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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타임즈] 블랙홀과 양자역학

FERRIMAN 2015. 9. 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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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킹의 블랙홀과 양자역학의 모순

"블랙홀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 수정안 제시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William Hawking) 박사는 1973년 블랙홀과 관련된 하나의 학설을 내놓았다. 블랙홀은 강한 중력을 지녀 주위의 모든 물체를 삼켜버린다는 종래의 학설을 뒤집는 내용이었다. 블랙홀은 검은 것이 아니라 빛보다 빠른 속도의 입자를 방출하며 뜨거운 물체처럼 빛을 발한다는 주장이다.

호킹 박사는 거대 질량이 수축, 붕괴하여 만들어진 블랙홀에는 엄청난 중력이 존재하여 모든 것을 빨아들여 파괴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블랙홀에는 아무런 구조도 정보도 없다는 것을 순수한 수학적 계산을 통해 입증하기도 했다.

더욱이 ‘사건의 지평선’이라고 불리는 블랙홀 중력의 가장자리에서는 ‘호킹 복사’라는 에너지 방출이 일어나 블랙홀이 결국 질량을 잃어 소멸한다고 밝혔다. 즉, 호킹 복사는 애초에 소실된 정보이기 때문에 과거의 정보는 블랙홀의 소멸과 함께 흔적 없이 상실된다는 것이다.

호킹 박사가 호킹 복사 이론을 발표하기 전까지 블랙홀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영구적인 존재로 이해했었다. 따라서 호킹 복사 이론은 현대 물리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호킹복사로 인해 블랙홀 안의 정보를 알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호킹 복사’ 이론을 통해 블랙홀이 완전히 소멸한다는 내용을 순수한 수학적 계산을 통해 입증했다. 사진은 마젤란 성운 앞 블랙홀을 상상해서 그린 모습.  ⓒ Alain r (wikipedia)

스티븐 호킹 박사는 ‘호킹 복사’ 이론을 통해 블랙홀이 완전히 소멸한다는 내용을 순수한 수학적 계산을 통해 입증했다. 사진은 마젤란 성운 앞 블랙홀을 상상해서 그린 모습. ⓒ Alain r (wikipedia)

놀라운 이론이었지만 호킹 복사 이론에 대해서도 논란은 있었다. 시작은 호킹 이론이 양자역학의 기본과 모순된다는 점이었다. 양자역학의 기본은 ‘정보는 완전히 소실될 수 없고, 모든 과정은 되돌릴 수 있는 가역성을 지닌다’ 이다.

정보가 유실될 수 있다면 물질은 보존된다는 양자물리학의 기본원리는 더 이상 성립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호킹 박사의 이론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호킹 박사의 이론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예를 들어, 블랙홀을 향해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던졌다고 가정해보자. 이 책에는 많은 정보가 있다. 책은 중력에 끌려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 보이지 않다가, 빛과 입자로 복사되어 나오게 된다. 복사되어 나오는 것이 바로 ‘호킹 복사’이다.

문제는 이것이 열평형 상태로 뒤섞여 있는 상태라 정보를 전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책의 총 에너지는 오래 기다리면 복구할 수 있다. 하지만 정보는 모두 잿더미로 없어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블랙홀의 정보 유실’ 문제이고, 흔히 말하는 ‘정보 역설’이다.

실제로 양자이론 학계에서는 호킹 박사의 이론에 대한 반격이 거셌다. 호킹 박사는 이에 대해 블랙홀은 지금의 양자이론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예외 현상’이라고 하면서, 양자이론은 수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블랙홀의 정보 유실 문제, 즉 정보 역설에 대한 논란은 호킹 복사 이론이 발표된 1975년 이후 40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초중량 블랙홀을 나타낸 컨셉 일러스트레이트. ⓒ NASA/JPL-Caltech

블랙홀의 정보 유실 문제, 즉 정보 역설에 대한 논란은 호킹 복사 이론이 발표된 1975년 이후 40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초중량 블랙홀을 나타낸 컨셉 일러스트레이트. ⓒ NASA/JPL-Caltech

하지만 논란이 계속되자 호킹 박사는 2004년 7월 ‘제 17차 중력과 상대성 국제학술회의’에서 자신의 이론을 수정했다. 블랙홀 이론을 발표한지 30년만의 일이었다. 블랙홀도 그 안의 정보를 조금씩 방출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호킹 박사가 자신의 이론을 수정했으나, 여전히 ‘정보역설’은 물리학에 있어 하나의 골칫거리다. 양자역학적으로 얽혀 있는 두 입자 중 한 입자가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을 넘었을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논란 속에 호킹 박사는 지난 8월 25일 스웨덴 왕립기술원에서 블랙홀에 대한 새로운 의견을 제시했다. 블랙홀에 물체가 빨려 들어갈 때 물체의 정보는 블랙홀 내부가 아닌, 블랙홀의 경계선인 ‘사건의 지평선’에 저장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보는 사건 지평선 위에서 2차원 홀로그램 상태인 ‘슈퍼 트랜슬레이션’(super translations) 상태로 보존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사건 지평선 안으로 들어간 입자의 정보는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지만 망가져서 쓸모없는 것이 된다는 뜻이다. 모든 정보가 사라지고 결코 재현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기존의 이론을 수정했지만, 핵심 내용은 변하지 않았다. 호킹 박사는 블랙홀에 들어간 정보는 사라지게 되고, 다시 재현될 수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여전히 ‘정보 역설’은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고, 물리학자들 사이에서도 계속해서 논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이슬기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15.09.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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