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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타임즈] 북한의 IT 수준

FERRIMAN 2015. 9. 1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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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 일삼는 북한, IT 수준은?

MS 못 믿어 자체 개발한 ‘붉은별’ OS 사용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 북한은 2011년 우리나라의 금융 전산망을 마비시킨 데 이어 2013년에는 방송사 및 금융회사의 PC와 전산망을 마비시키는 사이버 테러 공격을 감행했다. 또 작년에는 원전 컴퓨터에도 침투해 비밀 자료를 수차례 공개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북한이 2013년부터 국내에서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북한 정찰총국의 고유 IP 주소로 제작된 불법 도박 프로그램이 지난 달 말 전 세계 보안 전문가들이 악성코드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개설한 한 웹 사이트에서 발견된 것.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11월 북한 김정은 위원장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더 인터뷰’의 개봉을 앞두고 제작사인 미국 소니 영화사가 해킹 공격을 받았다. 또 최근에는 미국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의 개인 이메일에서 북한 핵시설에 관한 미 첩보위성 자료가 나온 후, 보안상 허점을 지닌 클린턴의 이메일을 북한이 이미 해킹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개방형 OS인 리눅스를 기반으로 북한 실정에 맞게 수정한 ‘붉은별’.  ⓒ 연합뉴스

개방형 OS인 리눅스를 기반으로 북한 실정에 맞게 수정한 ‘붉은별’. ⓒ 연합뉴스

이처럼 북한의 잦은 해킹 공격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등에 대한 내용은 자주 보도되었지만, 북한 IT 산업의 기술 수준에 대해서는 그동안 알려진 것이 별로 없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서 발간하는 ‘과학기술정책(통권 205호)’ 지에 북한의 IT 산업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는 보고서가 게재됐다.

김종선 STEPI 글로벌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 및 이춘근 선임연구위원이 작성한 ‘북한의 IT 산업의 개발 역사와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에는 북한 컴퓨터의 개발 역사 및 자체 개발 운영체제(OS)인 ‘붉은별’ 등을 분석한 흥미로운 내용이 담겨 있다.

보고서에 의하면, 북한은 우리나라보다 20여 년 더 빨리 통신공학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6․25전쟁 중인 1951년에 현 체신성 정보통신연구소의 전신인 체신기술연구소를 설립한 것. 이는 1976년에 설립된 한국정보통신연구원보다 25년이나 빠르다.

1953년부터 전후 복구사업을 통해 통신 분야의 기계 생산을 본격화한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들의 강력한 지원 속에 1950년대에는 통신 분야에서 많은 발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1969년 제1세대 컴퓨터 개발

북한에서 진공관 및 반도체 다이오드를 사용해 제1세대형의 중형급 전자계산기인 ‘만능전자계산기’를 개발한 것은 1966년이다. 이후 북한은 지속적인 성능 개선을 통해 1969년에는 보다 발전된 형태의 제1세대 컴퓨터인 ‘전진-5500’을 개발했다. 이 컴퓨터는 계산원 한 사람이 60년 동안 계산한 양을 30분에 계산할 수 있고, 4096개의 글자를 기억할 수 있었다고 보고서는 명시하고 있다.

1960년대까지 전체적으로 남한의 IT 수준을 능가한 북한은 1970년대 말 제2세대 컴퓨터인 ‘용남산 1호’를, 1982년에는 일본에서 수입한 부품을 기반으로 ‘봉화 4-1’이라는 8비트 컴퓨터를 생산했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현재 정보기술총국의 전신인 ‘조선콤퓨터센터(KCC)’와 평양정보센터(PIC)가 설립되었다. 소프트웨어 개발 목적으로 위해 설립된 이 기관들은 문서 편집, 문자 인식, 음성 인식, 문헌 검색 프로그램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 개발을 선도했다. 일례로 조선콤퓨터센터에서 개발한 ‘은별’이라는 바둑 프로그램의 경우 1990년대 후반에 3년 연속으로 세계를 제패할 만큼 우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북한에는 광케이블도 전국적으로 연결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5년에 각 군 단위까지, 2008년에는 전국의 리 단위까지 광케이블이 연결된 것. 현재 평양에서 전국 각 도청소재지까지는 3GB 이상, 도청소재지에서 리 단위까지는 1GB 이상의 고속통신망이 구축되었다고 한다.

이 같은 광케이블 설치 문제는 2000년대 초반 태국의 통신업체 록슬리퍼시픽이 나진-선봉 지역에 현대식 광케이블 생산 공장을 건설하면서 해결되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태블릿도 자체적으로 조립 생산해

북한의 컴퓨터 기술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붉은별’이라는 자체 개발 운영체제(OS)이다. 개방형 OS인 리눅스를 기반으로 북한 실정에 맞게 수정한 ‘붉은별’은 2008년 처음 출시된 이래 2013년에는 3.0버전까지 공개된 상태다.

북한이 ‘붉은별’을 개발한 까닭은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OS인 윈도우 프로그램의 보안 문제를 신뢰할 수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붉은별’은 윈도우처럼 그래픽 사용자 환경을 지원하고 있으며, 전체적 구성이 윈도우와 유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장의 CD로 구성된 ‘붉은별’에는 ‘내 나라’라는 웹브라우저와 ‘우리 오피스’라는 사무용 프로그램을 비롯해 PDF 파일뷰어, 오디오 및 비디오 재생기, 간단 계산기, 파일 탐색기 등의 유틸리티가 수록되어 있다.

태블릿 컴퓨터도 북한에서 자체적으로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부터 ‘아침’, ‘아리랑’, ‘삼지연’ 등의 태블릿이 출시된 이후 2013년에는 룡악산정보기술연구소의 ‘룡홍’이, 2014년에는 노을합작주식회사의 ‘노을’, 최근에는 ‘아리랑’의 후속모델인 ‘울림’ 등 다양한 태블릿이 출시되고 있다. 그러나 출시된 모델마다 한정적으로 제품이 생산되고 있으며, 생산은 중국 등에서 조립해 들어오거나 수입된 부품을 북한에서 조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북한의 IT 산업이 오랜 개발 역사 속에서 주요 산업으로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술 수준의 발전이 상대적으로 느린 것은 주체사상에 따른 정부 주도의 폐쇄성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생산 능력이 거의 붕괴된 하드웨어 분야와는 달리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자체 개발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우수한 인력까지 보유하고 있어, 향후 남북협력 시기가 되는 경우에 가장 빠르게 가시적인 협력과 성과가 기대되는 것이 바로 IT 분야라고 지적했다.

  •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저작권자 2015.09.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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