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교육과 정책

[중앙일보] 코팅교육

FERRIMAN 2016. 10. 10. 17:35

중앙일보

컴퓨터교육과 10년 새 18곳 → 8곳, 코딩 가르칠 교사가 없다

[중앙일보] 입력 2016.10.06 02:13 수정 2016.10.06 08:46

코딩 교육에 미래 달렸다 <하> 잃어버린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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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한 여자중학교의 과학 교사 임모(42)씨는 이번 학기 들어 컴퓨터 수업을 시작했다. 학교가 소프트웨어 선도학교로 지정되면서 한 학급을 대상으로 코딩(Co ding·컴퓨터 프로그래밍) 수업이 개설된 것이다. 그는 원래 컴퓨터를 가르치는 정보 교사였다. 국립대 컴퓨터교육학과를 졸업해 2001년 여자고등학교에 부임했다. 그가 임용되던 즈음 컴퓨터 교육을 전공한 교사들은 유례없는 각광을 받았다. “초·중등학교에서 매주 한 시간 이상 컴퓨터를 가르치라”는 김대중 정부의 교육 지침 덕분이었다.“자부심이 있었죠. 미래에 꼭 필요한 지식을 가르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임 교사의 회고다. 하지만 컴퓨터 교육에 대한 관심은 정부가 바뀌면서 조금씩 식어갔다.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선 ‘컴퓨터 교육 의무 이수’ 지침이 폐지됐다. 2012년 임 교사는 전과를 위한 연수를 신청했다. 학교에서 정보 과목을 없애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 때문에 2018년 코딩 공교육을 도입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또 저 같은 정보 교사가 우르르 교단에 서겠죠. 그런데 다시 정책이 바뀌면 그분들은 어디로 갈까요. 저는 그 생각이 가장 먼저 드네요.”

DJ 정부 때 초·중 매주 1시간 교육
MB 정부 때는 의무교육 폐지
벤처 붐 꺼지며 SW시장 위축된 탓
정보교사들, 다른 과목 전과 늘어
중학 2934곳 정보교사 1217명뿐

다시 정보 교사로 돌아갈 길은 열렸지만 그는 아직 고민 중이다. “과학 과목은 없어지지 않겠지만 정보 과목은 또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백년대계가 아닌 오년대계다.”정권이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컴퓨터 교육 정책을 한 교수는 이렇게 표현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학의 관련 학과가 생겼다 없어졌다를 반복하고, 많은 교사가 담당 과목을 바꾸며 진통을 겪었다. 2018년 코딩 교육이 의무화된다는 소식을 교육계가 마냥 기쁘게만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다. 전문성 있는 중·고등학교 정보 교사를 길러내는 컴퓨터교육학과는 전국에 8곳뿐이다. 한때 컴퓨터교육학과를 확보한 대학은 18곳(2005년)에 달했다. 김대중 정부가 컴퓨터 교육을 강조하며 1995년만 해도 7곳이던 관련 학과가 2000년 15곳으로 빠르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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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교육에 가장 심하게 찬물을 끼얹은 것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정보 교육 의무화 폐지’다. 이듬해엔 정보 과목이 일반 과목이 아닌 심화 과목으로 지정됐다. 일반계 고등학교에선 굳이 컴퓨터 수업을 선택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학급 수 기준으로 한때 43.2%에 달하던 중학교 정보 과목 선택 비중(2007년)은 2012년 7.6%로 떨어졌다.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은 “이명박 정권에선 컴퓨터실 기자재 예산도 단독 지원하는 게 아니라 학교 운영비에 포함시켜 학교장이 재량껏 조정할 수 있게 했다”며 “컴퓨터 교육에 관심이 적은 학교장들은 비용이 많이 들고 관리가 어려운 컴퓨터실을 없애는 경우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초 벤처 붐이 급격히 꺼지며 소프트웨어 관련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나빠진 것도 컴퓨터 교육 시장이 쪼그라든 원인 중 하나다. 컴퓨터를 배우면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이 없어 이 기간 사교육 시장조차 성장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대 교수는 “많은 소프트웨어 인력이 중소기업에서 대기업 하청을 받아 일하다 보니 저임금 등 근로 환경이 열악하다”며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조차 ‘내 자식은 소프트웨어 안 가르친다’고 공공연하게 얘기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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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분위기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급격한 성장과 코딩 공교육 도입 등으로 빠르게 바뀌고는 있다. 서울 주요 대학의 컴퓨터공학과 경쟁률이 치솟고, 교양 과목으로 컴퓨터를 배우는 학생이 느는 게 대표적이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문과 졸업생들이 컴퓨터 학원에서 코딩을 배우는 경우도 흔하다. 김현철 고려대 컴퓨터교육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소프트웨어 인력 수요는 단기간에 꺼지지 않을 걸로 보인다”며 “늘어나는 컴퓨터 교육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관련 수업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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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시급한 것은 공교육·사교육 시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전문성 있는 인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지난해 기준 중학교의 정보 교사는 전국 2934곳 학교에 1217명으로 학교당 0.4명꼴이다. 김재현 성균관대 컴퓨터교육학과 교수는 “최근 정보 교사를 채용하는 학교가 늘며 삼성·LG 그룹에 취직했던 제자들이 회사를 접고 교사로 변신하기도 했다”며 “2018년 공교육 도입을 전후로 인력난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교육대학원 등에서 관련 전공자를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미진·김경미 기자 mi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