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공간 작업시 딱! 신소재 흡착판
도마뱀붙이의 접착 방식에서 영감 얻어
이처럼 우주 공간에서 작업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무언가가 승무원이 작업을 할 때는 단단히 붙잡아 주고 있다가, 다음 작업을 위해 옆으로 이동할 때는 부드럽게 뗄 수 있는 매개체가 있다면 무중력 공간에서의 작업이 훨씬 용이해질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최근 어떤 표면이라도 달라붙을 수 있는 특수한 소재의 흡착판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하면서, 이 소재를 잘 활용하면 앞으로 우주 공간에서 승무원들이 작업할 때 한결 수월해 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 링크)
생체 모방 기술로 탄생한 흡착판
NASA 연구진이 개발한 소재는 도마뱀붙이(Gecko)의 발에 있는 흡착판에서 영감을 얻었다. 도마뱀붙이는 발에 작은 흡착판을 가지고 있는데, 이 흡착판에는 아주 미세한 털이 나있다. 얼핏 보면 그냥 동물에 난 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작은 털이야말로 어떤 형태의 물체이든 끈끈하게 달라붙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비결이다.
흡착판이 보여주는 흡착력은 분자 간에 서로 작용하는 가장 보편적인 인력, 즉 끌어당기는 힘을 의미하는 ‘반데르발스 힘(van der Waals force)’에 의한 것이다. 미세하면서도 촘촘하게 박혀있는 털이 접촉 표면적을 늘려서 쉽게 달라붙을 수 있도록 해주는 원리다.
이런 방식은 어떤 물체의 표면에도 달라붙을 수가 있고, 끈끈한 접착제를 쓸 필요도 없기 때문에 접착과 관련한 점만 놓고 본다면 그야말로 획기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많은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도마뱀붙이의 접착 방식을 흉내 내기 위해서, 오래 전부터 연구해 왔다.
NASA 부설 제트 추진 연구소(JPL)의 엔지니어인 ‘아론 파네스(Aaron Parness)’와 그의 동료들은 이 같은 도마뱀붙이 흡착판의 원리를 이용하여 독특한 형태의 흡착판을 만들었다. 파네스는 “이 소재를 이용하면 승무원이 우주선이나 우주 정거장 표면에 달라붙어, 마치 도마뱀붙이처럼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JPL에서 개발한 흡착판은 도마뱀붙이의 털과 비슷한 미세구조 소재를 이용하여 150뉴턴(N)의 당기는 힘이나 16kg 정도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다. 우주 공간에서의 이 같은 지지력은 승무원이 우주선 표면에 단단하게 서서 걸을 수 있도록 해준다.
실제로 연구진의 설명에 따르면 흡착판에 10kg의 큐브셋과 100kg 정도 되는 사람의 하중을 견디는 테스트를 진행했고, 그 결과 상당히 만족스런 결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3만 회의 부착과 탈착 이후에도 동일한 접착력을 유지했으며, 미세 중력 테스트와 장시간 지지를 하는 테스트 단계도 성공적으로 마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까지 개발된 흡착판의 크기는 세 가지로서, 2.5×10cm와 5×15cm, 그리고 7.6×20cm의 규격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규격은 생산성을 위해 정한 것일 뿐, 크면 클수록 더 강한 지지력을 지니게 된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행성 탐사용 로봇을 수리 작업용으로 개조
NASA는 이번에 개발된 흡착판의 소재를 우주복의 외피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인공위성을 수리할 때 승무원이 무릎이나 어깨 등을 표면에 살짝 붙이기만 해도 몸이 고정되기 때문에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다.
이 같은 NASA의 계획에 대해 파네스는 “우주복 외에 흡착판을 기존에 개발했던 로봇에 적용하여 성능 향상을 꾀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 밖에도 우주 뿐 만 아니라 실생활에서 응용할 수 있는 부분까지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흡착판을 적용하는 로봇은 과거 NASA가 개발했던 ‘LEMUR(Limbed Excursion Mechanical Utility Robots)’가 후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NASA는 LEMUR를 무중력 공간에서의 작업 전용 로봇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일명 ‘여우원숭이 로봇’으로도 불리는 LEMUR는 당초 행성 탐사용으로 개발되었다. 다만 오퍼튜니티나 큐리오시티 같은 주행 위주의 로봇이 아니라, 절벽을 오르는 미션을 맡기기 위해 설계되었다.
화성과 같은 행성을 탐사할 때, 한 때 물줄기가 흘렀을 크레이터의 협곡도 중요한 탐사 지점이다. 그러나 협곡의 경우는 주행 로봇이 탐사하기 어려운 지형이기 때문에 절벽 오르기에 능한 로봇을 개발하는 것은 천문학자들에게 오랜 꿈이었다.
LEMUR는 이 같은 천문학자들의 염원으로 탄생하게 되었는데, NASA는 이 로봇을 수리작업 전문 로봇으로 용도를 세분화한다는 계획이다. 암벽 등반가처럼 작은 돌출부를 잡고 절벽을 오를 수 있도록 제작된 LEMUR의 손잡이 부분에 흡착판을 부착하여,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의 표면을 오르내리며 수리를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15.08.31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