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우주 항공

[중앙일보] 인공위성, GPS 위성

FERRIMAN 2017. 7. 16. 14:33

[인사이트] 미사일 실은 트럭 좌우 간격 3㎝로 칼맞춤 … 별걸 다하는 GPS

입력 2017-07-13 01:27:08
수정 2017-07-13 03:11:28
 
중국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은 군 트럭들이 인공위성 베이더우를 활용한 초정밀 GPS의 도움을 받아 좌우 3㎝의 좁은 간격으로 행진하고 있다. [중앙포토]

중국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은 군 트럭들이 인공위성 베이더우를 활용한 초정밀 GPS의 도움을 받아 좌우 3㎝의 좁은 간격으로 행진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5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 시내 천안문(天安門) 광장에서 중국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이 열렸다. 병력 1만2000여 명과 500여 대의 무기 장비, 200여 대의 군용기 등 전례 없는 규모의 이날 열병식의 숨은 주인공은 ‘중국판 GPS’ 베이더우(北斗)였다.

중국 당국은 "인공위성 베이더우가 열병식의 성공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베이더우 덕분에 장비 부대의 진행 속도와 거리 오차를 각각 0.3초, 10㎝ 이내로 줄이고, 비행편대는 1m·1초 이내로 오차를 줄일 수 있었다"고 자랑했다. 베이더우는 장갑차나 트럭의 좌우 간격(3㎝)과 앞뒤 간격(10㎝)도 센티미터 단위로 조정했다. 베이더우를 활용한 자동 주행 시스템까지도 도입됐다. 군사력뿐 아니라 막강한 과학기술을 뽐내는 자리였던 것이다.

베이더우는 중국 정부가 미국·러시아 등이 주도하는 위성 항법 시스템에 맞서고자 2000년부터 독자 개발하기 시작한 시스템이다. 이미 태평양 상공의 모든 이동 물체를 파악하고 있는 중국은 2020년까지 총 30여 기의 위성을 추가로 쏘아올릴 예정이다. 전 세계를 내려다보며 24시간 위치 추적, 기상 관측, 자원 탐사를 하고 2020년에는 위성 정보를 전 세계에 제공할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쓰나미 감지하고, 자율주행차 구동

미국이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위성 항법 시스템(GNSS)에 대해 러시아·중국·유럽 등이 연이어 도전장을 내고 있다. 일반인은 GNSS라는 용어 대신 미국이 1970년대 세계 최초로 개발한 GNSS인 GPS(글로벌 위성 항법 시스템·Global Positioning System)라는 단어가 훨씬 더 익숙하다.

대부분의 사람은 GPS를 스마트폰 앱(애플리케이션)으로 위치를 확인할 때, 내비게이션을 활용해 길을 찾을 때 활용하는 기능 정도로 생각한다. 그러나 GPS의 활용 범위는 군사 안보, 재해 예측, 재난 구조 등 그 목적과 활용 방법이 무궁무진하다.

바닷물의 높이와 방향을 계측해 실시간으로 쓰나미를 감지하기도 하고, 게릴라성 집중호우 같은 기상 이변을 예측하기도 한다. 고도화된 GPS는 미래 신기술로 주목 받고 있는 자율주행차 구동에도 필수적이다.

GPS의 원리는 간단하다. GPS 위성이 보내는 전파에 담긴 시간 정보를 수신기에서 받은 시간과 비교한다. 시간 차이에 따른 빛의 이동 거리를 계산하면 GPS 위성과 측정 위치의 거리를 구할 수 있다. 이론적으론 위성 3기를 이용해 위치를 파악하는데 실제로는 좀 더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위성 4기 이상을 사용한다.

미국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쏜 30기의 GPS 위성은 현재 전 세계 10억 명의 사람에게 위치 정보를 제공한다. 미 정부가 노후한 위성을 교체하고 새로운 신형 위성을 발사하는 데 쓰는 예산만 연간 평균 7억5000만 달러(약 8630억원)다. 40년 넘게 천문학적 예산을 들여 운영하고 있는 GPS 정보를 전 세계에 공짜로 제공하는 것이다. 미국은 적국이 GPS를 사용할 것을 우려해 GPS 오차를 인위적으로 크게 했지만 2000년 클린턴 정부 때 이를 해제했다.



