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마비 환자 다시 걸어 다닌다
뇌파분석 등 첨단기술로 신경기능 되살려
척수 등 몸의 신경계를 크게 다쳐 동작이나 감각을 잃어버린 상태를 대마비(對痲痺, Paraplegia)라고 한다. 이 상태가 되면 손과 팔을 제외한 몸통, 그리고 하반신 전체에 마비가 오게 된다. 환자들은 몸의 기능 상실로 큰 고통을 겪게 된다.
그동안 의료계는 이들 대마비 환자들의 감각이 되돌아와 다리를 다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일을 불가능한 일로 여겨왔다. 그러나 최근 첨단 기술이 상황을 바꿔놓고 있다. 대마비 환자들이 감각을 되찾고 여성인 경우 임신까지 가능해지고 있다.
11일 ‘가디언’ 지에 따르면 현재 25개국 100명의 과학자들이 공동 참여하고 있는 ‘워크 어게인(Walk Again)’ 프로젝트가 브라질 상파울루 알베르토 산토스 뒤몬트 신경재활연구소(Alberto Santos Dumont Association)에서 진행되고 있다.
여성 척수마비 환자 출산 시도 중
듀크대 신경공학센터의 미겔 니코렐리스 (Miguel Nicolelis) 소장이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 10개월간 8명의 중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하고 있는데 척추신경 손상으로 하체 감각이 마비돼 10여 년간 다리를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중환자들이다.
연구진은 인공지능 외골격, 가상현실(VR),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등 첨단 기술의 도움을 받아 환자들이 다시 움직일 수 있는 훈련을 시도했다. 그리고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는데 최근 놀라운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8명 중 한명의 여성 환자는 기술의 도움을 받아 마비 상태였던 부위의 감각을 회복하고, 다리를 움직일 수 있었다. 지금은 혼자서 그의 집을 나설 수 있으며, 부근에서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있는 중이다.
또 다른 여성 환자는 그동안 마비 상태였던 근육과 피부의 느낌을 다시 회복하기 시작했다. 이런 회복 과정은 생리적, 성적 기능 등의 회복으로 이어졌으며, 한 여성 환자는 최근 출산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대마비가 일어나는 것은 등뼈 속에 들어 있는 척수(spinal cord)가 손상됐기 때문이다. 뇌와 함께 중추신경계를 구성하는 신경세포 집합체로 뇌와 온몸에 있는 신경계를 연결하고 있는 만큼 이 척수가 손상될 경우 몸을 움직이는데 심각한 지장을 받게 된다.
그동안 의료계는 이 같은 신경손상을 회복하기 힘든 것으로 판단해왔다. 그러나 최근 과학자들이 첨단 컴퓨팅, 로봇 기술 등을 통해 대마비 환자의 감각을 되찾는 방법을 찾고 있으며, 일부 환자들이 잃었던 느낌을 다시 되찾았다.
한 환자는 생리적인 기능을 회복해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설치해줄 것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니코렐리스 소장은 “모든 환자가 다 회복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환자들이 인공지능 외골격의 도움을 받아 움직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불가능했던 척수 치료에 돌파구 열어
연구 범위도 매우 다양하다. 연구팀은 특히 척수 손상을 회복하는 방안을 찾고 있는데 특히 자연스러운 과정을 통해 척수 신경조직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줄기세포 치료(stem cell therapy)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몸 안에 초소형 전자장치를 이식해 손상된 척수 대신 뇌와 몸 근육의 신경조직을 연결하는 방안을 찾고 있는 중이다. 브라질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 프로젝트에서는 특히 뇌로 조정이 가능한 로봇 외골격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14년 상파울루에서 열리 월드컵 개막식에서 당시 25세의 청년(Juan Pinto)이 자신의 뇌로 조정할 수 있는 로봇 외골격(robotic exoskeleton)을 입고 축구공을 차는 모습을 선보여 세계적인 화제가 된 적이 있다.
2년이 지난 지금 과학자들은 그때보다 더 다양한 방식으로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워크 어게인’ 프로젝트에서는 이전보다 더 정확히 사람의 생각을 분석한 후 그 정보를 몸 근육으로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8명의 대마비 환자들을 대상으로 2000시간, 2000회에 걸쳐 뇌와 근육을 연결하는 ‘브레인 트레이닝(brain training)’을 실시했다. 그리고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중이다. 니코렐리스 박사는 “과거에 상상할 수 없었던 꿈과 같은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환자가 피부를 통해 느낌을 회복하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다리를 움직이는 것은 물론 성적 기능을 회복해 최근 출산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미국, 독일, 브라질, 스위스 등에서 온 과학자들이 공동 참여하고 있다.
여러 가지 첨단 기기들이 동원되고 있지만 과학자들이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뇌파(electroencephalogram)다. 다양한 전극을 환자들에게 부착한 후 자신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생각해보라고 요구한다.
정확한 뇌파 정보를 전달해 환자들의 움직임을 돕는 다양한 기기들을 작동하겠다는 의도다. 그동안 전통적인 재활방식으로 대마비 환자가 회복된 사례는 공식적으로 단 한 번도 없었다. 이 난관을 첨단 과학이 해결하고 있는 중이다.
- 이강봉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16.08.12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