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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평생학습관 윕진 와] 미국의 시니어 정책-9

FERRIMAN 2017. 7. 27. 11:41

고령화문제와 그 해법으로서의 지역기반 사회적 경제

2017.05.29 16:51:16 부제목: [기획연재] 미국의 시니어정책 ⑨ 필자명: 정건화 필자소개: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 및 서울50+재단 이사로 사회혁신을 통한 지역사회 발전에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시민사회-행정(지방정부)-대학 간 협력을 위한 크고 작은 실험들에 참여하고 있고 최근에는 고령화와 베이비 부머의 은퇴 후 삶과 사회공헌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한반도 경제론』, 『노무현 시대의 좌절』, 『한국사회의 쟁점과 전망』, 『북한의 노동』 등 다수의 공저가 있다.

사회적 경제의 역할 증대

우리나라에서 은퇴와 고령화을 맞게 될 1,2차 베이비붐 세대는 1,500만 명에 육박한다. 베이비부머들의 은퇴와 고령화는 단순히 돌봄의 대상이 되는 노년으로의 진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삶의 장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과 사회를 위해 만족스럽고 긍정적인 삶을 전개하는 기회가 열리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고 또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사회 내 비영리조직,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조직들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미국에서도 고령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경제를 통한 해법들이 시도되었는데, 이것이 성과를 낼 수 있는 이유는 사회적 경제의 특성에 기인한다.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는 당사자 참여, 연대와 협력, 지역사회 지원 등의 특성을 보유하고 있어서 돌봄, 보건의료, 교육, 문화, 주택, 환경 등의 영역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이 영역들은 이윤중심의 기업조직이나 기존 행정을 통한 공공정책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고 사회혁신(social innovation)에 기반한 대안적 접근이 필요한 영역이자 사회적 경제를 통한 선순환적 해결이 가능한 대표적 영역이다.

미국에서는 공공부문과 연계한 비영리 제3섹터나 사회적 경제에서 가사지원, 요양시설, 주거, 돌봄 등 공공서비스에 대한 새로운 민관 협력모델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를 통해 서비스의 질 향상과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지면서 기존 공공예산으로 시행되는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와 평가가 좋아지는 성과가 나타났다. 또 애드보커시 그룹의 관심과 개입을 통해 고령층이 겪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한 여론의 환기와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Harper Sarah and Kate Hamblin, 2016).

사회적 경제는 노년의 특성과 선호를 감안해서 지역사회(community)와 이웃(neighborhud)을 사회적 자본으로 활용한다. 사회적 경제가 고령층에 대한 돌봄 서비스를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통해 지원하는 경우 의료비 외 많은 사회적 비용이 감소하게 된다.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가사지원이나 재가 및 간병 서비스같이 서비스 공급자들이 노동자 협동조합을 만들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시니어들은 더욱 질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시니어로 특화된 소비자 협동조합은 고령세대의 식생활이나 주거생활의 특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글에서 소개한 앙코르닷오알지의 2011년 목적상 수상자인 한국계 이민 2세대 최임자씨의 경우 미국에서 다문화에 대한 이해가 있고 다중언어가 가능한 재가 돌봄 서비스회사를 창립, 성공적으로 운영한 사례이다(미국의 시니어 정책 8. 고령화에 대응하는 사회혁신의 사례, 앙코르닷오알지 http://www.wasuwon.net/118169 ). 그 외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소비자 협동조합의 경우도 다양한 지역 모임을 통해 지역 고령세대들이 주민들과 교류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

시니어 일자리와 사회적 경제

시니어 일자리의 문제에서도 지역사회에 연계된 사회적 경제는 의미있는 기여를 하고 있다. 미국에서 지역사회에 기반해 민관협력 방식으로 진행되는 시니어를 위한 취업지원과 교육훈련 프로그램들을 소개한 바 있다(미국의 시니어 정책 6. 미국의 시니어 고용 활성화 정책 http://www.wasuwon.net/116322 ). 1965년 제정된 미국 노인법(Older Americans Act)에 근거해 설립된 '지역사회 기여형 시니어 고용 ‘(SCSEP: Senior Community Service Employment Program)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프로그램을 마친 대부분의 장년들은 지역에서 비영리기구나 공공기관에서 수행하는 커뮤니티 사회 서비스(community service) 관련 일을 하게 된다. SCSEP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되면 자신이 살고 있는 곳과 가까운 지역의 SCSEP에 참여하는 기관과 커뮤니티를 통해 직업교육 및 필요한 기술을 익힌 다음 지역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게 된다(지역아동센터, 시니어센터, 유치원이나 학교의 보조교사, 의료기관이나 요양기관 케어 서비스 등이다).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부르킹스 연구소는 고령화에 따르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책을 유급활동(paid work) 영역과 무급활동(unpaid work) 영역으로 나누어 제시한다(Nikolova M., 2016).

