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eport] 50세 넘으면 세 혜택 더 주는 미국…“한국도 캐치업 필요”
[중앙일보] 입력 2016.06.22 00:01 수정 2016.06.22 00:03
미국 수도 워싱턴DC 인근에 살고 있는 마이클 해처(59)는 5년 전 직장을 그만 두고, 에너지·화학 회사에서 컨설팅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정 수입은 없지만 은퇴 생활을 하는데 큰 걱정이 없다. 30년간(25~54세) 근무하며 납입한 사적연금 덕분이다.
그는 연평균 13만 달러를 받았는데 공적연금을 제외하고 연평균 1만 달러를 기업퇴직연금(ERP)과 개인퇴직계약(IRA)에 꼬박꼬박 넣었다. 매년 적금처럼 부었던 연금은 각종 세제 혜택을 받으며 불어났다. 특히 50세 이후 납입금에 대해선 추가 공제를 받았다.
해처는 “공적연금만 믿기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1980년 초반 직장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사적연금에 꽤 큰 돈을 넣었다”며 “일단 사적연금 개시 시점을 늦췄는데 내년부터 당장 연금을 받는다면 직장 다닐 때와 비슷한 수준의 생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노후 자금 부족으로 걱정이 많은 한국의 반퇴세대에게 미국의 사적연금 제도는 부러움을 살만하다. 미국은 유럽 등 다른 선진국과 달리 사적연금이 발달한 국가다. 사적연금 규모는 17조4000억 달러로 세계 전체시장의 절반을 넘게(53%)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에서 사적연금이 발달한 이유는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사적연금이라 할 수 있는 퇴직연금 제도가 무려 1875년 도입됐다. 1935년 제정된 공적연금인 사회보장연금제도(Social Security Act)보다 60년이 빠르다. 리서치기관인 PEW연구소의 킴 파커 실장은 “미국인은 노후 생활은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의 연금제도 역시 공공 역할을 최소화하고 민간 역할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사적연금을 고령화 사회 대책의 하나로 보고 있다. PEW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은 2050년쯤 총인구의 65세 인구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돌파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65세 이상의 부모가 있는 인구의 30%는 최근 1년간 부모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60%는 일상적인 돌봄(Day-to-day care)을 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처럼 인구 구조의 변화로 인한 가계의 부담은 계속해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각종 세제 혜택을 통해 사적연금을 강화하고, 은퇴를 준비하는 세대를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캐치업 정책(Catch-up policy)이다. 은퇴 직전 세대라 할 수 있는 50대 이후부터 세제혜택을 추가로 준다. 연간소득공제 한도를 벗어나도 추가 소득공제를 부여해 은퇴 후 안정적 노후소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에 따라 50세 이상 국민은 연간 6500달러(약 750만원) 정도 추가 공제를 받는다. 다만 이같은 세제혜택을 받고도 만 59세 6개월 이전에 사적연금을 해지하거나 인출하면 납부해야 했던 세금에 추가로 가산세(10%)까지 부과된다.
또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연금액을 인출하더라도 과세하지 않는 제도를 통해 사적연금 활성화를 돕고 있다. 가입기간이 최소 5년인 연금 상품을 만 59세 6개월 이후 인출할 경우 수령액 1만 달러까지는 과세하지 않는다.
