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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고령화 사회 자녀도 힘들어요

FERRIMAN 2015. 9. 21. 14:03

중앙일보

“고령화 사회 자녀도 힘들어요, 효도 요구 맙시다”

[중앙일보] 입력 2015.09.07 01:11 수정 2015.09.07 01:12


 

김일순 골든에이지포럼 대표
“고령자가 후세 부양 부담 덜어줘야 … 자녀와 같이 살지 말고 따로 살자”

 고령화 사회의 대안을 모색하는 시민단체인 골든에이지포럼이 8일 ‘고령자가 가족과 사회에 부담을 주지 않는 생활의 지혜 10가지’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연다. 포럼의 대표인 김일순(77) 연세대 명예교수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10가지 지혜’를 발표할 예정이다. 국내 예방의학의 대부로 꼽히는 그를 지난 4일 인터뷰했다.

 - 세미나를 여는 목적은.

 “65세 이상 고령자는 점점 더 늘어나는 반면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계속 줄어든다. 그러면 젊은 세대가 부양해야 하는 노인 인구가 많아진다. 전체 인구 중 많은 고령자와 상대적으로 적은 젊은층이 함께 사는 사회는 인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지금의 40~50대가 고령자가 됐을 때 10~20대는 수도 적은 데다 청년실업 때문에 경제적으로 윤택하지 않을 수 있다. 암울한 미래를 현명하게 대비하려면 우리 고령자가 후세의 부양 부담을 덜어주는 방법밖에 없다.”

 - 효도에 대한 지적이 전통적 가치관과 다르다.

 “세미나 준비과정에서 포럼 멤버들과 수없이 토론했다. 발표문을 17번 고쳤다. 효도에서 이견이 제일 많았다. 반발도 심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용감하게 밝히고 싶다.”

 - 왜 그런가.

 “현실을 보자. 시대가 변해 효도하기 힘든 사회가 됐다. 효도는 기본적으로 자기희생이다. 부모가 아프면 자녀는 직장을 관두고 간병하는 게 효의 도리다. 이게 요즘 가능한가. 효도를 거부하자는 게 아니라 이젠 전통적인 효도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말하고 싶다. 고령자는 젊은 세대가 효도를 안 한다고 야단치지 말고, 아예 기대하지 말자는 얘기다. 우리 세대는 부모에게 효도했다. 그러나 우리는 자녀에게 효도를 받을 수 없다.”

 - 손해 아닌가.

 “전혀 아니다. 자녀가 부모를 위해 희생하는 건 가슴 아프다. 고령자의 자살 이유 중 하나가 자신 때문에 가족에 부담이 돼서다.”

 - ‘자녀와 따로 살자’고 했다.

 “부모와 자녀가 같이 살면서 사이가 나빠지는 게 현실이다. 서로가 불편해지고 부담이다. 사생활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사는 게 훨씬 편하다. 그래도 고독하면 다른 고령자와 함께 모여 사는 곳을 택하면 된다. 요즘 자녀가 부모를 모시는 경우보다 부모가 자녀를 데리고 사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은가.”

 골든에이지포럼은 이 밖에도 ▶건강관리를 열심히 하자 ▶가정과 사회생활에서 일정한 역할을 담당하자 ▶큰 소리로 대화를 삼가고 몸과 입 냄새 예방에 힘쓰자 ▶잔소리·야단·나무라기를 하지 말자 등을 제안했다. 아름답고 평안하게 인생을 종료하려면 미리미리 챙겨야 할 게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2009년 출범한 골든에이지포럼은 국내 최초로 인터넷 상에서 조문객을 맞는 사이버 장례식장(efuneral.co.kr)을 만드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