급속히 증가하는 고령세대에 대한 모든 지원을 유료 서비스로만 충당하는 것은 지속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사회를 유지하는 모든 활동이 유급노동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시장 편향적 사고의 산물이기도 하다. 고령세대의 은퇴시기를 늦추거나 단계적 은퇴가 가능하도록 하는 한편 이들이 수동적인 돌봄의 대상으로만 머물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시간과 경험을 활용해서 다양한 형태의 돌봄과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것은 고령화 문제를 대응하는 두 핵심 전략이 되어야 한다.

고령세대의 유급활동과 무급활동 영역에서의 구체적인 내용을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표1. 참조). 사회적 경제는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이들 4개 영역에서 모두 작동할 수 있으며 특히 음영이 짙은 영역에서 그 역할이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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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고령문제와 관련한 세부정책과제 영역

<출처: 정건화, 우리사회 고령화문제와 그 해법으로서의 사회적 경제, 생협평론 25호, 2016.>

사회적 경제의 일자리 상당수가 파트타임 일자리일 것이며 기존 풀타임 정규직에 비해 급여나 근무환경이 떨어진다. 그러나 고령세대의 신체적 조건이나 노동시장의 조건 등을 고려하면, 근로시간을 줄여가는 단계적 은퇴의 과정에서 이런 유형의 일자리가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 또 근무시간을 줄여 더 많은 여유시간을 즐길 수 있으며 일로부터의 부담과 책임, 스트레스를 적게 받을 수도 있다. 금전적 수입은 적더라도 자신이 지닌 경험과 시간을 활용하고 지역사회나 이웃에 도움을 주는 일을 해 얻는 보람과 만족이라는 비금전적 보상도 결코 작은 것은 아니다. 사회적 경제는 단계적 은퇴, ‘앙코르 커리어’라 불리는 ‘인생의 제3의 단계’에서 보람있는 삶을 모색하는 고령세대를 위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 시행된 설문조사(2011년)에 따르면 9백만명의 44-70세 사람들은 앙코르 커리어에 직접 참여하고 있으며 3,100만명은 이러한 활동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리고 이들이 이후 활동하고자 하는 영역은 교육(30퍼센트), 보건의료(25퍼센트), 공공부문(25퍼센트), 비영리조직(11퍼센트), 영리조직(5퍼센트), 기타(3퍼센트) 순이었다.

고령세대의 주거문제와 사회적 경제

한편 미국사회는 80세 이상 초고령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핵가족화, 가족해체, 단독가구의 증대에 따라 이들에 대한 돌봄은 점점 유료 서비스로 전환되었고 시설수용 중심의 운영이 일반화되어 있다. 그렇지만 2015년 시행된 미국 60세 이상 시니어 설문조사 결과(미국 고령화 서베이, 2015)를 보면, 응답자의 58퍼센트가 최근 20년 이상 현재의 주거지에 거주하고 있고 또 75퍼센트가 현재의 거주지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응답하였다.

일상생활의 영위에서도 누군가로부터 도움이 필요해지는 초고령 시니어들에게 '현재 살고 있는 공간에 여생을 보낼 수 있는가'의 여부는 이들의 삶의 질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된다. 이런 현실에서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고령세대에 대한 돌봄이 지역경제, 지역고용과 연결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비콘힐 빌리지(Beacon Hill Village)와 빌리지 운동(Village Movement)

지역사회와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하는 고령세대 지원모델의 사례는 미국 메사츠세츠 주 보스톤 근교의 비콘힐(Beacon Hill)이라는 마을에서 나타났다. 2001년 비콘 힐에서 12명의 시니어 주민들은 나이가 들면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거나, 이동을 위한 교통수단 이용이 어려워져도 자녀에 의존하거나 지원서비스를 갖춘 주거형 시설에도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이들은 '자신들이 거주하는 집'에 계속 살기를 원했다. 이들의 바램을 실현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원제로 운영되는 단체가 설립되어 비콘 힐이나 인접한 백베이(Back Bay)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활동을 개시한 것이 이른바 ‘시니어 빌리지’ 혹은 줄여서 ‘빌리지(Villages)’ 운동의 시작이었다.