생명보험마케팅리서치협회인 LIMRA의 폴 헨리 상무는 “미국에선 하루에만 은퇴자가 1만 명씩 쏟아지고, 기대수명이 늘고 있어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개인 역시 걱정하고 있지만 정부의 각종 세제 혜택 덕분에 자신에 맞는 사적연금에 들어 미리미리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은퇴를 앞두거나 반퇴에 놓인 세대에 대한 지원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2013년 9조원이던 연금저축에 대한 세제혜택이 2014년엔 8조8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연금저축에 대한 세제혜택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부자 감세’ 논란으로 2억원을 초과하는 일시납부 연금 상품에 대한 비과세 혜택도 2013년 끝났다. 생산 가능인구(15~64세) 기준으로 자발적 사적연금 가입률은 한국은 23.4%로 미국 47.1%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김원식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미국의 캐치업처럼 반퇴세대나 50대 이후 세대가 사적연금에 적극적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서둘러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당장의 세수를 걱정하다가 국민 모두가 노후 빈곤에 빠지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미 사적연금 17조 달러 ‘세계 절반’
직장인 사적연금 가입 늘게 지원
은퇴 직전 세대 연 750만원 더 공제
해처는 “공적연금만 믿기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1980년 초반 직장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사적연금에 꽤 큰 돈을 넣었다”며 “일단 사적연금 개시 시점을 늦췄는데 내년부터 당장 연금을 받는다면 직장 다닐 때와 비슷한 수준의 생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노후 자금 부족으로 걱정이 많은 한국의 반퇴세대에게 미국의 사적연금 제도는 부러움을 살만하다. 미국은 유럽 등 다른 선진국과 달리 사적연금이 발달한 국가다. 사적연금 규모는 17조4000억 달러로 세계 전체시장의 절반을 넘게(53%)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에서 사적연금이 발달한 이유는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사적연금이라 할 수 있는 퇴직연금 제도가 무려 1875년 도입됐다. 1935년 제정된 공적연금인 사회보장연금제도(Social Security Act)보다 60년이 빠르다. 리서치기관인 PEW연구소의 킴 파커 실장은 “미국인은 노후 생활은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의 연금제도 역시 공공 역할을 최소화하고 민간 역할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사적연금을 고령화 사회 대책의 하나로 보고 있다. PEW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은 2050년쯤 총인구의 65세 인구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돌파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65세 이상의 부모가 있는 인구의 30%는 최근 1년간 부모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60%는 일상적인 돌봄(Day-to-day care)을 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처럼 인구 구조의 변화로 인한 가계의 부담은 계속해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각종 세제 혜택을 통해 사적연금을 강화하고, 은퇴를 준비하는 세대를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캐치업 정책(Catch-up policy)이다. 은퇴 직전 세대라 할 수 있는 50대 이후부터 세제혜택을 추가로 준다. 연간소득공제 한도를 벗어나도 추가 소득공제를 부여해 은퇴 후 안정적 노후소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에 따라 50세 이상 국민은 연간 6500달러(약 750만원) 정도 추가 공제를 받는다. 다만 이같은 세제혜택을 받고도 만 59세 6개월 이전에 사적연금을 해지하거나 인출하면 납부해야 했던 세금에 추가로 가산세(10%)까지 부과된다.
또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연금액을 인출하더라도 과세하지 않는 제도를 통해 사적연금 활성화를 돕고 있다. 가입기간이 최소 5년인 연금 상품을 만 59세 6개월 이후 인출할 경우 수령액 1만 달러까지는 과세하지 않는다.
생명보험마케팅리서치협회인 LIMRA의 폴 헨리 상무는 “미국에선 하루에만 은퇴자가 1만 명씩 쏟아지고, 기대수명이 늘고 있어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개인 역시 걱정하고 있지만 정부의 각종 세제 혜택 덕분에 자신에 맞는 사적연금에 들어 미리미리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은퇴를 앞두거나 반퇴에 놓인 세대에 대한 지원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2013년 9조원이던 연금저축에 대한 세제혜택이 2014년엔 8조8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연금저축에 대한 세제혜택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부자 감세’ 논란으로 2억원을 초과하는 일시납부 연금 상품에 대한 비과세 혜택도 2013년 끝났다. 생산 가능인구(15~64세) 기준으로 자발적 사적연금 가입률은 한국은 23.4%로 미국 47.1%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김원식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미국의 캐치업처럼 반퇴세대나 50대 이후 세대가 사적연금에 적극적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서둘러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당장의 세수를 걱정하다가 국민 모두가 노후 빈곤에 빠지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퇴직계약(IRA)
미국에서 근로자가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든 금융 계좌를 뜻한다. 1978년 처음 도입됐는데 연금저축 뿐만 아니라 생명보험사의 종신보험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가구 기준으로 계약을 맺는 데 지난해 미국 전체 가구의 40.4%가 가입돼 있다.
미국에서 근로자가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든 금융 계좌를 뜻한다. 1978년 처음 도입됐는데 연금저축 뿐만 아니라 생명보험사의 종신보험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가구 기준으로 계약을 맺는 데 지난해 미국 전체 가구의 40.4%가 가입돼 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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