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우리는 왜 변화하기 어려울까?
입력 2016.12.24 00:02수정 2016.12.24 14:19그녀는 한 분석가에게 7년간 정신분석을 받았다. 삶을 변화시키려 꾸준히 노력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분석가에 대한 의존 상태였다. 일상의 사소한 문제부터 삶의 중요한 결정까지 분석가에게 의견을 물었다. “분석이 삶을 대체한” 셈이다. 또 다른 그녀는 1년 동안 일곱 명의 치료자를 순례했다. 정신분석, 심리상담, 미술치료, 치유글쓰기 작업 등등. 하지만 내면에 억압된 욕동, 회피해둔 고통이 인식되는 순간마다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쳤다. “이 방법은 내게 맞지 않아”라면서 치료 초기의 인정과 지지만 소비했다.
이 지면을 통해 마음을 돌보고 삶을 변화시키는 주제의 글을 써왔지만 사실 변화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정신분석학은 초기부터 ‘저항’이라는 개념을 정립해 연구해왔다. “치료 과정에서 일어나는, 치료 진행을 방해하는 모든 요소가 저항이다. 무의식에 닿기 위해 자유연상 내용을 말해야 한다는 규칙을 깨뜨리는 방식부터 나타난다.” 상담실 의자에 앉아 50분 동안 침묵만 하다 나왔다는 저항 사례를 들은 적 있다.
저항은 또한 회복의 모든 단계에서 나타난다. 윌프레드 비온은 피면담자가 “이 분석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아요”라고 말할 때 거기에 깃든 다양한 의미를 해석했다. 치료 초기에 그 말은 억압된 감정과 욕구를 표현하기 두려워 뱉는 저항의 언어이다. 분석이 얼마간 진행된 후에 그 말은 전형적 투사이다. 내면에서 맞닥뜨린 격랑의 욕동들을 소화시킬 수 없어 분석가에게 떠넘기는 행위다. 분석 작업이 순조로울 때 그 말은 분석가의 승인을 이끌어내어 저항을 넘어서려는 의도가 내포된 응원 요청이다. 앞서, 저항 앞에 멈춰 선 여성 사례를 말했지만 실은 남자가 더 심하게 변화에 저항한다. 기득권과 우월적 지위 때문에 변화가 필요 없다고 느끼기도 하고, 그것들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도 크기 때문이다.
김형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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