노인 빌리지(Elder Village)나 시니어 빌리지(Senior Village) 혹은 줄여서 ‘빌리지’로 불리는 단체는 주로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되며 간혹 유급 상근 스텝이 있다. 이들은 고령세대가 자신이 살던 집과 마을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한다. 빌리지는 비콘힐의 50세 이상 주민들에게 자신의 집과 마을에 거주하면서 건강하고 적극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회원제 운영 비영리 조직으로 출발해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성장해갔다. 그로부터 4년 후 뉴욕타임즈에 비콘힐 빌리지가 소개되면서 사회의 많은 관심이 쏟아졌고, 빌리지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그 결과 2010년까지 미국에만 50개 이상의 시니어 빌리지가 생겨났다. 2012년 미국, 캐나다, 호주, 네덜란드에 총 90여개 빌리지가 운영되고 있고 120개 이상의 빌리지가 만들어졌으며, 2016년 현재 전국 45개 주와 워싱턴 D.C에서 200여 개의 빌리지가 만들어졌고 150개 이상이 준비 중이다.

또 2010년에는 이러한 개별 빌리지와 빌리지 운동이 지속되고 성장하도록 서로 협력하는 전국적인 네트워크인 빌리지투빌리지 네트워크(Village to Village Network)가 결성되었다. 네트워크는 빌리지를 조성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전문가의 조언, 그 외 자원을 제공하고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빌리지 투 빌리지 네트워크와 빌리지 운동은 빌리지 회원들 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 돌봄 서비스분야 종사자, 그리고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확산되고 있는데, 이러한 움직임을 빌리지 운동(Village Movement), 혹은 에이징인플레이스운동(Aging in Place movement)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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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콘힐 빌리지

시니어 주택협동조합(Housing cooperative)

미국에서 오랜 역사를 지닌 시니어 주택협동조합은 아파트나 타운홈 커뮤니티에서 안전하고 적정한 주거여건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또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격리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단독주택 소유 고령자들을 위해 소규모 주택들을 네트워킹한 소규모 주택협동조합도 고령세대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면서 세대를 넘나들며 이웃과 쉽게 접촉할 수 있는 생활환경을 가능케 했다(Harper Sarah and Kate Hamblin, 2016).

미국 마이애미주 오크파크(Oak Park) 시에 본부를 둔 주거협동조합(Cooperative Services, Inc: CSI)은 도시지역 62세 이상 저소득층 고령자를 위해 지난 30년 간 협동조합형태의 주거환경을 제공해 왔다. CSI는 현재 미국 내 캘리포니아, 매릴랜드, 미시건, 매사츠세츠 등 4개 주에서 총 32개 빌딩, 4,354 단위의 주거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그 외 뉴욕이나 미니애폴리스 등 대도시 지역에서는 독립적인 고령자 협동조합이 존재하는데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 대도시에서는 6층짜리 시니어 주거협동조합 건물이 있다. 그리고 중서부의 북쪽 작은 마을에서도 10년 전부터 단독주택 스타일의 중산층 시니어를 위한 주거협동조합이 여럿 설립되었다. 이 협동조합들은 휴게실이나 도서관, 라운지 등 공용시설과 함께 사적인 주거공간을 갖추어 집과 같은 안정감을 느끼도록 설계되어 작은 그룹의 시니어들에게 제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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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농촌지역에서의 시니어 주거협동조합은 멀리 떨어진 요양원 대신 자신이 살던 지역에 계속 거주할 수 있게 했다. 이들은 그룹 형태의 주거방식을 영위하면서도 반환되지 않는 거액의 가입비나 입주비를 지불할 필요가 없으며 주택에 대한 소유권 등의 권리를 계속 보유할 수 있게 해준다. 또 시니어들이 지역사회에 계속 거주하게 됨으로써 이들에 대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한다(Deborah E. Altus & R. Mark Mathews, 2016).

고령친화적 커뮤니티 이니셔티브(age-friendly community Initiative: AFCIs)

지역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 경제 방식의 고령화 대응의 자연발생적 흐름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는데, 이러한 흐름을 고령친화적 커뮤니티 이니셔티브(Age-Friendly Community Initiative: AFCIs)로 부를 수 있다(Emily A. et al, 2015).

