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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인구구조-초고령화 도시

FERRIMAN 2016. 9. 27. 20:59

중앙일보

부산 3개 구, 광역시 첫 초고령도시…일흔 돼야 경로당 회원

[중앙일보] 입력 2016.09.09 01:24 수정 2016.09.0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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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부산 중구 용두산공원에서 노인들이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부산 동구 수남부녀경로당은 65세 노인은 회원이 될 수 없다. 경로당에서 좀 떨어진 여성회관에서 보내다 70세가 넘어야 가입할 수 있다. 현재 회원이 66명인데 과밀화 때문에 이렇게 통제한다. 3년 전 관내 봉생병원에서 기부한 국수를 삶아 먹을 때 자리가 없어 서서 먹어야 했다. 경로당을 신축했는데도 그리 여유 있는 편이 아니다. 이하자(74·여) 할머니는 “5~6년 전 70세 회원이 40명 정도였는데 계속 늘어나 한때 78명까지 올라간 적도 있다”고 말한다.

통계청 ‘2015 인구 센서스’
부산 동·서·중구 노인 비율 20% 넘어

부산의 일부 지역이 광역시로는 처음으로 노인 인구가 20% 넘는 초고령 도시가 됐다. 통계청이 7일 공개한 ‘2015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부산 동구의 65세 이상 노인은 1만9201명으로 전체 인구의 21.3%다. 5년 전엔 17.5%였다. 여기뿐만 아니라 서구·중구 등 부산의 구도심 3개 구가 초고령 도시가 됐다. 광역시 소속 구가 초고령 도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광역시급에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구가 벌써 나올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지난해 노인이 20%가 넘는 시·군·구는 86개다. 전체 226개 기초자치단체의 38.1%에 달한다. 2000년 30곳에서 15년 사이 2.9배로 늘었다. 유엔 기준에는 노인 인구가 전체의 7%가 넘으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 사회, 20% 이상은 초고령 사회로 부른다. 고령 사회에 속하는 시·군·구는 138곳이다. 서울 강북·종로·중·용산·서대문·동대문·은평구가 여기에 든다. 226개 중 노인이 7%가 안 되는 데는 울산 북구와 대전 유성구 두 곳뿐이다. 한국은 지난해 노인 인구가 13.2%로 고령 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이미 지방은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기초단체 중 노인 비율이 가장 높은 데는 전남 고흥군(38.5%)이다. 5년 전에는 경북 군위군이 1위였고 고흥군은 3위였다. 전남·경북에 노인 비율이 높은 데가 많다. 주민을 일렬로 세웠을 때 중간에 해당하는 중위 연령은 경북 의성군이 59.2세로 60세에 육박했다. 주민의 절반가량이 60세가 넘는다는 뜻이다.

‘고령화 쓰나미’에 부산에 비상이 걸렸다. 매년 1조원이 노인 예산에 들어가고 해마다 1000억~2000억원을 늘리고 있다. 김동균 부산 시 노인대책팀장은 “이런 추세로 가면 부산 전체가 2020년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보여 노인 관련 복지 대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며 “14개 부서가 함께 추진한 ‘고령친화도시’계획이 10월께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초의수(신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부산복지개발원장은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초고령화가 아니라 ‘초초고령화’로 이어진다. 중앙정부가 지역별 인구학적 변화를 감안해 교부금을 내려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서영지·정종훈 기자 ssshin@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