도록 동력을 제공하는 새로운 방법에는 마이크로웨이브 외에도 이온 엔진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온 엔진은 아직 검증이 안 된 마이크로웨이브 시스템과는 달리, 이미 NASA가 태양계 왜행성 탐사를 위해 쏘아 올린 던(Dawn) 우주선에 탑재되어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던 우주선은 중량이 1240kg에 달하는 비교적 작은 탐사선임에도 불구하고, 8년 가까이 되는 긴 시간동안 우주를 날아 왜행성인 베스타(Vesta)와 세레스(Ceres)를 동시에 탐사하는 기념비적인 업적을 세웠다.
작은 체구의 우주선이 이렇게 오랫동안 비행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바로 이온 추진 엔진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소 반응을 일으켜야 동력을 낼 수 있는 화학엔진과는 달리, 이온을 고속으로 가속시키기 때문에 화학 연료를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오랜 시간을 속도를 낼 수 있다.
반면에 이온 로켓은 추력(thrust)이 낮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미약한 추력이라 할지라도 마찰이 거의 없는 우주 공간에서 가속을 하게 되면 계속해서 속도가 빨라지게 되는데, 실제로 던은 임무 기간 중 초당 10km라는 엄청난 속도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온화 되어 추진체로 사용되는 물질은 제논(Xenon)이다. 이온 엔진은 전기의 힘으로 뜨거워진 제논 이온을 자기장의 힘으로 밀어내어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원리로 작동한다.
이에 대해 NASA의 관계자는 “낮은 추력이 걸림돌이기는 하지만, 기술 발전은 계속되고 있다”라고 전제하면서 “화학엔진 로켓에 비해 연료의 양이 적다는 점은 장거리 우주 비행에 있어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라고 평가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15.08.03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