이 흐름은 사람 대신 장소나 공간, 즉 커뮤니티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고령화에 대한 대응에서 패러다임 변화의 의미를 지닌다. 최근 십여년간 AFCIs는 특정한 공간이나 지역과 관련된 다양한 부문들이 물리적, 사회적 여건을 고령친화적으로 변화시킴으로써 고령세대가 건강한 삶과 복리후생, 그리고 자신의 공간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협력하고 연계하는 활동을 해왔다. 이런 시도는 고령친화적 커뮤니티(age-friendly communities), 살만한 커뮤니티(livable communities), 모든 연령세대를 위한 커뮤니티(communities for all ages), 커뮤니티 고령화 이니셔티브(community aging initiatives) 등으로 불리기도 하며, 2015년 백악관 고령화 컨퍼런스(WHCoA)에서는 '고령친화적 커뮤니티(Communities that are Age-Friendly)'를 지원하는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는 등 사회적 관심을 끌며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흐름의 활동은 크게 1)커뮤니티 계획 방식(community planning approaches), 2)고령층지원집중 방식(support-focused approaches), 3)부문간 파트너십 방식(cross-sector partnership approaches)으로 유형화할 수 있다.

먼저 커뮤니티 계획 방식은 지방정부나 대학 혹은 애드보커시 단체 등에서 주도하여 고령층뿐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에도 혜택이 돌아가도록 다양한 커뮤니티 환경개선 및 지원활동을 펼친다. 안전한 이동을 위한 환경 개선, 대중교통 체계 개선이나 주거환경 개선, 그외 고령친화적 방향으로 커뮤니티 환경을 변화시키는 다양한 시민참여와 협력의 시도들을 지칭한다. 미국에서 이러한 접근으로는 AdvantAge Initiative, Lifelong Communities Initiative in Atlanta, Georgia, AARP Public Policy Institute’s Livable Communities Initiative, Milken Institute’s Best Cities for Successful Aging Initiative, WHO’s Global Age-Friendly Cities Project 등이 있다.

두번째 고령층에 대한 지원에 집중하고 이를 촉진하는 접근은 커뮤니티와 고령층 양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개인과 조직의 협력을 포함한다. 그 중 특별히 강조되는 것은 커뮤니티 전체 차원에서 공식, 비공식적인 지원자원 네트워크를 풍부하게 하는 협력이다. 그 사례로는 커뮤니티 차원에서 서비스 전달체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 관계자들의 회합, 커뮤니티 내 자원봉사자 풀의 조성과 훈련 등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전국적으로 알려진 두 모델은 시니어 빌리지 캠페인과 NORC(Naturally Occurring Retirement Community Supportive Service) 프로그램이다. 두 모델 모두 커뮤니티 수준에서 고령층의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사회적 고립을 줄이기 위해 사회적 관계를 변화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앞에서 소개한 시니어 빌리지 프로그램은 회원제 방식의 지역사회에 인접한 지원활동을 네트워킹한 조직이고 NORC는 규모가 제법 크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기반 조직이다.

세 번째로 서로 다른 영역 간 파트너십 방식은 고령화에 집중하는 부문을 확장하기 위해 서로 다른 조직이나 개인 간 협력에 우선순위를 둔다. 앞의 두 방식처럼 고령친화적이라는 공통성이나 공식, 비공식적인 지원자원에 방점이 찍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부문을 동원해서 지역을 기반으로 고령화에 대응하는 액션플랜들을 발전시키고 실행하는 방식이다. 그 사례들로는 Robert Wood Johnson Foundation’s Community Partnerships for Older Adults(CPFOA) program, Community Innovations for Agingin Place(CIAIP)의 일환으로 수여되는 여러 시상들, 부문 간 협업을 중심에 놓는 OAA demonstration program 등이 있다.

여전히 압도적으로 많은 미국의 공공정책과 그 프로그램들은 장소보다는 사람에 대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미국노인법 등 1960년대 위대한 사회(Great Society) 입법은 고령층의 건강과 사회서비스를 위한 연방정부 차원에서의 기초를 놓았다. 그리고 최근의 오바마케어(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 2010)는 서비스 전달체계를 효율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들을 지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예컨대 환자 중심의 팀 단위 의료서비스 전달모델(patient-centered medical homes: PCMH), 메디케이드 적용대상 완화개혁 등이 그것이다. 또 고령인구에 대한 많은 논의들은 개인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시스템에 대한 내용으로 장기 서비스와 지원, 소셜 시큐리티의 고갈위험 등의 문제에 대한 것이었다.

