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

[중앙일보] 김시중 장관

FERRIMAN 2017. 11. 4. 20:06

[삶과 추억]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주춧돌 놔

입력 2017-10-30 01:09:18
김시중

김시중

문민정부 첫 과학기술처 장관을 지낸 김시중(사진)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과총) 명예회장이 29일 새벽 별세했다. 85세. 고인은 1993년 2월부터 1년 10개월 동안 14대 과학기술처(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재직했다.    

김 전 장관은 한국 과학기술과 탐사 분야의 증인이며 주역이었다. 이어도 기지가 대표적이다. 93년 4월 해양연구소(현 한국해양과학기술원)가 이어도에 무인관측소를 지어달라고 요청했다. 이때부터 시작한 종합해양과학기지 프로젝트는 완공까지 꼬박 10년이 걸렸다.    

2015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하는 스마트원자로도 김 장관의 집념을 응축했다. 과기부 장관 시절 소련 핵잠수함용 원자로 기술 확보를 지시한 게 시작이었다. 1990년대 정몽구 현대정공(현 현대차그룹 회장) 회장이 우주발사체용 액체로켓 기술을 개발하도록 설득하기도 했다. 비록 프로젝트는 중간에 좌초했지만, 한국은 한국형 발사체(KSLV-2) 개발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였다.    

고인은 장관직을 내려놓은 이후에도 항상 과학기술계에 있었다. 한국과학기술진흥재단 이사장, 과학기술포럼 이사장,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 국민원로회의 위원 등으로 일하며 정부가 과학기술인을 제대로 대우하는지 늘 감시했다. "일관된 과학기술 정책이 필요하다(과총 대통령후보초청토론회)"고 누누이 강조했다.    

문민정부 시절 대통령과학기술자문위원장으로 김시중 장관과 함께 일했던 이상희 녹색삶지식경제연구원 이사장은 "김영삼 당시 대통령에게 특허청 예산·인력을 대폭 강화하는 정책을 제안했을 때, 김시중 장관이 적극 동의해서 놀랐다"고 기억했다. 과기부 장관 입장에서는 ‘득’될 게 없는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이 중국의 머리가 되려면 특허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소신을 펼쳤다고 한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규원씨, 장남 김선길(세이프케미칼 이사), 차남 선욱(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장녀 선경(고려대 연구원), 차녀 선우(삼성서울병원 의생명정보센터장), 사위 이태성(개인 사업), 이승주(E2END 대표) 등이 있다.   

빈소는 그가 1955년부터 1997년까지 42년6개월 동안 몸담았던 고대 안암병원 301호. 발인은 31일 오전 6시, 장지는 충남 논산시 연산면 선영이다. 923-4442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