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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타임즈] 북극탐험과 쇄빙선

FERRIMAN 2016. 9. 26.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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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항로와 프랭클린 미스테리

캐나다, 북극해 영유권 위해 탐사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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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5년 5월 존 프랭클린이 이끄는 탐험대가 항구를 출발할 때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손을 흔들며 격려했다. 탐험대가 승선한 에러버스호와 테러호는 당시의 최첨단 기술로 만든 특수 선박이었다. 총길이 30m 이상에 300톤이 넘는 배의 곳곳에는 두께가 2.5m나 나가는 목재에다 쇠까지 덧씌워져 있었다.

그것도 못 미더워 물이 새지 않도록 코르크로 막았으며, 가외의 증기엔진과 비상시 수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별도의 노가 준비되어 있었다. 또한 3년치의 식량과 바닷물에서 염분을 제거해 식수를 만드는 담수기도 구비했다.

프랭클린 탐험대가 이처럼 철저한 준비를 한 것은 북극해의 북서항로를 개척하라는 영국 해군본부의 명령 때문이었다. 북극해에는 배가 다닐 수 있는 두 개의 길이 있다. 유럽에서 북아메리카 대륙 북쪽을 지나 서쪽으로 캐나다와 미국으로 이어지는 북서항로와 유라시아대륙 북쪽을 지나 동쪽의 베링해협에서 아시아로 연결되는 북동항로가 바로 그것.

프랭클린 탐험대가 타고 간 에러버스호와 테러호의 모습을 묘사한 그림. ⓒ 위키미디어 public domain

프랭클린 탐험대가 타고 간 에러버스호와 테러호의 모습을 묘사한 그림. ⓒ 위키미디어 public domain

이 뱃길을 이용할 경우 유럽에서 아프리카를 돌아서 가는 것보다 엄청난 거리를 단축할 수 있다. 하지만 프랭클린 탐험대는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영국에서 수십 척의 배와 수많은 원정대를 보냈으나 그들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세계 최대의 해난 미스터리

세계 최대 해난 미스터리였던 이 사건의 작은 실마리가 풀린 것은 14년 후인 1859년 맥클린톡이 이끄는 탐험대가 캐나다 북부의 킹월리엄 섬에서 시체 한 구와 메모지를 발견하면서다. 거기엔 1846년 9월부터 에러버스호 및 테러호가 얼음에 갇혀 있었으며, 존 프랭클린 경은 1847년 6월에 사망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또한 그때까지 사망한 선원은 20여 명에 달했으며, 나머지 선원들은 1848년 4월에 배를 버리고 살길을 찾아 떠났다는 사실도 그를 통해 알려졌다. 하지만 그들도 끝내 혹독한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다 모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129명의 탐험대 중 단 한 명의 생존자도 귀환하지 못한 프랭클린 탐험대의 비극 이후 북서항로를 찾으려는 시도는 한동안 중단되었다.

그 후 인류 최초로 북서항로를 개척한 이는 1906년 노르웨이의 아문센이다. 그는 50톤도 채 되지 않는 작은 배로 북서항로를 증명한 뒤 살아서 돌아왔다. 그 후 1942년에는 캐나다의 범선이 태평양에서 대서양을 통과했으며, 1960년 미국 원자력잠수함 통과, 1969년 미국 쇄빙선 왕복 통과, 1984년 바하마 여객선 통과 등이 이어졌다.

북극은 여름에도 얼어 있으므로 선박에 쇄빙장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최근엔 빙산이 녹아서 쇄빙선 없이도 배가 다닐 수 있게 됐다. 때문에 지난 8월엔 세계 최초로 초대형 크루즈선이 북서항로의 출항에 나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알래스카에서 1700여 명의 탑승객을 태우고 출발한 이 크루즈선은 북극해와 그린란드를 거쳐 뉴욕에 입항한다.

북극 항로로 화물을 수송할 경우 얻게 되는 경제적 효과는 매우 크다. 부산에서 유럽 최대의 무역항인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기존의 수에즈운하로 가면 거리가 2만1000㎞에 달하지만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1만2700㎞로서 수송거리는 37%, 운항일수는 30일에서 20일로 단축된다. 게다가 북극해에는 소말리아 해적 같은 위험요소도 없다.

해운업계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북극해

쇄빙선이 앞에서 얼음을 깨고 화물선이 뒤따라가는 방식도 앞으론 구식이 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이 지난 2007년 세계 최초로 쇄빙유조선의 건조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 2014년엔 대우조선이 세계 최초의 쇄빙LNG선을 건조했기 때문이다. 주로 러시아에서 발주한 이 선박들은 영하 45℃의 혹한에서도 최대 1.8m 두께의 얼음을 깨며 운항할 수 있다.

쇄빙유조선과 쇄빙LNG선을 발주하는 이유는 북극의 자원개발 때문이다. 현재 사막이나 대륙붕 등 저렴한 비용으로 뽑아 쓰기 쉬운 유전은 거의 다 개발됐다. 때문에 세계 오일 메이저사들은 극지방의 유전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는 추세다. 지금까지 알려진 세계 석유 매장량의 20% 가량이 북극해 주변에 있다.

이런 이유로 북극 항로는 자원개발과 해운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국제법상 어느 국가에도 속하지 않은 남극과 달리 북극은 러시아․캐나다․노르웨이 등의 국가들이 영유권을 가진 곳이다.

최근 캐나다는 킹월리엄 섬 부근의 수중에서 프랭클린 탐험대가 타고 갔던 테러호의 잔해를 발견했다. 확인 결과 테러호는 거의 훼손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지난 2014년에 근처의 해저에서 침몰한 에러버스호의 잔해를 발견한 것도 역시 캐나다였다.

이 같은 성과를 연이어 올린 것은 캐나다 정부가 2008년부터 국책사업 수준의 과제로 삼아 학계 및 정부 유관기관으로 구성된 합동 탐사팀을 꾸려 꾸준히 탐사활동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캐나다 정부는 에러버스호와 테러호가 발견된 해역을 국립 사적지로 지정할 것이라가 한다.

캐나다가 이처럼 프랭클린 탐험대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적극 나서는 데는 이유가 있다. 프랭클린함의 탐사 및 발굴 작업을 북극해와 북서항로에 대한 자신들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근거 및 상징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 이성규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16.09.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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