앞에서 소개한 고령친화적 커뮤니티 이니셔티브(age-friendly community Initiative: AFCIs)의 3가지 모델의 공통점은 커뮤니티 수준에서의 변화를 통해 고령층에 도움을 주려는 길을 새롭게 창조하려는 시도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들은 여전히 수적으로 많지 않아 보편성을 획득하지 못한 상태인 것이 현실이다. 고령자에게 기금을 시상하는 비영리조직인 Grant makersin Aging(GIA)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약 270여개의 프로그램이 있다(www.giaging.org/programs). 또 2005년과 2010년에 시행된 전국 지방정부에 대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다수의 커뮤니티는 '모든 연령층을 위한 살만한 커뮤니티(Livable communities for all ages)'로의 진전이 매우 더딘 상태이며 많은 경우 현재 존재하는 프로그램이나 서비스를 유지하기에도 힘든 형편이다(National Association of Area Agencies on Aging, 2011).

맺음말

고령세대는 주거이동성이 낮아 지역사회 소속감이 높고 상호작용 빈도도 높은 편이다. 그리고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는 고령세대에 여러 편익을 제공할 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특히 경제의 지역순환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사회적 경제는 유, 무형의 지역자원을 엮고 지역의 고령세대 주민들을 위한 활동을 통해 지역의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사회적 경제의 지역생태계를 만든다. 나아가 지역경제 내 자원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는 촉매역할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빈곤층 고령주민들이 모여 사는 서울시 성북구 소재 성곽마을(장수마을)의 마을기업 (주)동네목수등 많은 지역사회 기반 돌봄사회적 협동조합들이 설립되어 활동하고 있다.

이런 성과들은 공공서비스의 시장화가 해법이 아님을 말해준다. 대안은 정부의 공공정책과 제3섹터간 협력,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경제의 확장에서 주어진다. 그리고 협력의 작동원리인 민관파트너십 혹은 민관 거버넌스의 경험은 비단 고령화 뿐 아니라 여타의 사회경제적 문제해결에서도 훌륭한 성과들로 이어질 수 있다.

특별히 초고령 시니어에 대한 사회적 서비스의 경우, 고령세대가 지역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재가 노인복지 서비스에 대한 물적, 인적 인프라 구축과 지역사회 차원에서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이는 '현대판 고려장'이라 불리는 노인 요양시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제대로 관리, 감독되지 않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대안적 접근이 절실하게 필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마침 우리사회에서도 최근 들어 전면철거 후 재개발 방식이 아닌, 기존의 오래된 커뮤니티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지역사회를 재생하는 도시재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우리 사회에서 여러 사례로 확인되는 바, 고령세대를 대상으로 한 주거 협동조합이나 시니어와 젊은이들을 연결해서 저렴하게 주거지를 제공해주는 주거공유 프로그램(Home Sharing Program))처럼 물리적 도시재생사업의 내용을 채우면서 지역사회를 활성화시키는 사업들이 부단히 시도되고 그 성과가 공유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Emily A. Greenfield, Mia Oberlink, Andrew E. Scharlach, Margaret B. Neal, and

Philip B. Stafford, 2015. Age-Friendly Community Initiatives: Conceptual Issues and Key Questions, The Gerontologist Volume 55, Issue 2.

Deborah E. Altus & R. Mark Mathews, 1997. A Look at the Satisfaction of Rural Seniors with Cooperative Housing, Cooperative Housing Journal 1997.

Harper Sarah and Kate Hamblin, 2016. InternationalHandbook on Ageing and Public Policy, Univ. of Oxford Press, 2016

National Council on Ageing, 2015. Infographic: The 2015United States of Aging Survey (https://www.ncoa.org/)

Nikolova, Milena, 2016. Two solutions to the challengesof population aging , UP FRONT Brookings, Monday, May 2, 2016.

정건화, 2016, 우리사회 고령화문제와 그 해법으로서의 사회적 경제, 생협평론 25호.


기획연재 미국 베이비부머의 삶, 그와 관련한 사회 시스템을 찬찬히 들여다 보며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사회의 노력까지 알아본다. 그럼 한국은 어쩌지? 역사와 조건이 다르기에 일률적으로 적용시킬 수는 없지만 일단 그들의 선행과정을 살피면서 지혜를 모으고 이야기하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