미국이 독점하고 있던 ‘GPS 패권’에 다른 국가들이 도전장을 내는 데는 안보와 경제라는 두 가지 이유가 제일 크다. GPS는 군사용 작전지도를 만들 때도 반드시 필요한데 이를 미국이 제공하는 GPS에만 의존해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GPS를 통한 경제적 효과도 크다. 항공·자율주행차·모바일 앱 등 GPS를 활용해야 만들 수 있는 서비스와 제품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GPS 관련 위성과 기술을 반드시 보유해야 하는 것이다.

허문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항법팀 팀장은 "위성 항법 시스템은 다른 위성 사업과 달리 모든 국민이 이용할 수 있는 분야"라며 "중국·인도 등 신흥 국가들도 시스템 구축에 오랜 기간이 걸리더라도 그만큼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미국 GPS와 경쟁하겠다고 가장 먼저 뛰어든 나라다. 1982년부터 GPS 위성을 발사하기 시작했지만 90년대 경제위기가 오면서 위성 수를 대폭 줄이기도 했다. 그러나 2011년 24기 위성을 모두 복구했으며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러시아의 ‘글로나스’ 위성을 활용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02년부터 ‘갈릴레오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위성 항법 시스템 경쟁에 뛰어들었다. 현재 14기의 위성을 운영하고 있으며 2020년까지 총 30기까지 늘려 전 세계에 위성 항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EU는 자금을 모으기 위해 한국·이스라엘·중국 등 비(非) EU 회원국들도 받아들였다.

일본은 지난달 1일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와 미쓰비시중공업이 협력해 초정밀 GPS 위성 ‘미치비키’ 위성 2호기 발사에 성공했다. 일본 당국은 "미국 GPS의 오차가 10m인 데 반해 일본 미치비키의 오차 범위는 6㎝ 수준"이라고 강조한다.

국내선 ‘GPS 고도화’ 시스템 개발 중

한국은 여전히 GPS 서비스를 외국 위성들에 의존하고 있다.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우주 개발 중장기 계획에 자체 위성 항법 시스템 개발이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개발 계획은 없다.

북한은 군사 목적으로 러시아의 글로나스와 중국의 베이더우 기술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안보 전문매체 내셔널인터레스트는 "최근 북한 탄도미사일의 정확도가 매우 높아진 데는 글로나스와 베이더우 기술을 활용한 덕분"이라고 보도했다. 2014년 신형 방사포(KN-09)에 글로나스가 장착돼 표적 오차범위를 수십m 내로 줄일 수 있었으며, 같은 해에 북한 기술자들이 베이더우 기술을 습득했다는 외신들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독자적인 위성 항법 시스템 구축만큼이나 최근 각 국가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과제가 ‘GPS의 고도화’다. 지하나 건물 내부 등에서 신호를 받기 어렵고 수십m의 오차를 줄여야 한다. 오차가 발생하는 것은 GPS 위성이 쏜 전파가 지표 50㎞ 높이의 전리층을 지날 때 전기를 띤 전자에 의해 신호가 약해지거나 굴절되기 때문이다. 미세하게 경로가 바뀌면서 수십m 떨어진 곳에 신호가 가는 것이다. GPS 고도화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유럽·일본 등 많은 국가가 뛰어들어 기술 경쟁을 펼치고 있는 분야다. 오차를 줄이면 자율주행 차동차와 같은 지능형 교통 시스템, 드론 무인기, 스마트 시티 등을 구현할 수 있게 된다. 국내에서는 국토교통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2020년 시범 서비스를 목표로 관련 시스템을 공동 개발 중이다.

서지원 연세대 글로벌융합공학부 교수는 "한국이 독자적인 위성 항법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발사체·위성 등 항공 우주 기술까지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도 SBAS(위성기반 위치보정시스템) 구축을 시작으로 관련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매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위성기반 위치보정시스템「일반적으로 수십m 오차가 나는 GPS의 정확도를 크게 높이는 기술이다. 자동차 내비게이션 등은 GPS수신기로 위치 정보를 곧바로 수신한다. 그러나 위성기반 위치보정시스템(SBAS·Satellite Based Augmentation System)은 위성의 신호가 기준국·중앙처리국 등 여러 곳을 거치기 때문에 더 정확한 위치 정보를 받을 수 있다. 위치 정보의 오차를 계산하는 시간이 1000분의 1초 수준이기 때문에, 직접 GPS 정보를 받을 때와 시간 차이가 거의 없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